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장애 환자 병원 내 자살 시도로 인한 신체 손상 및 치료비 관련 판결

강박장애와 주요우울장애를 앓던 환자가 피고 병원 개방병동에 입원 중 메탄올과 피마자씨앗을 복용하여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는 양안 실명이라는 영구적인 시신경 손상을 입었고, 응급처치 과정에서 치아가 손상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환자와 그 부모는 병원의 의료 과실(자살 방지 주의의무 위반, 위험물품 관리 소홀, 응급처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병원은 미납된 치료비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병원의 의료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환자와 환자의 아버지에게 미납 치료비 3,140,13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병원에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반소피고) A: 강박장애와 주요우울장애를 앓으며 피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
• 원고(반소피고) B: 원고 A의 어머니
• 원고(반소피고) C: 원고 A의 아버지
• 피고(반소원고) 학교법인 D: F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학교법인

분쟁 상황

원고 A는 강박장애 및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던 대학생으로 2016년부터 피고 병원 F에서 입원 및 통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원고 A는 2016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한 전력이 있었고, 피고 병원의 보호병동과 개방병동을 오가며 치료를 받았습니다. 2017년 2월 개방병동으로 전실된 후 자살 위험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고, 외박 계획까지 세워진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4월 12일, 원고 A는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메탄올과 피마자씨앗을 복용하여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이 자살 시도로 원고 A는 양안 실명이라는 영구적인 시신경 손상을 입었으며, 응급처치 과정에서 이 사건 치아(하악 우측 중절치)가 결손되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원고 A와 그 부모는 병원이 자살을 방지하지 못하고 위험물품 관리를 소홀히 했으며 응급처치에 과실이 있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한편 병원은 원고 A의 입원 치료비 중 3,140,130원이 미납되었다며 반소로 이를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의료진이 강박장애 환자의 자살 시도를 예측하고 방지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병원이 환자의 소지품 중 위험 물품(메탄올, 피마자씨앗) 관리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 응급처치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로 환자의 치아가 손상되었는지 여부,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에 미납된 치료비를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원고(반소피고) A, C는 연대하여 피고(반소원고)에게 3,140,13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12. 27.부터 2019. 5. 31.까지는 연 1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반소피고)들의 본소 청구(손해배상)와 피고(반소원고)의 원고(반소피고) B에 대한 반소 청구 및 원고(반소피고) A, C에 대한 나머지 반소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본소로 인한 부분은 원고(반소피고)들이 부담하고, 반소로 인한 부분 중 원고(반소피고) A, C와 피고(반소원고)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원고(반소피고) A, C가, 원고(반소피고) B과 피고(반소원고)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피고(반소원고)가 각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의료진이 환자 A의 자살 위험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병동(보호병동/개방병동) 변경 및 치료를 적절하게 수행했다고 보아 자살 방지 및 위험물품 관리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응급처치 중 치아 손상은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합병증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여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원고 A와 부모 중 원고 C가 입원약정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했기에, 미납된 치료비 3,140,130원을 연대하여 병원에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B는 연대보증한 사실이 없어 치료비 지급 의무가 없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의료 과실 판단 기준: 대법원은 의료 과실을 판단할 때 의료인이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으며, 같은 업무와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적인 보통인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삼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 의료 환경, 의료 행위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3도14079 판결 인용). 본 사건에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강박장애 및 우울증 환자인 원고 A의 자살 위험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보호병동과 개방병동 입원 여부를 결정하며 간호사 등을 통해 상태를 관찰하는 등 일반적인 임상의학 수준에 비추어 적절한 치료 조치를 취했기에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자살 시도에 사용된 메탄올과 피마자씨앗은 개방병동의 일반적인 위해도구 목록에 명시되지 않았고, 환자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판단된 시점이었으므로 모든 위험물품까지 예측하여 관리할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또한 응급 튜브 삽관 중 치아 손상은 그 발생 빈도 및 환자 상태에 따라 증가할 수 있는 합병증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제1항: 이 법률은 민사소송에서 금전 채무 불이행 시 적용되는 지연손해금 이율에 관한 특별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반소 청구가 인정된 치료비에 대해 반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인 2018년 12월 27일부터 2019년 5월 31일까지는 개정 전 규정에 따라 연 1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개정된 규정에 따라 연 12%의 비율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되었습니다. 이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법정 이율이 변경되었을 때, 각 기간에 해당하는 이율을 적용하도록 한 원칙을 따른 것입니다.

참고 사항

1. 정신질환 치료 중 자해나 자살 시도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의료기관은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라 병동 배치(개방병동/보호병동)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주기적인 위험성 평가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2. 의료기관은 자해·자살에 사용될 수 있는 위해도구나 반입금지 물품 목록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병동 특성에 맞게 소지품 검사 등 관리를 해야 하지만 모든 독성 물질의 반입까지 예측하여 차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3.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는 것처럼 보여도 자살 시도 가능성은 상존할 수 있으므로, 의료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환자의 상태를 주의 깊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응급 상황에서의 의료 처치 중 발생하는 합병증은 의료 과실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으며, 해당 합병증이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범위 내인지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5. 입원 치료 시 보호자 또는 환자 본인이 치료비 연대보증 약정서에 서명하면 미납된 치료비에 대한 책임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약정서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6. 연대보증 계약은 서명 또는 날인이 있어야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본인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경우 연대보증 책임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