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근로자 A는 2021년 1월 19일 새벽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출근하던 중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피하려다 급제동하며 전도되는 사고로 쇄골 골절 등 여러 상병을 입었습니다. 이후 A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A의 신호위반 행위가 중과실 범죄행위에 해당하여 사고의 주된 원인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A는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A는 이른 새벽 오토바이로 출근 중 교차로 앞에서 버스를 피하려다 넘어지는 사고로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A가 신호위반을 했으므로 범죄행위로 인한 사고이며, 이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자신의 신호위반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며, 출근 중 발생한 사고이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근로자가 출근 중 오토바이 사고로 부상을 입었을 때, 신호위반과 같은 범죄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입니다. 특히,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발생한 부상 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해당 사고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합니다.
법원은 2024년 2월 13일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원고 A에게 내린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은 범죄행위가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았습니다. 사고 경위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버스 운전자의 후방 확인 소홀 등 과실이 있었고, 출근길 오토바이 운전 중 과실이 경합된 교통사고의 위험은 근로자에게 상시 존재하는 업무 자체에 내재된 전형적인 위험 중 하나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산재보험의 기능이 업무에 수반한 불의의 재난에 대비하고 피해자의 생활을 보장하려는 목적인 점을 고려할 때, 원고의 신호위반이 산재보험 보호대상에서 배제될 정도로 불법적이거나 반사회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본 사건은 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의 적용 및 해석이 쟁점이 됩니다. 이 조항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에서 말하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 등'은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합니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따라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해 운전 중 발생한 교통사고의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단지 중앙선 침범 등 특정 법규 위반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되며,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 사고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신호위반 행위가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호, 제5조에 따라 처벌되는 범죄행위에는 해당하나, 법원은 신호위반만으로 사고가 '직접적으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버스 운전자의 과실, 출근 운전의 통상적인 위험성 등을 함께 고려하여 원고의 부상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출근이나 퇴근 중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설령 본인에게 일부 교통법규 위반 등 과실이 있더라도 무조건 산업재해로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본인의 과실 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 그리고 사고가 업무와 관련하여 '통상적으로 수반될 수 있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사고 발생 당시의 구체적인 경위, 상대방 운전자의 과실 여부, 주변 상황(예: 새벽 시간, 시야 확보 문제 등) 등을 종합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고 현장 블랙박스 영상, 교통사고 심의위원회의 판단, 관련 민사소송 결과 등이 중요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난을 보장하려는 목적이 있으므로, 단순히 법규 위반만으로 보험급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