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극단적 선택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판결

원고 A는 자녀 E를 피보험자로 하는 재해사망 특약에 가입하였으나, E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악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보험회사들이 고의 자살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법원은 E의 사망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이루어졌으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고인 E의 어머니이자 보험계약자 및 보험금 수익자.
• 피고 B 주식회사: 이 사건 제1보험(재해사망특약 포함)을 계약한 보험회사.
• 피고 C 주식회사: 이 사건 제2보험(재해보장특약 포함)을 계약한 보험회사.
• 고인 E: 원고 A의 자녀이자 피고들과 체결한 보험의 피보험자. (사망 당시 공장장)
• F: 고인 E의 아버지이자 상속인으로, 제1특약의 보험금 청구권을 원고에게 양도함.

분쟁 상황

고인 E는 2019년 4월경 '주식회사 J'의 공장장으로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19년 8월 5일 새벽 회사 인근 전봇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고인이 회사 대표의 임금체불, 경제적 어려움, 회사 회생에 대한 책임감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내사종결했습니다. 이후 고인의 어머니인 원고 A는 2019년 11월 21일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고, 2020년 12월 11일 고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받았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 보험회사들(B, C)에 재해사망특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회사들은 고인의 사망이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이에 원고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피보험자의 극단적인 선택이 보험 약관상 '재해사망'으로 인정되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 아니면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보험회사가 면책되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특히,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사망을 고의 자살로 볼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A의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들에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B 주식회사는 원고 A에게 100,000,000원 및 2019. 8. 5.부터 2022. 8. 17.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피고 C 주식회사는 원고 A에게 20,000,000원 및 2019. 8. 5.부터 2022. 8. 18.까지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결론

법원은 고인 E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므로, 이는 보험 약관상의 '재해'에 해당하며 보험회사의 면책규정('고의 자살')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보험회사들은 원고에게 재해사망보험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자살 보험금 면책사유의 예외: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더라도,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른 경우까지 면책사유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됩니다. 이러한 경우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보험사고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서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합니다. (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참조)
2.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 상실 판단 기준: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향,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와 진행 경과, 자살 당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둘러싼 주변 상황, 자살 행태, 동기, 경위,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이 제출된 경우, 이를 함부로 부정해서는 안 되며, 반대 결론을 내리려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에 근거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참조)
3. 보험 약관의 면책규정 및 면책제한규정: 이 사건 제1특약 약관 제15조 제1항 및 제1보험약관 제19조 제1항 제1호 본문, 이 사건 제2특약 약관 제12조 제1호 본문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제1보험 약관 제19조 제1항 제1호 단서 및 이 사건 제2특약 약관 제12조 제1호 단서와 같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자살'은 면책 규정의 예외로 인정하는 '면책제한규정'이 존재합니다.
4. 외래의 사고: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킨 직접적인 원인 행위가 피보험자 신체 외부에서 작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인의 경우 우울증 등 병적 상태가 간접적인 원인이었으나, 목맴이라는 외부적 행위에 의해 사망이 발생했으므로 '외래의 사고'로 인정됩니다.
5. 상법 및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보험금 및 지연손해금 산정 시에는 상법(연 6%)과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연 12%)이 정한 이율이 적용됩니다.

참고 사항

1. 업무상 스트레스 및 정신 질환 관련 기록 보관: 업무상 스트레스가 신체적·정신적 질병으로 이어진 경우, 정신과 진료 내역, 처방전, 병원 소견서, 상담 기록 등 모든 의료 기록을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고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 상실 여부를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2. 주변인 증언 및 고인 기록 확보: 고인이 생전에 겪었던 스트레스 상황, 평소 언행 변화, 고통을 호소했던 내용 등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구체적인 증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서나 메모 등 고인이 직접 남긴 기록 또한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3.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 확인: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기록은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고인이 단순 자살이 아니라 업무 관련 요인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강력한 자료가 됩니다.
4. 보험 약관의 '면책제한규정' 확인: 보험 계약 시 재해사망 특약의 '재해' 정의와 '면책규정'(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고의 자살' 면책규정에는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의 자살'은 예외로 인정한다는 단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5. 전문가 감정 활용: 재판 과정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은 고인의 사망 당시 정신 상태를 의학적으로 판단하고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 상실 여부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이러한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