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의사 명의로 개설된 요양병원이 비의료인에 의해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라는 이유로, 해당 의사에게 약 62억 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의사는 공단이 환수 처분 과정에서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처분 전에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점을 절차상 하자로 인정하여, 해당 환수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의사 최○○ 명의로 개설된 ○○○○요양병원이 2013년 10월 1일부터 운영되던 중,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비의료인인 감○○이 최○○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공단은 이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이 부당하게 수령되었다고 보고, 2015년 8월 6일 약 52억 4천만 원, 2015년 12월 21일 약 9억 8천만 원 등 총 약 62억 3천만 원의 요양급여비용을 최○○에게 환수하라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최○○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위 환수 처분을 내리기에 앞서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통지를 하지 않았고 의견제출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처분들이 절차상 하자로 인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이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 제공 의무를 위반하여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
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5년 8월 6일과 2015년 12월 21일 원고 최○○에 대하여 내린 각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총 6,236,829,360원)을 모두 취소한다.
법원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침해적 행정처분을 할 때에는, 설령 처분의 실체적인 사유가 타당하다 하더라도,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의 기회 제공과 같은 절차적 의무를 반드시 준수해야 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절차적 의무를 위반한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될 수 있으며, 이는 국민의 권익 보호와 행정의 적법성 유지를 위한 중요한 원칙임을 보여줍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해당 비용을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은 행정청이 이러한 처분을 내릴 때 준수해야 할 절차적 요건에 있습니다.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경우 미리 처분의 제목, 원인이 되는 사실, 내용, 법적 근거 등을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행정절차법 제22조 제3항은 당사자에게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행정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입니다. 비록 행정절차법 제21조 제4항 및 제22조 제4항, 행정절차법 시행령 제13조에 사전통지나 의견청취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규정되어 있지만, 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가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처분의 근거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정이나 검사의 공소제기만으로는 이러한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원고에게 환수 처분을 내리면서 이러한 절차적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은 중대한 절차상 하자에 해당하여, 처분을 취소해야 할 위법 사유가 된다고 본 것입니다. 한편, 의료기관은 의사 등 자격이 있는 자만이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의료법 제33조는 이 사건의 배경이 되는 '사무장 병원'의 불법성을 규정하는 조항입니다. 비록 본 판결에서는 절차적 하자로 인해 환수 처분이 취소되었지만, 사무장 병원 자체는 여전히 의료법 위반 행위입니다.
행정기관으로부터 권익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을 받을 때는, 처분에 앞서 사전통지를 받고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주어졌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설령 행정기관이 주장하는 위반 사실이 실제와 같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처분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처분의 근거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행정청이 사전통지나 의견제출 기회를 생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행정청이 의견청취를 생략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는 법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으므로, 관련 법령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에 적용되는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에 있어서는 의료법 등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여 불법적인 '사무장 병원'으로 오인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