
노동
한 보험회사에서 2012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하며 방카매니저로 일했던 직원이 있었습니다. 회사는 내부 규정을 이유로 2023년 5월 계약 종료를 통보했고, 이에 직원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직원을 기간제 근로자로 보아 회사의 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직원의 실제 업무가 기간제법상 2년 초과 사용 예외 직업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직원을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인정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했습니다.
원고 A는 2012년 5월 29일부터 피고보조참가인 B 주식회사와 1년 단위의 근로계약을 매년 반복적으로 갱신하며 방카매니저로 일했습니다. 2023년 4월 3일, B 회사는 원고에게 '계약직직원운용준칙'에 따라 2023년 5월 28일부로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해당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였으나, 2023년 8월 25일 기각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 또한 2023년 12월 5일 초심과 동일한 취지로 원고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법원에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A가 수행한 방카매니저 업무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서 정한 2년 초과 사용 예외 직업(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 1 또는 2)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만약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원고 A가 근로를 개시한 시점 또는 특정 업무 전환 시점부터 2년이 경과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간주되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 A가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회사의 계약 종료 통보가 정당한 해고 사유 없이 이루어진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가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법원은 원고 A가 수행한 방카매니저의 실제 업무 내용이 한국표준직업분류상 '기업체 직무 훈련 강사'나 '마케팅 관리자'와 같은 기간제법상 2년 초과 사용 예외 직업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원고의 주된 업무는 강의보다는 보험상품 판매 지원 및 마케팅 등 영업 업무였고 성과 평가도 실적에 중점을 두었으며, 이후 전환된 사무직 업무 또한 관리자나 전문 강사의 업무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 A는 근로 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시점 또는 최소한 1차 인사 발령 시점부터 2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고가 기간제 근로자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계약 종료 통보는 정당한 해고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이를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본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본문 및 제2항: 이 법은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를 원칙적으로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즉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간주됩니다. 이는 장기간 고용 불안정으로부터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핵심 조항입니다.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3항 제5호: 위 2년 초과 금지 규정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이 조항은 '통계법 제22조에 따라 고시한 한국표준직업분류의 대분류 1(관리자)과 대분류 2(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직업에 종사하는 자 중 특정 소득 요건(최근 2년간의 연평균근로소득이 고용노동부장관이 조사한 해당 직업군 근로소득 상위 25%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방카매니저 업무가 한국표준직업분류상 대분류 1 또는 2에 해당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한국표준직업분류 (통계청고시 제2017-191호, 2018. 1. 1. 시행): 이 분류는 직업을 체계적으로 구분하는 기준이며, 기간제법의 예외 규정을 적용할 때 직업의 종류를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쟁점이 된 직업군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리: 법원은 근로자의 기간제법상 지위 및 2년 초과 사용 예외 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근로계약서상의 직위나 직급명에 얽매이지 않고, 근로자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합니다. 또한 법에서 정한 예외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하며, 그 예외 사유에 해당함을 주장하는 사용자(회사)가 이를 명확히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의 업무가 위 예외 직업군의 주된 특징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원고는 2년 이상 근무한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간주되어, 회사의 계약 종료 통보는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해고가 됩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업무 내용의 중요성: 근로계약서상의 직종이나 직급 명칭보다는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지가 중요합니다. 특히 '관리자'나 '전문가' 등 특정 직업 분류 예외 규정을 적용받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해당 직업군에 요구되는 주된 업무 특성과 책임, 권한이 실제 업무에서 얼마나 발휘되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기간제법 2년 규정 및 예외 조건: 기간제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하면 원칙적으로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간주됩니다. 예외적으로 한국표준직업분류 대분류 1(관리자) 또는 대분류 2(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에 해당하며 일정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2년 초과 사용이 가능합니다.
예외 직업군 판단 기준: 법원은 예외 직업군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한국표준직업분류상의 정의와 그 직업에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업무 내용, 평가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체 직무 훈련 강사'라면 강의 내용 자체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루어야 하고, '마케팅 관리자'라면 정책 기획, 지휘, 조정 업무에 직무 시간의 80% 이상을 사용하는 등 상당한 하부 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이 주어져야 합니다.
인사 발령 및 업무 전환의 영향: 직무가 변경되거나 인사 발령이 났을 경우, 변경된 업무의 실질적인 내용이 기간제법상 예외 규정에 해당하는지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가 방카매니저에서 내근직 사무직원으로 전환된 후에도 그 업무가 예외 직업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성과 평가 기준 분석: 회사의 성과 평가 기준이 직무 분류 주장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강사' 직무임에도 불구하고 영업 실적 달성 여부가 평가의 주된 부분이거나, '관리자' 직무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보고서 작성 등 보조적인 업무가 주를 이룬다면, 이는 회사의 직무 분류 주장을 반박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