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행정
원고 A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회사 B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중 신주인수권을 제3자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매수했습니다. 이후 B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자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주식을 취득한 뒤 곧바로 매각하여 약 200억 원에 달하는 큰 시세차익을 얻었습니다. 영등포세무서장은 이를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로 보아 약 79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고 원고는 이 부과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특수관계에 있는 B 회사로부터 직접 취득한 것과 다름없는 우회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었으므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맞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B 회사에서 2009년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주인수권을 2009년 12월 1억 6천만 원에 매수했습니다. 당시 B 회사는 관리종목 지정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으나 2012년 다른 회사(C)의 유상증자 참여 확정 소식이 보도되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원고는 주가가 급등한 시점인 2012년 10월 B 회사의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이 하향 조정된 가격(773원)으로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주식을 취득한 후 즉시 매각하여 약 200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습니다. 이에 영등포세무서장은 이 이익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로 보고 2013년 11월 29일 원고에게 증여세 7,941,189,800원을 부과했습니다. 원고는 이 거래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가 아니며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가 특수관계 없는 제3자로부터 신주인수권을 매수하여 얻은 이익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증여재산가액 산정이 적법한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신주인수권 취득 과정이 특수관계인과의 우회거래에 해당하는지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주식의 시가 평가 방법이 주된 논의 대상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즉 영등포세무서장이 원고에게 부과한 증여세 약 79억 원의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B의 대표이사로서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이사회 결의에 참여하고 B의 최대주주인 F의 최대주주였던 점 신주인수권 매수 계획이 사전에 공시되고 단기간에 제3자를 거쳐 원고에게 매각된 점 원고 재직 중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이 3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된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가 특수관계인인 B로부터 직접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것과 다름없는 우회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B 주식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었으나 활발한 매매거래가 이루어졌으므로 시장 시가로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의 여러 조항이 복합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상증세법 제2조 제4항(증여세 과세대상)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거래를 거쳐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거래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E 주식회사를 통해 신주인수권을 취득했으나 이 과정이 B 회사로부터 직접 취득한 것과 다름없는 우회거래라고 판단하여 이 조항의 취지를 적용했습니다.
둘째, 상증세법 제40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전환사채 등에 의한 이익의 증여)는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 의하여 주식을 인수함으로써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이익을 얻은 경우 그 이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보아 과세하도록 합니다. 특히 제2호 가목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전환사채 등을 취득하여 얻은 이익을 제3호는 제1호 또는 제2호와 유사한 방법으로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얻은 이익을 증여세 과세 대상으로 명시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B의 대표이사 및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서 신주인수권을 취득하여 얻은 이익이 이 조항들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상증세법 제42조 제1항 제3호(기타 이익의 증여)는 전환사채 등에 의한 주식 인수 등 법인의 자본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거래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경우 증여세를 부과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원고의 신주인수권 취득 및 행사를 통한 이익이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이 조항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상증세법 제60조 제1항, 제63조 제1항 및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증여재산가액 평가)은 증여재산의 가액을 시가에 따르며 코스닥 상장법인의 주식 시가는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 동안의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액을 원칙으로 하도록 합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경우 예외가 적용될 수 있으나 '적정하게 시가를 반영하여 정상적으로 매매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다시 원칙에 따라 시가를 정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B의 주식이 관리종목이었음에도 정상적인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여 시장 시가 평균액으로 증여재산가액을 산정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회사의 경영진이나 주요 주주는 신주인수권 전환사채 등 주식 관련 권리를 취득할 때 특수관계인과의 우회거래로 오해받을 소지가 없는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제3자를 통한 거래라 할지라도 실질적으로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거래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거래 과정에서 회사의 내부 정보를 활용했거나 거래 조건(예: 신주인수권 행사가액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 증여세 부과 위험이 커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주식 시가 평가 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주식이라도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면 실제 거래되는 시세가 증여재산가액 산정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보충적 평가 방법만으로 과세가액을 낮추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세법은 형식보다는 경제적 실질에 따라 판단하므로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조세 회피나 부당한 이익 취득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