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노동
비료 및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E 주식회사의 여수공장에서 실험분석 업무를 수행하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의 지휘·명령을 받으며 피고 회사의 사업에 편입되어 근무했으므로 파견근로자에 해당하고 직접 고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체결한 도급계약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원고 A, B, C에 대해서는 구 파견법상 고용 의제 규정에 따라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했고, 원고 D에 대해서는 개정 파견법상 직접 고용 의무 규정에 따라 피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도록 판결했습니다.
피고 E 주식회사는 1994년 8월경부터 여수공장 내 실험분석팀 업무의 일부를 협력업체에 도급 형식으로 맡겼습니다. 원고 A, B, C은 G사에 입사한 후 실험분석팀에서 근무하다 협력업체가 H으로 변경되자 H으로 소속을 옮겨 계속 근무했으며, 원고 D는 2012년 4월 H에 입사하여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E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3교대로 근무하며 비료 생산 공정의 원료, 중간 생산물, 완제품 등의 성분을 분석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는 실험분석팀 전체에 업무 지시를 내렸고, 분석 주기나 방법 등을 수시로 변경했으며, 원고들의 휴가 승인에도 관여했습니다. 반면 협력업체는 원고들의 채용과 임금 지급 등을 담당했지만, 피고가 제공한 시설과 장비를 주로 사용했고, 업무 지시에 대한 독자적인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협력업체에 지급되는 도급대금은 투입 인원과 시간에 비례하여 산정되었고, 이 사건 협력업체는 피고로부터 위탁받은 업무 외에 주력 사업이 없어 독립적인 기업조직으로서의 실체가 부족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자신들이 실질적인 피고 E 주식회사의 파견근로자이므로 직접 고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E 주식회사와 협력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이 실질적으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만약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면 피고에게 원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 E 주식회사가 협력업체와 체결한 계약이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이지만, 실제로는 원고들에 대한 작업 지시, 근무 관리, 업무 내용 변경 등에서 피고가 실질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으며, 원고들의 업무가 피고의 핵심 사업에 유기적으로 편입되어 수행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 A, B, C은 구 파견법에 따라 피고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간주되는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고, 원고 D는 개정 파견법에 따라 피고가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는 근로자로 인정받아 피고에게 고용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부과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도급계약의 외형에도 불구하고 근로관계의 실질을 중시하여 파견근로자 보호의 취지를 재확인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적용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1. 파견근로자 판단 기준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합니다. 주요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원고들의 업무 배치 및 변경이 피고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졌고, 업무 수행 방법도 피고가 구체적으로 정했으며, 피고 소속 근로자와 함께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근무하는 등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명령과 사업 편입이 인정되어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 구 파견법 제6조 제3항 (고용의제 규정)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2년의 사용 기간이 만료된 다음 날부터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 규정은 적법한 파견뿐 아니라 허가받지 않은 불법 파견에도 적용됩니다.
3. 개정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1호 (직접고용의무 규정) '개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용사업주가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업무(예: 제조업의 직접 생산 공정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