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 사건은 원고가 증권회사의 비공개 블록딜 정보를 입수하여 주식 매매에 이용한 후,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간주되어 과징금을 부과받자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안입니다. 원고는 자신이 얻은 정보가 특정 종목을 식별할 수 없는 불분명한 정보였으므로 미공개중요정보가 아니며,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이익은 실제 본인에게 귀속된 것이 아니므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취득한 정보가 충분히 특정 종목을 추론할 수 있는 미공개중요정보에 해당하고, 법인의 대표자가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한 경우 법인이 얻은 이익도 행위자의 이익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6년 1월 6일 오후 6시 30분경 블록딜 주간사 직원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시가총액 10억 달러 초과, 일일 거래량 5백만 달러 수준의 증권회사 주식이 높은 한 자릿수 이상의 할인율로 다음 날 블록딜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원고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운용하는 D회사의 계산으로 E 주식 554,493주에 대한 매도스왑 거래를 지시하여 같은 날 늦은 시각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거래를 실행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2016년 1월 7일 12시 3분경 블록딜 수요 예측에 동의한 후 E 주식이 블록딜 대상임을 확인하고 블록딜에 참여했습니다. 블록딜의 구체적인 조건이 공개되고 거래가 이루어진 후 E 주식의 가격은 단기간에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에 피고 증권선물위원회는 2017년 9월 27일 원고의 행위를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판단하여 과징금 377,600,000원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이 위법하다며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가 취득한 정보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미공개중요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에게 부과된 과징금 377,600,000원이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귀속 주체가 원고 개인이 아닌 투자회사 D이므로 원고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취득한 블록딜 정보가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시가총액, 일일 거래량, 할인율 등 주어진 정보만으로도 블록딜 대상이 E 주식임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D의 대표이사 겸 운용역으로서 D 명의로 거래를 했더라도,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은 행위자의 이익으로 볼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하여 과징금 부과가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로써 원고에게 부과된 과징금 377,600,000원은 정당하다고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78조의2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금지하며, 그 제1항 제2호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하여 지정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여부 또는 매매 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투자자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로서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인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기존의 내부자 거래 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신설되었으며, 회사의 업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비공개 정보를 규제 대상으로 삼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받은 정보가 시가총액, 거래량, 예상 할인율 등 구체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E 주식을 특정할 수 있었고, 해당 블록딜이 E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미공개중요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자본시장법 제429조의2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위반 시 금융위원회가 5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며,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1.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 원을 초과할 경우 그 1.5배 상당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법원은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얻은 이익'이 원칙적으로 행위자 본인이 얻은 이익을 의미하지만, 법인의 대표자 등이 그 법인의 기관으로서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한 경우 법인이 얻은 이익도 대표자 등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1도318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는 D 투자회사의 운용역으로서 정보를 이용해 D 명의로 거래를 했지만, 법원은 D가 얻은 이익을 원고의 이익으로 보고 과징금을 산정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시장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법의 취지에 부합합니다.
유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주식 시장에서 얻게 되는 비공개 정보는 그 정보가 불분명해 보여도 특정 종목이나 거래를 추론할 수 있다면 미공개중요정보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어떤 산업 분야의 주식이 블록딜 될 것'이라는 추상적인 정보라도, 시가총액, 거래량, 할인율 등 다른 요소들과 결합하여 특정 종목을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둘째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이전보다 규제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주식 발행 회사의 내부 정보가 아니더라도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비공개 정보는 그 이용이 금지됩니다. 셋째 법인이나 펀드 등의 대표자가 그 법인이나 펀드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경우, 해당 법인이나 펀드가 얻은 이익이라 하더라도 대표자 개인에게 과징금 부과를 위한 이익으로 산정될 수 있습니다. 즉 직접적인 이익의 귀속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고 하여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넷째 블록딜과 같은 대량 거래 정보는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이러한 비공개 정보를 얻었다면 해당 정보를 활용하여 매매 거래를 하는 것을 절대 삼가야 합니다. 시장의 건전성을 해치는 행위는 투자자 보호 및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엄격하게 처벌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