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시내버스 운수회사에서 촉탁직 운전기사로 일하던 A, B, C 씨는 2019년 1월 31일 회사로부터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받았습니다. 이들은 회사의 계약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으나 모두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갱신 기대권이 인정되고 회사의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으며, 특히 노조 활동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했습니다.
원고 A, B, C 씨는 2009년부터 E 주식회사에 촉탁직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입사하여 근무해 왔습니다. 이들은 2018년 1월 30일과 31일에 각각 1년 기한의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했는데, 2019년 1월 31일 회사로부터 근로계약 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원고들은 회사의 이러한 조치가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었고, 이어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역시 기각되었습니다. 이에 불복하여 원고들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원고들은 과거에도 계약 갱신과 관련하여 회사와 분쟁을 겪은 바 있으며, 당시 중앙노동위원회 등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복직하거나 합의를 통해 고용이 유지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특히 회사의 이전 대표이사는 2017년 5월 31일 교양교육 시간에 운전기사들에게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고, 2017년 3월 28일 AG노조와 노사합의서를 작성하여 정년 도과 근무자에 대해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만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한다는 내용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 당시 회사의 대표이사는 원고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회사를 고발했기 때문에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이라고 명확히 고지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촉탁직 근로계약 갱신 거절이 ▲회사의 약정 위반으로 무효인지,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회사의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갱신 거절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년 10월 16일 원고들과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회사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법원은 회사가 촉탁직 운전기사들과의 약정을 위반하여 계약 갱신을 거부했다고는 보지 않았으나, 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회사가 운전기사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부한 것은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지배·개입 또는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은 기간제 근로계약의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1.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 기대권 인정 여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관련)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2년 초과 사용이 허용됩니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모두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로서 '기간제법'상 2년 초과 사용 예외 대상에 해당했기 때문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근로계약서에 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내용이 있더라도,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갱신에 관한 규정이 있거나, ▲회사의 갱신 관행, ▲근로계약 체결 동기 및 경위, ▲갱신 기준, ▲수행 업무의 상시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된 경우에는,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가 됩니다. 이 사건 법원은 근로계약서에 갱신 가능성을 명시하고 있었고, 실제 갱신 비율이 높았으며, 회사의 고용 보장 약속, 그리고 운전기사 업무의 상시성 등을 근거로 원고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갱신 기대권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2.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 인정 여부 정당한 갱신 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가 갱신을 거절하는 데에는 사업 목적,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직무 내용,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회사는 근로자들의 교통사고 발생 이력, 업무 부적합성, 건강 문제를 갱신 거절의 이유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과거 교통사고 이력을 새로운 갱신 거절 사유로 삼기 부적절하고, 사고 정도가 다른 갱신된 근로자들에 비해 특별히 심하지 않으며, 업무 부적합성이나 건강 문제도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회사의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3. 부당노동행위 인정 여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관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표면적으로는 다른 이유를 내세우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을 준 것이 인정되면 부당노동행위가 됩니다. 이 사건 법원은 회사의 대표이사가 직접 근로자들에게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한다고 고지한 점, 노동조합 활동 이력이 있는 근로자들을 비판적 노조 소속 근로자들에 비해 불리하게 취급한 점 등을 종합하여 회사의 갱신 거절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갱신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갱신 기대권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갱신 조항이 있거나, 실제 회사의 갱신 관행,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상시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회사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그 거절 사유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사고 발생 이력이나 건강상의 문제만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경우, 다른 유사한 사례의 근로자들과의 형평성, 구체적인 사고 내용과 책임, 건강 상태가 업무 수행에 미치는 실제적인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노동조합 활동은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만약 회사가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했다면,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언행이나 태도, 다른 노조 소속 근로자들과의 차별 대우 등도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추정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