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 A 주식회사는 피고 B 주식회사(주유소 운영)와 석유제품 공급 및 시설물 사용대차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에 따라 피고는 원고로부터 주유소에서 판매할 석유제품 전량을 구매해야 했으나, 이를 위반하고 타사 제품을 구매하여 주유소를 운영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전량구매 조항 및 손해배상 예정 조항이 공정거래법 및 약관규제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해당 조항들이 무효는 아니지만, 손해배상 예정액이 과다하다고 판단하여 일부를 감액하고, 시설물 사용대차 계약은 이미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126,309,330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3년 12월 6일 원고와 피고는 피고 주유소에서 판매할 석유제품 전량을 원고로부터 구매하기로 하는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14년 5월 30일 원고는 피고 주유소에 6복식 셀프 주유기 3기(시설물)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사용대차계약을 추가로 체결했습니다. 두 계약 모두 피고가 원고로부터 석유제품 전량을 구매해야 하는 의무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2018년 4월 중순부터 5월, 그리고 7월에 걸쳐 원고로부터 석유제품을 전혀 구매하지 않고 다른 판매업자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주유소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2018년 6월과 7월에 내용증명을 보내 계약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이후 피고는 2019년 3월 15일 원고에게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하여 계약 종료 의사를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전량구매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피고가 석유제품 전량 구매 의무를 위반했는지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 전량 구매 조항 및 손해배상 예정 조항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어 무효인지 여부, 손해배상 예정액이 과다하여 감액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시설물 사용대차 계약이 해지로 종료되었는지 또는 계약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126,309,330원 및 이에 대하여 2020년 3월 4일부터 2021년 1월 27일까지는 연 6%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 중 2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주유소 전량구매 의무 및 이에 따른 손해배상 예정 조항이 공정거래법이나 약관규제법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주유소 운영자인 피고가 시설물 무상 지원 등 이익을 얻었고, 계약 갱신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었으며, 충분히 계약 내용을 숙지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피고가 약 4년 4개월간 전량구매 의무를 준수했고, 원고가 위반 사실을 알고도 계약을 유지했던 점, 양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차이 등을 고려하여, 공급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예정액은 당초 계약된 금액인 421,031,100원의 30%인 126,309,330원으로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한편, 시설물 사용대차 계약은 원고가 계약 해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지 않았고 피고가 갱신 거절 통보를 함으로써 이미 계약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해지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본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이 법은 사업자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불공정거래 행위를 하는 것을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원고의 '전량구매 조항'이 피고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거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의결 내용을 참조하여, 당사자 합의에 따른 전량구매 약정이면서 시설물 무상 지원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1년 초과 계약 기간도 인정될 수 있으며, 피고가 갱신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들어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규제법): 이 법은 사업자가 미리 정해 놓은 계약 조항인 '약관'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경우 이를 무효로 만드는 것을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전량구매 조항과 손해배상 예정 조항이 약관규제법상 무효인지 여부가 다투어졌습니다. 법원은 계약이 자동 갱신될 때 피고가 자유롭게 종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고, 시설물 무상 지원의 대가로 계약 기간이 연장된 점, 원고의 브랜드 가치 보호 및 시설물 가치 하락 보전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조항들이 약관규제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이 조항은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당사자들이 미리 약정할 수 있도록 하며, 만약 예정된 배상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본 사례에서 법원은 피고의 전량구매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예정액이 당초 계약상 421,031,100원이었으나, 피고가 오랜 기간(약 4년 4개월) 계약을 준수했고, 원고가 위반 사실을 알았음에도 계약 유지를 선택했던 점, 양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차이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손해에 비해 '부당히 과다'하다고 판단하여 126,309,330원으로 감액했습니다. 이는 손해배상 예정액이 실질적인 손해를 넘어 채무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입니다.
상법 및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이 법률들은 금전 채무 불이행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이자율을 규정합니다. 상법은 통상적인 상거래 채무에 대한 이율(연 6%)을 정하고,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소송이 제기된 이후의 지연손해금에 대해 더 높은 이율(연 12%)을 적용하여 채무 이행을 독려합니다. 본 판결에서도 판결 선고일까지는 상법에 따른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이율이 적용되었습니다.
주유소 공급 계약이나 이와 유사한 장기적인 독점 계약을 체결할 때는 '전량구매 의무'와 같은 핵심 조항과 '손해배상 예정' 조항을 신중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시설물 지원 등의 이익이 있는 경우 이러한 의무가 부과될 수 있으며, 계약 기간과 위약금 조항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 체결 시 제공받는 설명서나 관련 서류의 내용이 실제 계약서 내용과 다르거나 특정 의무를 면제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면, 이를 명확히 서면화하여 개별 약정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히 설명서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개별 약정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약상 손해배상 예정액이 정해져 있더라도, 채무 불이행의 정도, 계약의 목적과 내용,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실제 발생한 손해와의 균형 등을 고려하여 법원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하면 감액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위약금 조항으로 인해 불합리한 피해를 입을 경우 감액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계약을 종료할 때는 '해지'와 '기간 만료'의 차이를 분명히 이해하고 적절한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특히 시설물 사용대차와 같이 특정 요건 충족 시 손해배상이 예정된 계약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계약이 종료되는지에 따라 책임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계약 해지 의사를 명확히 통보하고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므로, 사업자와의 계약에서 특정 의무(예: 전량구매)가 부당하게 강요되거나 사업 활동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시설물 무상 지원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약정은 불공정거래행위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