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L초등학교 교사 B가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리기 위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우울증 악화로 자살한 사건입니다. 그의 배우자 A는 인사혁신처장이 내린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B 교사의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B 교사는 2018년 3월 1일 L초등학교로 발령받아 연구기획부장교사 겸 5학년 담임교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L초등학교는 전교생 24명, 교사 7명의 작은 학교로 폐교 위기에 있었으며 B 교사는 학교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특성화 사업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시행해야 했습니다. 그는 통근거리 증가, 학교 내 비슷한 연령대 동료 부재, 고난이도 업무 부담 등으로 힘들어했고 '교장의 열의에 무리한 사업들을 계속 기획하고 실적을 내야 하는 것에 회의감이 든다'고 호소했습니다. 2018년 6월 16일에는 병원에서 스트레스, 소화불량 등을 호소하며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았고, 6월 23일 정신 상담에서는 우울, 불안 척도가 유의하게 높아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으로 추정되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그는 '교직생활이 힘들고 다른 진로를 알아보고 싶다', '죽고 싶다', '학교가 지옥 같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결국 2018년 7월 10일 학교 교실에서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습니다. 그의 배우자인 원고 A는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으나 인사혁신처장은 망인의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불승인 처분을 내렸고, 이에 A는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교사의 자살이 공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악화로 발생한 것으로 보아 공무상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순직유족급여 지급 가능 여부입니다.
피고 인사혁신처장이 2019년 5월 23일 원고에 대하여 한 순직유족급여 불승인 결정을 취소합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B 교사가 L초등학교로 전근 후 연구기획부장교사로서 폐교 위기 학교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사업들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공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그의 우울증을 악화시켜 정상적인 인식 능력과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을 현저히 저하시켰고 그 결과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아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공무상 사망에 해당하며 인사혁신처장의 불승인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은 구 공무원연금법(2018년 3월 20일 법률 제1552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의2 및 제61조 제1항에 따라 순직공무원의 유족에게 지급되는 순직유족보상금의 지급 요건, 즉 '공무상 질병'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그 공무로 인해 발생한 질병을 뜻하며, 공무와 질병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필요합니다. 이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교사가 자살한 경우, 공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우울증 등 질병이 발생하거나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을 때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를 판단할 때 자살자가 담당한 공무의 내용·성질·업무의 양과 강도, 우울증 등 질병의 발병 경위 및 일반적인 증상, 자살자의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및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B 교사가 맡았던 L초등학교의 연구기획부장교사 업무가 폐교 위기 학교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사업들을 주도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업무였으며,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보았습니다. 초과근무 시간만으로는 업무 과중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집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유서에서 '학교는 지옥'이라고 표현한 점, 그리고 병원 진료 기록과 정신 상담 결과에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이 확인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건강 악화로 자살에 이른 경우, 공무상 사망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단순히 초과근무 시간만으로 업무의 양과 강도를 판단하기보다, 업무의 내용과 성질, 책임감, 난이도, 주변의 협조 여부 등 비계량적 요소가 스트레스의 중요한 원인이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둘째, 자살 전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변화(식사량 감소, 수면 장애, 불안 증세, 우울감 등)가 있었다면 병원 진료 기록, 정신 상담 기록, 처방받은 약물 내역 등을 통해 이를 명확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셋째, 유서, 가족이나 동료의 진술, 자살 직전 행적 등을 통해 공무상 스트레스가 극심하여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저하된 상태였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개인적인 성향이나 기존 스트레스 요인이 일부 존재했더라도, 공무상 스트레스가 이러한 요인들과 겹쳐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이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다섯째, 직장에서 업무 소홀이나 능력 부족으로 지적받았다 하더라도, 이는 우울증 등 정신 질환으로 인한 업무 능력 저하의 결과일 수 있으므로 오히려 질병 악화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