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축산물 유통업체인 원고들이 학교급식 전자조달 시스템(EAT시스템) 운영사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상대로 시스템 24개월 사용제한 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들의 입찰 담합 행위가 형사 판결로 유죄 확정되자, 피고는 EAT시스템 이용 약관에 따라 사용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약관 설명의무 위반, 비례의 원칙 위반, 신의성실 및 권리남용 위반, 그리고 약관의 소급적용 위법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피고의 처분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들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여러 고등학교의 학교급식 축산물 지명제 전자입찰 과정에서 담합 행위를 하여 입찰의 공정을 방해했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들의 담당자 및 대표이사는 형법 제315조 위반(입찰방해) 혐의로 약식 기소되었고, 정식 재판을 거쳐 2017년 1월 11일 벌금형의 유죄가 선고되어 같은 해 10월과 12월에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피고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8년 3월 5일, EAT시스템 이용 약관(제7차 개정 약관)에 따라 원고들에게 24개월간 시스템 사용을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이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가 EAT시스템 이용 약관의 중요 내용을 원고들에게 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피고의 24개월 시스템 사용제한 처분이 비례의 원칙,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남용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개정된 약관을 소급 적용하여 처분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가 원고들에게 한 EAT시스템 24개월 사용제한 처분은 유효하다고 판단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원고들의 입찰 담합 행위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24개월 사용제한 처분이 비례의 원칙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제재의 요건이 되는 형사 판결의 확정 시점이 개정 약관 시행 이후였고 기존 약관에도 유사한 제재 규정이 있었으므로, 개정 약관의 적용이 소급 적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처분이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약관규제법) 제3조 제3항 (설명의무): 사업자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법령으로 정해진 내용을 반복하거나, 거래상 일반적이고 고객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은 설명의무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입찰 담합이 법률상 금지된 행위이고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 기존 약관에도 유사한 제재 규정이 있었던 점 등을 들어 피고에게 별도의 설명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제2항 (불공정 약관조항):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고객이 계약의 거래형태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또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본질적인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 등은 무효로 봅니다. 원고들은 시스템 사용 제한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 신의성실의 원칙 및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입찰 담합 행위의 중대성, 자유 경쟁 훼손, 부당 이득 취득 등을 고려할 때 처분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공동행위를 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안 됩니다. 입찰 담합은 이 조항이 금지하는 대표적인 부당 공동행위입니다. 형법 제315조 (입찰방해): 위계 또는 위력 기타의 방법으로 입찰 또는 경매의 공정을 해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원고들의 임직원들은 이 조항에 따라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소급적용 금지 원칙: 일반적으로 법률이나 규정은 그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실에 대해 소급하여 적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제재의 요건이 되는 '형사 판결의 확정' 시점이 개정 약관 시행 이후였고, 기존 약관에도 이미 입찰 담합에 대한 제재 규정이 존재했으므로, 법원은 개정 약관의 적용이 소급적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즉, 처분의 근거가 되는 사실 관계가 개정 약관 시행 이후에 완성되었음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입찰 담합 행위는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및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여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매우 심각한 행위로 간주됩니다. 전자조달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업자는 시스템 이용 약관을 면밀히 검토하고, 특히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 규정을 숙지해야 합니다. 이러한 제재 규정은 법률상 금지된 행위를 반복하거나 위반할 경우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약관이 개정될 경우, 개정된 내용에 대한 명확한 통지가 없더라도 법률상 금지된 행위를 다루는 조항의 변경은 사업자에게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용자가 스스로 변경 사항을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입찰 담합과 같이 법률상 명확히 금지된 행위를 반복하여 저지른 경우, 그에 따른 시스템 이용 제한 처분은 비례의 원칙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벌의 강도는 위반 행위의 내용과 반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제재 처분의 근거가 되는 약관 조항이 개정되었더라도, 행위 당시에도 유사한 내용의 제재 규정이 존재했고, 제재 요건이 되는 형사 판결 확정 시점이 개정 약관 시행 이후라면 소급 적용으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핵심은 '처분 요건 발생 시점'과 '규정의 본질적 변화 여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