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황달과 고열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던 환자가 의식 저하, 구음장애 등 증세 후 뇌출혈로 사망하자, 유족들이 피고 병원 의료진의 뇌출혈 진단 및 치료 지연과 고나트륨혈증에 대한 부적절한 치료가 사망의 원인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료진에게 과실이나 망인의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망인 D은 2017년 12월 17일 황달, 전신 통증과 고열 증상으로 피고가 운영하는 F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평소 소주 12병을 마시다가 1개월 전부터 중단했으며, 1주일 전부터 황달이 심하고 오한이 지속되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진찰 결과 전신 황달, 39℃의 발열, 의식 혼미(기면 상태)가 확인되었고, 혈액 및 영상 검사에서 심한 간기능 부전, 혈색소 부족, 백혈구 증가, 감염 인자 증가 소견과 복부 CT상 복수, 늑막삼출, 콩팥 손상 등이 의심되어 '급성간염' 내지 '(알코올에 의한) 급성 만성간질환'으로 진단받고 입원했습니다.
입원 후 망인은 2017년 12월 18일 의식이 명료해지는 등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12월 20일부터 말이 어눌해지고 의식이 다시 혼미해졌습니다. 12월 22일에는 자발적으로 눈을 뜨는 상태였으나 안구가 왼쪽으로 편향되고 전신 떨림 증상을 보여 뇌파검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간질발작이 아닌 알코올성 진전섬망 증상에 가까운 소견이 확인되어 경과관찰을 계속했습니다.
2017년 12월 23일 혈액 검사에서 혈중 나트륨 수치가 160mEq/L(정상범위 135150mEq/L)로 높게 측정되자 의료진은 수분을 공급하며 경과관찰을 했습니다. 12월 24일과 25일 새벽에는 망인의 의식 상태가 GCS 14~15점으로 완전히 명료해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12월 25일 07:41경 다시 구음장애를 보이다가 같은 날 23:30경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79%로 떨어지며 혼수상태에 빠졌고, 자발호흡이 소실되었습니다.
이에 의료진은 2017년 12월 26일 01:50경 기관내 삽관 및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작했고, 02:54경 뇌 CT 검사 결과 대량의 뇌실질내 출혈 및 뇌내출혈이 확인되었습니다. 의료진은 뇌압 조절을 위한 응급 수술(뇌실내배액관 삽입술)을 06:07경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12:30경부터 심실빈맥이 나타나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 자발순환을 회복시켰음에도 망인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017년 12월 28일 새벽 뇌내출혈의 후유증인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뇌출혈에 대한 진단 및 치료를 지연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고나트륨혈증에 대해 부적절한 치료를 하여 뇌출혈 및 심정지를 유발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한 두 가지 의료과실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먼저, 뇌출혈 진단 및 치료 지연 주장에 대해 법원은 망인의 입원 당시 뇌 CT 촬영 결과 특이 소견이 없었고, 이후 신경과 전문의의 협진 의견과 의료 감정 결과를 종합할 때 2017년 12월 22일 당시 뇌 MRI 검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으며, 뇌출혈은 의식이 호전된 후 2017년 12월 25일 의식 저하 직전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아 의료진에게 진단 및 치료 지연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으로, 고나트륨혈증 부적절 치료 주장에 대해서는 의료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고나트륨혈증 교정 시 빠른 교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천천히 보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의료진이 수분 공급을 증량하고 추적 검사를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설령 의료진에게 고나트륨혈증 치료에 과실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뇌출혈 원인이 고혈압성 뇌내출혈이나 간기능 부전에 의한 출혈성 경향 증가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인용하며 의료진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적용한 주요 법리와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최선의 조치'는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인정되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되며, 진료 환경,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됩니다.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 등 참조) 진단상의 과실 판단 기준: 진단은 환자의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 진행 정도를 밝혀내어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게 하는 의료행위의 출발점입니다. 진단상의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는 비록 완벽한 진단이 항상 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의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 윤리, 의학 지식 및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를 신중하고 정확하게 진찰하고 진단하여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과실이 존재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과실과 환자의 사망 또는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원고 측이 입증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설령 고나트륨혈증 치료에 과실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망인의 뇌출혈 발생 원인이 고혈압성 뇌내출혈의 가능성이나 간기능 부전에 의한 출혈성 경향 증가로 보인다는 의료 감정 결과를 근거로, 의료진의 고나트륨혈증 치료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사한 의료 분쟁 상황에 놓이셨다면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의 증상 변화에 따른 의료 기록, 특히 의식 변화나 신경학적 증상 등 중대한 변화 발생 시 의료진이 어떤 진단 및 치료 조치를 취했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의료 소송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해당 의료행위가 이루어진 시점의 '일반적인 의료 수준'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했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이에는 다른 전문가의 의학적 감정 결과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정 질병이나 증상에 대한 표준적인 치료 가이드라인이나 의학적 기준이 있다면, 의료진의 처치가 이러한 기준에 부합했는지 판단하는 데 참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나트륨혈증과 같이 급격한 교정이 위험할 수 있는 경우 교정 속도에 대한 지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실이 환자의 사망 또는 손해 발생의 '상당한 인과관계'로 이어졌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손해배상이 가능합니다. 즉, 의료진의 과실이 없었더라면 환자가 사망하지 않았거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 밝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