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주주 A와 B는 회사 H의 주식을 I 회사에 팔고 계약금을 받았으나 I 회사가 잔금 33억 원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I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H 회사의 대표이사인 C는 잔금 지급 담보로 자신의 H 회사 주식 22,388주를 A와 B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했습니다. I 회사의 잔금 미지급으로 A와 B는 담보로 잡은 주식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H 회사에 명의개서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이후 H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C 외 4명의 이사진이 선임될 때, C가 담보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했습니다. 이에 A와 B는 현재 이사진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A와 B가 주식의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고 담보권자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조건도 충족되지 않았으며, 이사진의 직무를 긴급히 정지해야 할 필요성도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2015년 12월 8일, A와 B는 H 회사 주식 4,616주씩 총 9,232주를 I 회사에 55억 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 22억 원을 받았습니다. 같은 날, I 회사의 대표이사 C(H 회사의 대표이사 겸임)는 잔금 33억 원의 지급을 담보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H 회사 주식 22,388주를 A와 B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했습니다. 계약상 I 회사가 2017년 6월 30일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담보 주식이 A와 B에게 귀속되는 조건이 있었습니다. I 회사가 약속된 기한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2017년 8월 28일 A와 B는 H 회사에 담보 주식의 명의개서를 요구했습니다. H 회사는 이를 거부했고, 2019년 3월 29일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C 외 4명을 이사로 선임하는 결의를 했습니다. 이때 C는 담보로 제공된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했습니다. A와 B는 H 회사와 I 회사, 그리고 C를 상대로 주식 명의개서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별도로 제기하여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A와 B는 주주총회 결의의 무효를 주장하며, 현재 이사진의 직무집행정지를 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I 회사의 잔금 미지급으로 인해 채권자 A와 B가 담보로 제공된 H 회사의 주식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A와 B가 주주명부에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H 회사에 대해 주주로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현재 H 회사의 이사 및 대표이사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할 정도로 긴급한 보전의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채권자 A와 B가 제기한 이 사건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이 담보로 제공된 주식의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했다고 볼 만한 충분한 증거(정산 절차 이행 등)가 부족하고, 설령 양도담보권자라 하더라도 명의개서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이사진의 불법적인 경영 활동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고, 주식 소유권 관련 분쟁은 현재 진행 중인 본안 소송에서 다투어질 문제이므로, 본안 소송 전에 이사진의 직무를 긴급하게 정지해야 할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이번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만족적 가처분 신청의 엄격한 요건: 이 사건과 같이 임원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은 본안 소송 판결로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는 '만족적 가처분'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가처분은 본안 소송 전에 채권자가 최종적인 만족을 얻는 것과 같으므로, 법원은 피보전권리(주장하는 권리)의 존재가 명백하고, 본안 소송을 통해 권리를 실현하기 어렵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발령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2. 주식의 양도담보와 정산절차: 채권의 담보 목적으로 주식을 채권자에게 이전하는 경우, 특별한 약정이 없다면 '정산 절차를 요하는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로 추정됩니다. 채권자가 담보 주식의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적절하게 평가하여 채무액에 충당하고 남은 금액을 돌려주거나, 평가액이 채무액보다 적을 경우 그 내용을 채무자에게 알리는 등의 '정산 절차'를 마쳐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들은 이러한 정산 절차를 거쳤음을 소명하지 못해 주식의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했다고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3. 주주명부상 주주주의와 주주권 행사: 회사와의 관계에서는 '주주명부'에 기재된 자만이 주주로서 의결권 등 주주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이는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주주명부에 기재되지 않은 자가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주주명부 기재나 명의개서 청구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되었다는 등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될 때뿐입니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들은 명의개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고, 회사가 명의개서를 거부한 것이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주주권 행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4. 양도담보권자의 의결권 행사 조건: 주식을 담보 목적으로 양도하여 양수인이 양도담보권자 지위에 있는 경우에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는 양도담보권자가 주주의 자격을 갖지만, 이는 '명의개서'가 이루어지고 '의결권 등 공익권을 유보하는 약정'이 없어야 가능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채권자들이 주식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까지 채무자 C에게 의결권을 유보한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유사한 주식 담보 계약이나 매매 분쟁 상황에 놓일 경우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세요. 첫째, 주식 매매 계약 또는 담보 계약을 체결할 때, 잔금 미지급 등 계약 불이행 시 담보 주식의 소유권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정산 방법을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둘째, 양도담보의 경우, 채권자가 담보 주식의 소유권을 확정적으로 취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채무자에 대한 정산 절차(주식의 적정 가격 평가, 채권 충당 후 잔액 반환 또는 통지 등)를 거쳐야 합니다. 셋째, 주식의 소유권이 이전되었더라도 회사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주주명부에 명의개서를 완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명의개서 절차가 지연되거나 거절될 경우에도 그 정당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넷째, 회사 경영진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가처분 신청은 회사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법원에서는 피보전권리(주장하는 권리)의 존재가 매우 명백하고 직무 정지가 필요한 긴급한 사유(보전의 필요성)가 소명될 때만 예외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단순히 권리 다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인용되기 어렵습니다. 다섯째, 회사 임원의 불법 행위가 의심될 경우, 주주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거나 위법 행위에 대한 유지청구를 하는 등 다른 법적 수단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