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A 주식회사는 고강도 콘크리트 파일(PHC 파일) 생산 및 판매업을 하는 법인으로, 다른 16개 업체들과 함께 98건의 관급 입찰에서 낙찰 예정사와 들러리사를 미리 정하고 투찰 금액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약 540억 원 상당의 입찰 담합 행위를 했습니다. 이에 조달청장은 A 주식회사에 대해 '담합을 주도하여 낙찰을 받은 자'에 해당한다며 2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 주식회사가 담합 행위에 가담한 것은 인정하지만 담합을 주도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달청장의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A 주식회사를 포함한 17개 PHC 파일 생산업체들은 C조합의 주도로 2012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98건의 관급 입찰에서 담합 행위를 했습니다. 이들은 미리 낙찰 예정사와 들러리사를 지정하고, 낙찰 예정사는 정해진 투찰 금액으로 응찰하고 들러리사는 조금 높은 금액으로 응찰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고의적으로 무응찰, 단독 응찰, 예정 가격 초과 응찰을 통해 입찰을 유찰시켜 발주 기관이 수의 계약 방식으로 전환하게 한 후 특정 업체가 계약을 수주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담합 행위는 총 540억 원 상당의 낙찰 금액에 이르는 규모였습니다. 이후 A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B는 이러한 담합 행위로 입찰 방해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조달청장은 A 주식회사에 대해 2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리자 A 주식회사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A 주식회사의 행위가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상 담합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만약 담합 행위에 해당한다면 A 주식회사가 담합을 '주도'하여 낙찰을 받은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조달청장이 원고 A 주식회사에 대해 내린 입찰참가자격 제한 2년의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이 처분의 효력을 항소심 판결 선고 시까지 정지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A 주식회사가 PHC 파일 관급 입찰에서 담합 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담합 행위가 이 사건 조합의 주도로 이루어졌고 A 주식회사가 담합 행위가 시작된 이후에 가담했으며, 다른 사업자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거나 회유하여 담합을 이끌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A 주식회사를 '담합을 주도한 자'로 보아 2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구 국가계약법)과 그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근거하여 판단되었습니다.
구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은 공정한 경쟁을 해치거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 최대 2년 범위에서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합니다.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7호는 입찰자 또는 계약상대자 등이 입찰 가격, 수주 물량, 계약 내용 등을 미리 협의하거나 특정인 낙찰을 위해 담합한 경우를 부정당업자로 규정하며 1개월 이상 2년 이하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명시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구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제1항 [별표 2] 제9호의 담합 행위자에 대한 제재 기간 세부 기준입니다. 이 기준은 담합 행위의 경중에 따라 제재 기간을 다르게 정하고 있습니다:
가목: 담합을 주도하여 낙찰을 받은 자는 2년나목: 담합을 주도한 자는 1년다목: 입찰자 또는 계약상대자 등 간에 단순히 담합한 자는 6개월법원은 '담합을 주도한 자'를 다른 사업자를 설득하거나 종용하고, 거부하기 어렵도록 회유함으로써 공동으로 담합 행위에 나아가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 자로 해석합니다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8두15169 판결). 본 사건에서 법원은 A 주식회사가 담합 행위에 가담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담합이 이 사건 조합의 주도로 이루어졌고, A 주식회사가 담합 시작 이후에 가담했으며, 형사 판결에서도 가장 무거운 형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A 주식회사가 담합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담합 행위의 주도성 판단 시 단순히 참여 횟수나 낙찰 금액의 양적 지표뿐만 아니라 실제 역할과 영향력이라는 질적 요소를 면밀히 검토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담합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중대한 불법 행위이며 관련 법규에 따라 입찰 참가 자격 제한과 같은 강력한 행정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담합에 가담한 것이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를 단순히 '참여'했는지 또는 적극적으로 '주도'했는지에 따라 제재의 수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도' 여부는 다른 사업자를 설득, 종용, 회유하는 등 담합을 적극적으로 이끈 역할을 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담합에 참여한 횟수나 낙찰 금액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주도한 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담합 과정에서의 역할과 영향력이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특정 단체나 조합의 운영 세칙, 업계 관행이라는 이유로 담합에 참여했더라도 법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행정 제재 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 법원에 처분의 효력 정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