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 사건은 광주 아파트 해체 공사 현장에서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하여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후, 주 시공사인 원고 회사(A 주식회사)가 불법 재하도급을 지시하거나 공모했다는 이유로 서울특별시장으로부터 4억여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안입니다. 원고 회사는 이러한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가 재하도급을 지시하거나 공모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과징금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광주 동구 C 일원의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현장에서 원고 회사(A 주식회사)가 시공을 맡고, D 회사가 해체공사를 하도급받았습니다. D 회사는 다시 E 회사에게 ‘내부 철거 및 구조물 해체 공사’를 재하도급했습니다. E 회사가 공사를 진행하던 중 2021년 6월 9일, 부실한 해체 작업으로 인해 인근 F 빌딩이 붕괴되어 버스 승강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되고 탑승자 17명 중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 후 피고(서울특별시)는 원고 회사가 D 회사의 재하도급 위반 행위를 지시 또는 공모했다는 이유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4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원고 회사는 이러한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 시공사인 원고 회사(A 주식회사)가 하수급인인 D 회사의 불법 재하도급 행위를 ‘지시’하거나 ‘공모’했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법원은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지시 또는 공모’의 인정은 단순한 인식을 넘어선 적극적인 의사 작용이나 주도적인 지위 또는 상호이용 관계가 증명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서울특별시장이 2022년 4월 21일 원고 회사(A 주식회사)에 부과한 4억 623만 4천 원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회사와 D 회사 사이에 불법 재하도급에 대한 지시나 공모가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원고 회사는 재하도급을 금지하는 계약을 맺었으며, D 회사는 원고에게 모든 서류에 작업자들이 D 회사 소속이라고 기재하는 등 재하도급 사실을 숨기려 했던 점, 공사 현장에서 E 회사 직원의 장비 운용만으로 재하도급을 단정하기 어려운 점, 그리고 원고 회사가 재하도급을 통해 얻는 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형사 사건에서 원고 회사가 불법 재하도급 지시 또는 공모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의 과징금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의2 제1항, 제82조 제2항 제6호에 따른 과징금 부과처분과 관련이 있습니다. 해당 법규는 수급인(주 계약자)이 하수급인(하청업자)의 재하도급(재하청) 위반 행위를 ‘지시 또는 공모’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1.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의2 (하도급 관리 의무): 이 조항은 수급인이 하수급인의 적정한 시공을 위한 관리 의무를 규정하며, 하수급인의 법규 위반을 방지해야 할 책임을 부여합니다.
2.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2항 제6호 (영업정지 등): 이 조항은 수급인이 하수급인의 불법 재하도급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경우 영업정지 또는 이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음을 명시합니다. 특히, 2018년 법 개정을 통해 ‘지시·공모’, ‘묵인’, ‘과실’의 경우를 구분하여 처벌 수위를 달리하고 있는데, ‘지시·공모’의 경우 가장 강한 제재가 부과됩니다.
3. 침익적 행정행위의 엄격 해석 원칙: 과징금 부과와 같은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는 그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합니다. 법원의 판결은 ‘지시 또는 공모’의 의미를 단순한 묵인이나 과실을 넘어선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의사 결합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죄형법정주의 내지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처벌 규정을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에 기반합니다.
4. 형법상 ‘공모’의 법적 해석: 법원은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에서 ‘공모’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고 제지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특정한 범죄행위를 위해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는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 지배’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즉, 상호 이용 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와 D 회사 사이에 이러한 공모 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 및 재하도급 계약은 법적 의무와 책임을 명확히 합니다. 재하도급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경우, 주 시공사는 하수급인이 이를 위반하지 않는지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단순히 하수급인의 위반 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지시 또는 공모’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지시 또는 공모’가 인정되려면 주 시공사가 하수급인의 위반 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거나, 그 행위를 함께 계획하고 실행하는 등 주도적인 지위 또는 상호 이용의 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어야 합니다. 계약서에 재하도급 금지 조항을 명시하고, 현장 점검을 통해 실제 작업 인력의 소속과 장비 사용 현황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만약 하수급인의 불법 행위가 의심된다면 즉시 조치를 취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