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정부의 부랑인 및 부랑아 보호 정책이라는 명분 아래, 실질적으로는 도시 미관 정리와 사회 통제를 목적으로 이뤄진 강제 단속 및 시설 수용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입니다. 당시 정부는 법적 근거 없이 '내무부훈령 제410호'를 발령하고, 부산시와 같은 지방자치단체는 형제복지원(당시 명칭 K, I)과 위탁계약을 맺어 부랑인 단속 및 수용을 위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들을 비롯한 수많은 시민들이 경찰의 공권력에 의해 강제 수용되어 신체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구타, 강제노역, 교육권 침해 등의 가혹 행위를 겪었습니다. 이 판결은 국가의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위법한 직무집행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대법원에서는 과거 형제복지원 운영자의 특수감금죄에 대한 정당행위를 부정하며, 국가의 묵인 및 비호 아래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되었음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각 피해자의 수용 기간과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하여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해방과 전쟁 이후,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부랑인', '부랑아'를 전쟁 고아, 요보호 아동 등으로 규정하며 이들에 대한 '보호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 오사카 엑스포 등 국제 행사를 앞두고 '도시 미관 정리'를 명분으로 부랑인 단속이 강화되었고, 1975년 내무부훈령 제410호인 '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 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 발령되면서 사실상 국가 공권력에 의한 강제 수용이 제도화되었습니다.
이 훈령은 경찰과 시·군·구 공무원이 합동으로 부랑인을 단속하고, 연고 불확실자를 부랑인 수용시설에 위탁 수용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부산광역시는 1975년 7월 '부산시 재생원 설치 조례'에 의거하여 형제복지원(당시 K)과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단속된 부랑인들을 수용하도록 했습니다.
형제복지원은 이러한 국가의 정책과 위탁계약 아래 단속된 사람들을 수용했지만, 실제로는 수용자들을 상대로 장기간 감금, 구타, 가혹행위, 강제노역, 교육권 침해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자행했습니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길거리에서 납치되듯 끌려와 강제로 수용되었으며, 반인권적인 환경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형제복지원 운영자 L은 1987년 감금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고, 수차례의 상고심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특수감금죄에 대한 무죄가 확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비상상고와 2021년 대법원 판결은 L의 감금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으며 국가가 형제복지원 운영자의 인권침해를 묵인·비호했음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 공권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공식 규명했습니다.
이러한 진실 규명을 바탕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 본인 및 그 상속인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하게 되었고, 이 판결은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국가가 1970년대~1980년대 '부랑인 단속'을 명목으로 법적 근거 없이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강제 수용을 지시·묵인한 행위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리고 관련 정책(내무부훈령 제410호, 부산시 위탁계약 등)이 헌법에 위반되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에게 발생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의 적절한 산정 방식과 범위, 그리고 지연손해금의 기산점 역시 논의의 대상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대한민국)가 원고들에게 별지 표에 기재된 각 위자료 인용금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변론종결일인 2024년 12월 11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5년 2월 12일까지는 연 5%의 이자를,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추가로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각 당사자가 해당 비율대로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정부의 위헌·위법한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장기간의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법적 근거 없는 훈령이나 조례에 기반한 공권력 행사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중요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이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때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며, 과거사 진실 규명과 피해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를 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