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심한 두통으로 병원에 내원한 망인 D이 파열성 뇌동맥류 진단을 받고 피고 병원에서 코일색전술을 시행했습니다. 시술 중 뇌동맥류 재파열과 혈전 발생으로 응급 혈전용해술까지 받았으나, 이후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시술 선택, 시술 과정, 사전 조치, 혈전용해술, 수술 후 처치, 그리고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의료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D은 심한 두통으로 2012년 4월 30일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지주막하출혈과 뇌동맥류를 진단받았습니다. 2012년 5월 1일 재차 내원했을 때 파열성 뇌동맥류가 확인되었고, 피고 병원 의료진의 강한 권유로 5월 5일 입원하여 5월 6일 혈관 내 코일색전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중 코일 돌출로 인한 뇌동맥류 재파열이 발생하여 스텐트 보조 코일색전술이 이어졌습니다. 수술 직후 망인의 상태가 악화되어 혈전에 의한 뇌혈관 폐색이 의심되어 응급 혈전용해술을 시행했으나, 이후 의식이 혼수 상태로 악화되고 뇌출혈 및 뇌부종 증세가 심해져 2012년 5월 8일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가족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코일색전술의 치료방법 선택, 시술 중 재파열 및 혈전 발생에 대한 대처, 시술 전 혈전 형성 예방 조치, 혈전용해술 약물 투여, 개두술 미시행 등에서 과실을 저질렀으며, 수술에 대한 위험성 등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총 4억 2천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뇌동맥류 코일색전술의 치료방법 선택, 시술 과정에서의 술기상 과실, 시술 이전 혈전 예방 조치 미흡, 혈전용해술 시 과다한 약물 투여, 출혈 발생 후 개두술 및 혈종 제거술 미시행 등 의료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및 환자에게 수술의 위험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이 파열성 뇌동맥류로 이미 위중한 상태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의 코일색전술 및 혈전용해술 과정에서의 의료행위는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의료 수준에 따라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한 것이며, 설명의무 또한 충분히 이행했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와 의료과실 및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주요 법적 쟁점이었습니다.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 (의료 과실 판단 기준)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주의의무의 기준은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00. 7. 7. 선고 99다66328호 판결 등 참조). 법원은 망인에게 확인된 파열성 뇌동맥류는 재파열 위험성이 높아 신속한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코일색전술 중 재파열이 발생했으나 의료진이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했고, 혈전 발생 가능성을 인지한 후에도 환자 상태를 관찰하며 합리적인 치료 방법을 선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출혈 위험이 있는 환자에게 헤파린 대신 경구용 항혈소판제를 투여한 것이나, 혼수 상태의 환자에게 개두술을 시행하지 않은 것도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인 결정이었다고 보아 의료진에게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의료과실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의료행위는 전문성이 높아 일반인이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나 그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통해 과실을 추정할 수 있으나,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습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참조). 법원은 파열성 뇌동맥류는 자연적으로도 재출혈 및 혈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혈관벽이 약해 수술 중 재출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학적 사실을 고려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코일색전술 중 재파열이나 혈전 발생이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 의료진은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질병의 상태, 치료 방법, 예상되는 결과, 수술의 필요성과 위험성 및 부작용, 대체 치료 방법 등을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보호자인 배우자에게 수술동의서를 통해 수술의 목적, 과정, 그리고 '색전에 의한 뇌경색, 동맥류 파열과 혈관 손상에 의한 뇌출혈, 대퇴동맥 주위 혈종, 코일의 이동에 의한 뇌경색' 등의 예상 합병증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망인이 심한 두통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호자에게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도 타당하다고 보아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파열성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면 출혈량이 적더라도 재파열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신속하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보존적 치료 여부는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뇌동맥류 코일색전술은 혈관 내 시술이지만, 혈전 발생 가능성이나 재파열 위험이 상존하는 고난이도 시술입니다. 시술 선택 시 이러한 잠재적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해야 합니다. 환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와 동맥류의 특성(다발성 여부, 파열 여부 등)에 따라 의료진은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합니다. 특정 치료법이나 약물(예: 헤파린) 사용 여부는 출혈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습니다.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에는 수술의 목적, 과정, 예상 가능한 합병증, 다른 치료 방법 및 그 위험성 등을 의료진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설명을 듣고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며,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반드시 의료과실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과실 여부는 당시의 의료 수준과 환자 상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