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대형 유통 기업인 롯데쇼핑과 홈플러스는 서울 용산구청장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준대규모점포(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해 새벽 시간대 영업 제한과 매월 두 번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처분이 관련 조례가 법률의 위임 취지를 어기고 국제협정을 위반했으며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구청의 처분이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 있고 국제협정에 위배되지 않으며 공익을 위한 재량권 행사로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은 중소상인 보호, 근로자 건강권 확보,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대규모점포의 영업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 사례입니다.
2012년 11월 23일, 서울 용산구청장은 유통산업발전법 및 용산구 조례에 근거하여 롯데쇼핑과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준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제한하고,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의 무분별한 확장이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근로자의 야간근무를 초래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건전한 유통 질서를 확립하고 상생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에 롯데쇼핑과 홈플러스는 이러한 처분이 법률과 조례의 위법성에 근거하며, 구청이 재량권을 부당하게 행사하여 자신들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서울 용산구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조례가 유통산업발전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위법한지 여부. 둘째, 이 조례가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등 국제조약을 위반하여 위법한지 여부. 셋째, 용산구청장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이 공익과 사익을 제대로 형량하지 않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이전 처분에 대해 새로운 변경 처분이 있었을 때, 이전 처분을 다툴 법적 이익이 소멸했는지에 대한 본안 전 항변도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먼저, 용산구청이 이전 처분 후 영업시간 제한을 확대한 새로운 처분을 내렸으나, 새로운 처분이 의무휴업일 지정 등 기존 처분의 일부를 변경한 것이고 나머지 부분과 분리 가능하므로 이전 처분을 다툴 법적 이익이 여전히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을 기각했습니다. 이어서, 조례의 위법성 주장에 대해서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이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어 조례가 이를 그대로 따랐다 해도 위임의 취지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국제협정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국제협정이 국가 간의 권리·의무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므로 개인이 직접 국내 법원에서 처분 취소를 주장할 수 없으며, 이미 시장에 진입한 점포에 대한 영업 규제를 시장 접근 제한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대해서는 용산구청이 처분 전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 공익과 사익의 형량을 실질적으로 고려했으며,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 근로자 건강권 보호, 중소유통업과의 상생발전이라는 공익이 중대하고, 원고들의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는 본질적이지 않다고 보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인 롯데쇼핑 주식회사와 홈플러스 주식회사가 제기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 처분 취소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 용산구청장이 내린 대형마트 등의 영업 규제는 적법하다는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는 시장·군수·구청장이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대규모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 발전을 위해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과 동법 시행령 제7조의2는 영업시간 제한 범위를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의무휴업일 지정 범위를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로 규정하여 행정청의 재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 제119조 제2항에서 규정한 '경제민주화' 원칙, 즉 국가가 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적 정당성을 가집니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서 '법령의 범위 안에서'는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를 의미하며, 조례가 상위 법령의 위임 취지를 벗어났는지 여부는 법령과 조례의 규정 취지, 목적, 내용 등을 비교하여 판단합니다. 국제조약과 관련하여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 제16조 및 '한국과 유럽연합 간의 자유무역협정' 제7.5조는 시장 접근 제한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법원은 이러한 국제협정은 국가 간의 권리·의무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인이 직접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처분의 취소 사유로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정처분의 변경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5. 11. 19. 선고 2015두295 판결 등)는 후속 처분이 종전 처분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 중 일부만을 추가·철회·변경하는 것이고 그 부분이 나머지 부분과 분리 가능하다면, 후속 처분에도 불구하고 종전 처분이 여전히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법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참고할 만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형 유통 기업에 대한 영업 규제는 중소상인 보호, 근로자 건강권,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 등 중대한 공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면 법적으로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상위 법률에서 이미 규제 대상과 범위, 정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면, 조례가 이를 그대로 반영하더라도 위임입법의 취지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셋째, 국제조약은 국가 간의 약속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인이 국내 법원에서 행정처분의 직접적인 취소 사유로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넷째, 행정기관이 영업시간 제한 등 재량 행위를 할 때는 반드시 관련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공익과 사익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간의 비례 원칙을 준수했는지 등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과 고려가 충분했다면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 행정기관이 기존 처분을 변경하는 새로운 처분을 내리더라도, 변경된 부분이 기존 처분의 일부만 바꾸고 분리 가능한 것이라면 기존 처분 또한 여전히 다툴 법적 이익이 소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