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고인이 된 B 씨는 금속 구조물 설치 업무를 하던 중, 심한 두통으로 병원에 이송된 뒤 급성 백혈병 진단 4일 만에 사망했습니다. 배우자인 원고 A 씨는 B 씨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은 B 씨가 근로자가 아니며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도 없다고 판단하여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원고 A 씨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B 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으며, B 씨의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 환경, 그리고 회사 지시로 인한 진료 지연 등이 백혈병 악화에 기여했다고 판단하여,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주식회사 C에서 금속구조물 설치 업무를 하던 망인 B 씨가 2022년 8월 3일 심한 두통으로 병원에 이송된 후 뇌내출혈 및 뇌실내출혈, 중증 뇌부종 등으로 치료를 받다 같은 달 6일 사망했습니다. 사망진단서상 직접 사인은 '뇌간 압박 및 연수마비'였고, 이는 급성 전골수구성 백혈병(이 사건 상병)으로 인한 혈소판 감소로 발생한 뇌출혈 때문이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 A 씨는 B 씨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2023년 10월 17일, 망인이 작업을 도급받는 사업주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고, 금속 분진 등 유해물질이 이 사건 상병과 관련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상병의 급격한 악화도 질병의 특성상 기여한 바가 높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 A 씨는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여 이 사건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주요 쟁점들을 검토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 B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그의 과중한 업무와 진료 지연이 급성 백혈병의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하여,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비록 계약 형식이 도급 등이라 할지라도 실질적인 업무 지휘·감독 관계가 있다면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질병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업무가 질병의 악화에 기여했음이 인정되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망인 B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두62235 판결 등). 본 판결은 △업무 내용에 대한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 △근무 시간 및 장소 구속 여부, △독립적인 사업 영위 가능성(비품, 원자재 소유, 제3자 고용, 이윤/손실 부담), △보수의 성격(근로 자체의 대가성, 기본급/고정급 유무),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사회보장제도상 근로자 지위,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 등 여러 경제적·사회적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B 씨를 근로자로 인정했습니다. 특히 사업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근로자성을 부정하려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본급·고정급 없음, 세금 원천징수 없음 등의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재확인했습니다.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질병의 상당인과관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질병에 대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경우 업무상 재해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는 급성 백혈병의 발병 원인이 업무와 직접적인 의학적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으나, 법원은 질병의 발병이 아닌 '질병의 악화'에 업무가 기여한 바가 있는지를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망인 B 씨가 사망 2주 전부터 백혈병 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사(D 이사)의 업무 지시와 열악한 직장 문화로 인해 즉각적인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고 업무를 계속하다가 질병이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 점을 중요하게 고려했습니다. 또한, 고온의 작업 환경에서의 과중한 업무와 충분치 못한 휴식으로 인한 과로 및 스트레스가 면역력 저하를 초래하여 질병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인정했습니다. 이는 의학적으로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질병이라 할지라도, 업무 관련 요인(과로, 스트레스, 진료 지연 등)이 질병의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키는 데 기여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폭넓은 해석을 보여줍니다. 즉, 업무상 재해 판단 시에는 질병의 특성과 업무 환경, 업무 부담, 진료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인과관계를 추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른 것입니다.
• 근로자성 판단의 중요성: 계약서상의 명칭이 '도급'이나 '용역'일지라도, 실제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하고, 근무 시간과 장소가 지정되며,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하고, 독립적인 사업 운영의 위험을 지지 않는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할 경우, 업무 지시 내용, 근무 형태, 보수 지급 방식, 사업장 소속감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업무상 질병의 인정 범위: 질병의 발병 원인이 업무와 직접적인 의학적 연관성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과로나 스트레스, 유해한 작업 환경 등이 질병의 자연적인 진행 경과를 넘어서 악화시키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한 질병의 경우, 업무와 관련된 요인으로 인해 진료가 지연되어 질병이 악화되었다면 이 또한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 건강 이상 시 즉시 진료의 중요성 및 기록 유지: 업무 중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가급적 빨리 병원을 방문하여 진료를 받고 진료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업무 부담이나 회사 지시로 인해 진료가 지연되었다면, 그러한 상황을 증명할 수 있는 대화 기록(메시지, 통화 녹음 등), 동료의 증언 등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업무 관련 기록 보관: 평소 근무일지, 업무 지시 및 보고 내역(카톡, 문자 등), 출퇴근 기록, 사용했던 법인카드 내역, 경비 처리 영수증 등 업무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잘 보관해두는 것이 유사 시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휴무 신청 및 승인 내역, 현장 상황 보고 등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았음을 입증할 자료들은 근로자성 입증에 매우 유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