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실험실 배기장비 제조업체인 원고 주식회사 A는 피고 B가 자신의 등록 디자인과 동일한 실험대를 제작·납품하여 디자인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170,410,960원의 손해배상과 함께 침해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원고는 피고가 다른 업체들과 공모하여 입찰 경쟁에서 자신을 배제시키기 위한 허위 입찰(가장응찰)을 했다며 추가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디자인이 등록 전 원고 스스로 경찰청에 납품함으로써 이미 대중에게 공개(공지)되어 신규성을 상실했고, 신규성 상실의 예외 규정 적용을 위한 절차도 밟지 않았으므로 원고의 디자인권 행사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장응찰 주장에 대해서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아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실험실 배기장비 제조사로서 특정 실험대 디자인에 대한 디자인권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2018년 10월 9일 경찰청에 이 디자인과 동일한 실험대 38대를 이미 납품했습니다. 2019년 5월, 서울지방조달청은 경찰청의 요청으로 실험대 40대 구매 입찰을 공고했는데, 이때 원고가 2018년에 납품했던 실험대 사진을 샘플 이미지로 게시했습니다. 원고 또한 이 입찰에 참여했으나 1억 8천만 원을 투찰했고, 피고 B는 1억 5천9백2십2만9천2백9십 원을 투찰하여 1순위로 낙찰받았습니다. 이후 피고는 원고의 디자인과 동일한 실험대를 제작하여 경찰청에 납품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를 디자인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피고가 디자인 등록 사실을 몰랐고 디자인이 동일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의 항고로 재수사가 이루어졌지만, 검찰은 원고의 디자인이 2018년 납품으로 이미 '공지'되어 신규성을 상실했고, 신규성 상실 예외 요건을 갖추지 못해 등록이 무효라고 판단하며 다시 '혐의없음' 처분했습니다. 결국 원고는 민사소송을 통해 피고에게 디자인권 침해로 인한 170,410,960원의 손해배상과 침해 금지를 청구했습니다. 더 나아가 피고의 배우자가 대표인 주식회사 H와 주식회사 I가 실제 입찰 의사 없이 피고와 공모하여 가장응찰을 하여 원고가 낙찰받지 못하게 했다며 추가 손해배상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B가 원고 A의 등록 디자인과 동일한 실험대를 제작·납품한 것이 디자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 A의 디자인권 행사가 등록 전 디자인의 공개로 인한 '신규성 상실'에도 불구하고 적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B가 다른 회사들과 공모하여 원고 A를 입찰에서 배제하기 위한 '가장응찰'을 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B는 원고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거나 실험대 생산·납품·판매를 중단할 의무가 없게 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원고 주식회사 A가 피고 B에게 제기한 디자인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및 침해금지 청구, 그리고 가장응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디자인이 등록 전 스스로 공개되어 신규성을 상실했고, 신규성 상실의 예외 규정 적용을 위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원고의 디자인권 주장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가장응찰 주장은 증거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는 자신의 디자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게 되었고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디자인보호법의 주요 원칙과 그 적용에 관한 중요한 사례입니다.
디자인보호법 제33조 제1항 (디자인등록의 요건: 신규성): 이 법 조항은 디자인이 특허청에 등록되기 위해서는 '새로움'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출원 시점에 국내외에 이미 알려져 있거나 유사한 디자인이 있다면 신규성을 상실하여 등록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자신의 디자인을 등록하기 전인 2018년 10월 9일, 이미 경찰청에 동일한 디자인의 실험대를 납품함으로써 해당 디자인이 '공연히 실시'되어 대중에게 알려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디자인 등록 요건 중 하나인 신규성을 상실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디자인보호법 제36조 제1항, 제2항 (신규성 상실의 예외): 이 법 조항은 디자인을 등록받을 권리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디자인을 어쩔 수 없이 먼저 공개한 경우,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신규성이 상실되지 않은 것으로 예외를 인정해 주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 예외 규정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디자인등록출원서를 제출할 때나 디자인등록거절결정 또는 디자인등록결정의 통지서가 발송되기 전 등 법률이 정한 시기에 '신규성 상실의 예외' 적용 취지를 적은 서면과 증명 서류를 특허청장 또는 특허심판원장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디자인을 출원할 당시 또는 그 이후에도 이러한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신규성 상실의 예외 규정을 적용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디자인은 등록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유를 가지고 있다고 본 것입니다.
권리남용: 법원은 위와 같이 신규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신규성 상실의 예외 규정 또한 적용받지 못하는 '등록무효 사유'가 있는 디자인에 대해 원고가 디자인권을 행사하여 피고에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법적 권리라 할지라도 그 행사가 공공의 질서나 선량한 풍속에 반하거나,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려는 목적이거나, 사회 경제적 기능을 벗어나는 경우 등에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의 일반 원칙입니다.
디자인보호법 제115조 제1항 (손해배상청구) 및 제113조 제1항 (침해금지청구): 원고는 피고가 자신의 등록된 디자인권을 침해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하고 침해 행위를 중단하라고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원고의 디자인권 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함으로써, 원고의 디자인권은 사실상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디자인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침해금지 청구 또한 이유 없다고 보아 기각되었습니다. 디자인권이 적법하게 보호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침해를 주장하며 구제 조치를 요청할 수 없습니다.
만약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했다면,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을 출원하기 전에 해당 디자인을 판매하거나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디자인보호법은 디자인이 '새로운 것(신규성)'이어야만 등록을 해주고 보호해 줍니다. 따라서 등록 전에 스스로 디자인을 공개했다면, 원칙적으로 해당 디자인은 신규성을 상실하여 디자인권을 보호받기 어려워집니다. 다만, 디자인보호법은 등록 전에 디자인을 공개했더라도 특정 요건을 갖추면 '신규성 상실의 예외'를 인정해 주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 예외 규정의 적용을 받으려면, 디자인등록출원서를 제출할 때나 특정 시기까지 반드시 그 취지를 적은 서면과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특허청장이나 특허심판원장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이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자신이 개발한 디자인이라도 신규성 상실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없어 등록이 무효가 될 수 있고, 그 디자인권을 가지고 타인의 침해를 주장하더라도 '권리남용'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입찰 과정에서 다른 경쟁자가 허위 입찰(가장응찰)을 했다고 주장할 때는, 단순히 관련자들의 가족 관계만으로는 부족하며, 해당 업체들이 실제 제품을 생산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야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