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침해/특허
피고인 A이 운영하는 B주식회사가 일본 C사와의 국내 총판 계약이 해지된 후에도 C사의 등록 상표 'E'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건강식품을 판매하고, C사 제품이 아닌 유사 원료로 만든 제품을 C사 제품인 것처럼 허위로 표시하여 판매한 사건입니다. 이로 인해 피고인 A은 상표법 위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피고인 B주식회사는 대표자인 A의 업무 관련 위반 행위에 대해 함께 기소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피고인 A이 운영하던 J 주식회사(이후 B 주식회사로 변경)는 2008년 9월 1일부터 일본 C사의 국내 독점 총판으로서 'E' 상표의 건강식품과 비료 등을 수입·판매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 7월 9일, C사는 대금 미지급 등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피고인 A 측에 판매기본계약 해지를 통보했으며, 계약 약정에 따라 더 이상 C사의 상표가 부착된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A은 2012년 7월 10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 C사의 등록 상표 'E'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부착한 건강식품 등 약 22억 6천만 원 상당의 제품 22,025개를 국내에 판매하여 C사의 상표권을 침해했습니다. 또한 2012년 7월 10일부터 2016년 9월까지 J 주식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 첫 화면에 C사의 공장 사진과 'E' 상표를 표시하여 사용하고, 2014년 8월 25일에는 신문 광고에도 'E' 상표가 부착된 비료 제품 사진을 게재하여 상표권을 침해했습니다. 더 나아가 피고인 A은 C사와의 계약 해지로 원료 확보가 어려워지자, 2012년 9월경 일본의 다른 업체인 'T'로부터 유사 원료를 수입한 후, 실제로는 C사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C'가 제조원 및 원산지로 기재된 기존 제품 포장지 680개에 해당 원료를 소분하여 재포장한 후, 2012년 10월 23일부터 2012년 11월 24일까지 약 2,526만 원 상당의 'K' 제품을 판매하여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는 행위와 식품위생법상 표시 기준 위반 행위를 저질렀습니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 변호인은 판매된 상품 중 일부는 계약 해지 전 공급받은 재고 상품이며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배척했습니다.
계약 해지 후에도 C사의 'E'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제품을 판매하고 광고한 행위가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다른 회사의 원료로 제품을 만들고도 C사 제품인 것처럼 제조원 및 원산지를 허위 표시하여 판매한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품 품질 오인 유발) 및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변호인이 주장한 재고 상품 판매가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는 주장이 인정되는지, 상표법 위반죄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가 별도로 성립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 피고인 B주식회사에게 벌금 1,000만 원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측의 '재고 상품 판매는 상표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피고인 회사의 회계 자료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전체 판매량 중 재고 상품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며 대부분 C로부터 공급받지 않은 상품이었다고 판단하여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또한, 상표법 위반죄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는 구성요건과 행위 태양이 다르므로 실체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가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A과 그가 운영하는 B주식회사는 계약 해지 이후에도 피해자의 상표권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이나 출처를 오인하게 만드는 허위 표시 제품을 판매한 혐의가 모두 인정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는 타인의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허위 사실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대해 법원이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상표권 침해, 부정경쟁행위 및 식품 표시 기준 위반과 관련된 다양한 법률이 적용되었습니다.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3조 (상표권 침해죄): 등록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부착한 제품을 판매하거나 광고하는 행위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며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피고인 A은 계약 해지 후에도 일본 C사의 등록 상표 'E'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여 제품을 판매하고, 홈페이지 및 신문 광고에 게시함으로써 C사의 상표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재고 상품 판매' 주장을 배척하고, 상당수의 판매된 제품이 C로부터 공급받지 않은 상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3항 제1호, 제2조 제1호 사목 (대리인의 상표권 무단 사용행위): 파리협약 등 국제조약에 따라 등록된 상표의 권리자의 대리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해당 상표를 지정 상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피고인 A은 C사의 국내 총판으로서 대리인 관계에 있었으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후 1년 이내에 C사의 상표를 무단 사용하여 제품을 판매한 점이 인정되어 이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3항 제1호, 제2조 제1호 바목 (상품품질 오인 유발행위): 타인의 상품을 사칭하거나 상품 또는 광고에 상품의 품질, 내용, 제조방법, 용도 또는 수량의 오인을 일으키게 하는 선전 또는 표지를 하거나, 이러한 방법이나 표지로써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피고인 A은 실제로는 C사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본 'T'사로부터 수입한 원료를 C사 제품 포장지에 재포장하여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한 행위로 이 법률을 위반했습니다.
구 식품위생법(2018. 3. 13. 제1548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7조 제1호, 제10조 제2항, 제1항 (표시기준 위반): 식품위생법에 따라 표시에 관한 기준이 정해진 식품은 그 기준에 맞는 표시가 없으면 판매할 수 없으며, 식품을 소분하여 재포장하는 경우 해당 식품의 원래 표시사항을 변경해서는 안 됩니다. 피고인 A은 일본 'T'사로부터 원료를 수입하여 'V'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고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C' 제조원 및 원산지 표시가 있는 포장지에 소분하여 재포장하고 판매함으로써 식품의 표시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형법 제37조 (경합범) 및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도11550 판결: 법원은 피고인 측이 상표법 위반죄가 성립하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가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이 두 죄는 그 구성요건과 행위태양 등이 다르므로 형법 제37조 전단의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법규에 의해 처벌될 수 있을 때 각각의 죄가 독립적으로 성립하여 형이 합쳐질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사업 계약 관계가 종료될 때는 상표권 사용, 재고 처리, 홍보물 사용 등에 대한 계약 조항을 철저히 검토하고 준수해야 합니다. 특히, 타인의 등록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기존에 사용하던 상표와 유사하여 소비자의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는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제품의 원산지, 제조원, 성분 등 소비자가 제품의 품질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보는 반드시 정확하게 표시해야 하며, 허위 표시나 오인 유발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뿐만 아니라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계약 해지 후 재고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도 상표권자와의 명확한 합의나 계약상 허용 조항이 없다면 상표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기업의 대표자나 임직원의 불법 행위는 회사 자체에도 법적 책임(양벌규정)을 지울 수 있으므로, 기업은 소속 임직원에 대한 법규 준수 교육 및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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