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노동
원고 A는 피고 B협회의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B협회는 A에게 대기발령을 내리고 권고사직을 권유했습니다. A는 변호사 선임비 등 경제적 어려움과 징계 절차에 대한 우려 등으로 권고사직에 응하고 사직서를 제출하여 퇴직 처리되었습니다. 이후 A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자신의 사직이 피고의 강요 또는 착오에 의한 것이므로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해고무효 확인 및 미지급 임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A의 사직이 일방적인 해고가 아닌 합의해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협회의 팀장으로 재직 중 2018년 10월경부터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B협회는 수사 진행으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A를 보직 해제하고 자택 대기발령을 내렸습니다. 수사가 장기화되자 B협회는 2019년 2월 인사위원회를 통해 A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A에게 통보했습니다. A는 변호사 선임비용 마련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고, 권고사직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며 퇴직 위로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B협회는 A에게 2개월분 통상급여에 해당하는 퇴직준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A는 2019년 4월 22일 사직서를 제출하여 2019년 4월 25일 퇴직 처리되었습니다. 이후 A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2021년 9월 30일 1심 법원에서 공무원 의제 규정 적용 불가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A는 자신의 퇴직이 강요 또는 착오에 의한 것이므로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며, 무죄 판결을 받았으므로 해당 해고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고 A의 퇴직이 '실질적인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이는 원고가 제출한 사직서가 피고 B협회의 강요에 의한 '진의 아닌 의사표시'였는지, 또는 징계 절차 등에 대한 '착오'에 의한 것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실질적인 해고로 인정된다면, 피고 B협회가 징계 절차를 준수했는지, 그리고 원고가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가 추가적인 쟁점이 됩니다.
법원은 원고 A의 해고무효확인 청구와 미지급 임금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의 퇴직이 피고 B협회의 일방적인 해고가 아니라,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피고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합의해지'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권고사직을 권유받았으나, 당시 변호사 선임 비용 마련의 필요성, 경제적 어려움, 피고가 제시한 권고사직 조건, 징계 절차 회부에 따른 불이익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스스로 퇴직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이는 원고가 '공무원 의제 대상'이 아니거나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였고, 원고가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피고의 인사 규정에 따라 공소 제기 이후에는 징계 절차 착수가 가능했으므로, 원고가 징계 절차 착수 가능성에 대해 착오를 일으켰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가 강요에 의한 것이거나 착오에 의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근로자의 퇴직이 '해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합의해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법리를 제시합니다.
해고와 합의해지의 구별: 사용자가 사직 의사가 없는 근로자에게 강요하여 사직서를 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한 근로계약 종료이므로 '해고'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근로자가 스스로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고 사용자가 이를 수락하는 경우에는 '합의해지'로 근로관계가 종료됩니다. 대법원은 의원면직이 실질적인 해고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사직서의 내용, 회사의 관행, 사용자의 퇴직 권유 방법과 강도, 횟수,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 제출에 따른 경제적 이익 제공 여부, 사직서 제출 전후 근로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4다52575 판결 등).
진의 아닌 의사표시의 효력(비진의표시): 민법 제107조에 따르면, 표의자(의사표시를 하는 사람)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의사표시라도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가 됩니다. 여기서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의미하며,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표의자가 마음속으로는 원하지 않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의사표시를 했다면,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대법원 2001. 1. 19. 선고 2000다51919, 51926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뇌물수수 혐의 수사, 변호사 선임비용 마련의 어려움, 권고사직 조건, 징계절차 회부에 따른 불이익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보아, 이를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민법 제109조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을 때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에는 취소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협회가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중인 원고에게 개정 전 인사규정(수사 중에는 징계절차 진행 불가)을 위반하여 징계절차에 회부하려 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공소 제기 이후에는 적법한 징계 절차 착수가 가능했으므로, 원고가 징계 절차 착수 가능성에 대해 착오를 일으켰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시행령 제34조: 이 법령은 엔지니어링산업 진흥을 위한 위탁업무 처리자 지정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고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원고가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에 의해 공무원으로 의제될 수 없거나, 위탁업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형사 처벌 여부와 별개로, 원고가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 자체가 부정된 것은 아니며, 이는 회사 내부 규정(임직원 행동강령) 위반에 따른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직장에서 퇴직 권유를 받거나 사직서를 제출할 때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특히 압력을 느끼는 상황이라도 사직서 제출의 법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권고사직을 거부했을 때 예상되는 불이익과 사직서 제출 시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본인의 명확한 의사를 가지고 사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록 마음속으로는 퇴직을 원하지 않았더라도, 당시의 여러 상황(경제적 어려움, 징계 우려 등)을 고려하여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다면, 이는 법적으로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뇌물수수 등 비위 혐의로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형사적 무죄 판결과 별개로 회사의 내부 취업규칙이나 행동강령 위반 여부는 별도의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직서 제출이 강요에 의한 것이었음을 주장하려면, 해당 강요의 구체적인 방법, 강도, 횟수, 그리고 그로 인해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등 객관적인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