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피고 J 주식회사 공장과 연구소에서 전산장비 관리 및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한 K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 9명(원고들)이,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는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직접 고용 의무 이행과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파견근로자 관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피고 J 주식회사는 2007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참가인 K 주식회사에 MES(생산관리시스템) 등 전산장비의 관리 및 유지·보수 업무를 위탁했습니다. 원고들은 K 주식회사 소속으로 이 업무를 피고의 공장과 연구소에서 수행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설치·운영하는 전산프로그램(R, ITSM)을 통해 자산관리 및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고, 피고 담당자와 이메일, 카카오톡 등으로 연락하며 업무지시를 받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로부터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으므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에게 직접 고용 의무 이행과 함께, 피고가 고용 의사를 표시한 날까지 지급받지 못한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습니다. 청구금액은 각 원고당 10,000,000원을 포함한 청구금액표에 기재된 각 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연 12%)이었습니다.
원고들이 원고용주인 K 주식회사에 고용된 후 피고 J 주식회사에 파견되어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이 관계가 인정될 경우 피고에게 직접 고용 의무 및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
원고들의 피고 J 주식회사에 대한 직접 고용 의무 이행 및 임금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자산관리 프로그램(R)이나 유지·보수 요청 시스템(ITSM)을 통해 정보 제공이나 일반적인 요청을 한 것을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들의 전산장비 유지·보수 업무는 피고 근로자들의 업무와 명확히 구별되는 전문적인 업무이며, 원고들이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작업집단을 구성하여 공동 작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참가인 K 주식회사는 원고들의 채용, 승진, 임금 결정, 4대 사회보험 가입, 휴가 승인, 인사평가 등을 독자적으로 행사했으며, 업무 매뉴얼과 업무분장표를 자체적으로 마련하여 운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가인 K 주식회사는 피고 외에도 다수의 회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정보시스템 구축,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등 독립적인 기업조직과 설비를 갖춘 실체 있는 기업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파견법상의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이 법은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과 파견근로자의 고용 안정 및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합니다. 특히, 적법한 파견사업이 아닌 경우(예: 도급 계약의 형식을 빌린 불법 파견)에는 사용사업주(원청)에게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근로자파견관계 인정 기준(대법원 판례) 대법원은 원고용주(하청업체)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원청)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을 것이 아니라,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17다15010, 15027, 15034 판결 등 참조).
주요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본 판결에서는 이러한 대법원 판례 기준을 적용하여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받거나 피고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참가인(원고용주)이 독자적인 인사권을 행사하고 업무의 전문성 및 참가인의 독립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문제 상황에 계신 분들은 다음 내용을 참고해볼 수 있습니다.
계약 명칭보다 실질적인 지휘·감독 여부가 중요합니다: 계약서상 명칭이 '도급'이나 '용역'이라 하더라도 실제 업무 수행 과정에서 원청(사용사업주)으로부터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지시를 받았다면 파견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업무 지시의 내용과 성격을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업무 관련 정보 제공이나 일반적인 협조 요청이 아닌, 작업 내용, 방법, 순서, 속도, 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지시가 근로자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수준이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원청 소속 근로자와의 업무 혼재 여부도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원청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어 공동 작업을 하거나, 업무상 역할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상호 대체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었다면 파견근로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사권 행사 주체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채용, 배치, 징계, 평가, 임금 결정, 승진, 휴가 승인, 근태 관리 등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을 원고용주(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 아니면 원청이 실질적으로 행사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탁업체의 독립성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위탁업체가 독립적인 기업 조직과 설비를 갖추고 독자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실체가 있는지, 원청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지는 않은지, 자체적인 기술력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등이 고려됩니다.
원청의 전산 시스템 사용은 그 자체로 파견의 증거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청의 전산 시스템(자산관리, 유지보수 요청 등)을 사용하는 것이 업무 효율성을 위한 정보 공유나 요청/보고 수준이라면, 이를 원청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시스템 사용이 근로자의 업무 수행을 구체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