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피고인은 대출을 받으려던 중 사기범에게 속아 자신의 증권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전달했습니다. 사기범은 카드의 IC칩을 이용하여 대출 서류를 만들고 카드는 돌려주겠다고 기망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대출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당 계좌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되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대가를 약속하고 접근매체인 체크카드를 대여했다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될 것을 인식하고 카드를 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은 2021년 9월 1일 대출 광고 문자를 받고 성명불상자에게 연락했습니다. 성명불상자는 피고인에게 '정상대출은 힘들고 직원우대상품 내부자대출이 가능하다. B증권 계좌를 개설하고 연결된 체크카드를 보내주면 카드의 IC칩으로 직원증을 만들고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만든 후 카드는 돌려주겠다. 900만 원을 5년간 금리 6.4%로 대출받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피고인은 이를 승낙하여 2021년 9월 2일 B증권 계좌를 개설하고 2021년 9월 7일 이 계좌에 연결된 체크카드 1매를 퀵서비스를 통해 성명불상자에게 교부했습니다. 하지만 약속된 대출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고인의 B증권 계좌로 560만 원이 입금되었다가 대부분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출금되었는데 이 돈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입금한 돈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이 대출을 위해 IC칩 이용을 목적으로 체크카드를 전달한 행위가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접근매체의 대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피고인이 카드를 넘겨줄 당시 다른 사람이 그 카드를 이용해 전자금융거래를 할 것을 인식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대출 서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직원증' 제작을 위해 체크카드의 IC칩이 사용될 것으로 믿었을 뿐, 다른 사람이 이 카드를 이용해 전자금융거래를 하도록 허락하거나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카드를 교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의 대여' 요건인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접근매체의 대여 등 금지) 이 법 조항은 누구든지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접근매체의 대여'를 '대가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이는 카드를 넘겨주는 사람이 상대방이 자신의 관리 없이 전자금융거래에 카드를 사용할 것을 인식해야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대출 서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직원증' 제작을 위해 IC칩만 사용될 것이라고 믿었고 이후 카드는 돌려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므로 다른 사람이 전자금융거래에 사용할 것을 허락하거나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무죄 판결) 이 법 조항은 피고인의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을 때 무죄를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매체 대여의 고의를 가졌다고 증명하기 어렵다고 보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대출을 미끼로 한 사기 수법은 매우 다양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터무니없이 좋은 대출 조건을 제시하거나 비정상적인 절차를 요구하는 대출 광고는 대부분 사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출을 받기 위해 본인 명의의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개설하여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개인정보를 제공하라는 요구는 금융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이므로 절대로 응해서는 안 됩니다. 금융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고객에게 실물 카드나 비밀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통장이나 체크카드가 다른 사람의 범죄에 이용될 경우 설령 무죄를 받더라도 오랜 기간 동안 법적 분쟁에 휘말려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의심스러운 문자나 전화는 즉시 끊고 금융감독원(1332)이나 경찰청(112)에 신고하여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카드를 보이스피싱에 사용될 것을 인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무죄 판결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으나 모든 유사 상황에서 무죄가 선고되는 것은 아님을 유의해야 합니다. 사기범의 전자금융거래 이용 의도를 명확히 인지했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