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조합의 교회 분양대상 제외 결정 무효 판결

E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E재개발조합')이 정기총회에서 재단법인 A와 B종교단체 D교회(이하 'D교회')를 조합원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하고 현금청산대상자로 변경한 관리처분계획 변경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입니다. 법원은 B종교단체 C교회(이하 'C교회')의 경우 조합원이 아니므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여 각하했습니다. 그러나 유지재단 A와 D교회에 대해서는 E재개발조합이 합의서 체결, 일부 보상금 지급, 건물 인도 등의 과정을 통해 유지재단 A에게 분양대상자 지위에 대한 신뢰를 주었음에도, 총회에서 합의서가 부결된 후 합리적인 추가 기회 없이 일방적으로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재단법인 A: 재개발구역 내 종교용지와 건물 소유주로 E재개발조합과 합의서를 체결하고 보상금을 받으며 종전 교회 건물을 인도했으나, E재개발조합 총회에서 현금청산대상자로 변경됨.
• B종교단체 C교회: 재단법인 A와 함께 E재개발조합과의 합의서에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조합원이 아니므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됨.
• B종교단체 D교회: 재단법인 A와 함께 E재개발조합 총회의 관리처분계획 변경 결의가 무효임을 주장한 당사자.
• E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으로, 총회 결의를 통해 재단법인 A와 D교회를 현금청산대상자로 변경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결의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음.

분쟁 상황

E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E재개발조합')은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며 재단법인 A(이하 '유지재단 A')와 B종교단체 D교회(이하 'D교회')가 소유한 종교용지와 건물에 대해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2022년 2월 21일 유지재단 A 등은 E재개발조합과 합의서를 체결하고, 합의서에 따라 종전 종교용지와 교회건물을 E재개발조합에 인도했습니다. E재개발조합은 이에 대한 계약금과 중도금 총 10억 원을 유지재단 A에게 지급했습니다.

합의서에는 E재개발조합의 조합원 총회 의결과 유지재단 A 등 당회의 승인을 얻는 경우 최종적 효력이 발생한다는 해제조건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2022년 3월 11일 E재개발조합 대의원회에서는 이 합의서 추인 안건이 가결되었으나, 같은 해 9월 3일 열린 E재개발조합 정기총회에서는 이 합의서 추인 안건이 부결되었습니다.

이후 E재개발조합은 유지재단 A가 정해진 기간 내에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23년 3월 11일 정기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하여 유지재단 A와 D교회를 조합원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하고 현금청산대상자로 추가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에 유지재단 A, C교회, D교회는 이 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1. B종교단체 C교회가 재개발조합의 관리처분계획 변경 결의 무효확인을 구할 소송 제기 자격(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2. E재개발조합과 재단법인 A 사이에 체결된 합의서의 효력이 해제조건(조합원 총회 부결) 성취로 상실되었는지 여부.
3. E재개발조합이 재단법인 A를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하고 현금청산대상자로 추가한 관리처분계획 변경 결의가 도시정비법상 절차를 위반하거나, 재단법인 A의 신뢰를 침해하여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1. 제1심판결 중 B종교단체 C교회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C교회의 소를 각하한다.
2. E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재단법인 A, B종교단체 D교회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3. C교회와 E재개발조합 사이의 소송 총비용은 C교회가 부담하고, 재단법인 A, D교회와 E재개발조합 사이의 항소비용은 E재개발조합이 부담한다. 즉, 법원은 C교회는 조합원이 아니므로 소송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했으나, 재단법인 A와 D교회에 대해서는 E재개발조합의 총회 결의 중 이들을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하고 현금청산대상자로 추가한 부분이 무효라고 최종적으로 판단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B종교단체 C교회의 경우 E재개발조합의 조합원이 아니며 합의서 체결만으로는 이 사건 결의의 효력 유무에 대한 직접적인 법률상 이해관계가 없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했습니다.

반면 재단법인 A의 경우, E재개발조합이 이사회 결정 및 대의원회 결의를 통해 합의서가 유효하다는 신뢰를 명시적으로 부여했고, 재단법인 A는 이 신뢰에 따라 종전 교회건물 인도를 완료하고 E재개발조합은 계약금 및 중도금 총 10억 원을 지급하는 등 중요한 행위들이 이루어졌음을 인정했습니다. 이후 E재개발조합의 총회에서 합의서 추인 안건이 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E재개발조합이 재단법인 A에게 합리적인 기간과 절차를 통해 분양계약을 체결할 추가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단순히 기존 분양계약 체결 기간 내에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한 결의는 재단법인 A의 신뢰와 조합원으로서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재단법인 A를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하고 현금청산대상자로 추가한 E재개발조합의 결의는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B종교단체 D교회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현금청산대상자 추가 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는 주로 재개발조합 총회 결의의 효력과 관련하여 다음 법령 및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확인의 이익 (소송 제기 자격):

   • 법률관계의 확인이 확인의 이익이 있기 위해서는 그 법률관계에 따라 제소자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불안이 야기되어야 하고, 그 위험·불안을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를 확인의 대상으로 한 확인판결에 의하여 즉시로 확정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9두39277 판결 등 참조). 이 원칙에 따라 법원은 B종교단체 C교회가 조합원이 아니므로 E재개발조합의 결의 무효 확인을 구할 직접적인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및 변경 절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10호, 제74조 제1항, 제78조: 사업시행자는 분양신청 기간 종료 후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여 조합총회에서 조합원 총수의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 뒤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하며, 관리처분계획을 변경할 때도 동일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는 관리처분계획이 조합원의 권리귀속 및 비용부담을 확정하는 중요한 행정처분이므로 조합원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 도시정비법 제74조 제5항: 관리처분계획 수립 및 변경에 관한 사항을 의결하기 위한 총회 개최일로부터 1개월 전에 분양대상자별 추산액, 종전 토지/건축물 명세 및 가격 등을 각 조합원에게 문서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총회 소집통지에 상정될 안건의 구체적 내용이나 판단자료까지 반드시 포함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2012. 8. 23. 선고 2010두13463 판결)입니다.

3. 총회 결의의 신뢰보호의 원칙:

   • 행정절차법 제4조 제1항: 공법인인 재개발조합도 직무를 수행할 때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합니다.
   • 재건축조합의 총회는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서 정관 변경이나 관리처분계획 수립·변경에 대한 자율성과 재량을 가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성이 무제한적일 수는 없으며, 총회 결의가 적법하려면 상위 법령 및 정관에서 정한 절차와 의결정족수를 갖추어야 하고, 그 내용 또한 상위 법령 및 정관에 위배되지 않아야 합니다.
   • 무엇보다, 조합이 일단 내부 규범을 정립하면 조합원들은 그것이 존속하리라는 신뢰를 가지게 되므로, 내부 규범을 변경하는 총회 결의가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종전 내부 규범 변경의 객관적 필요성, 조합이 달성하려는 이익, 조합원들이 침해받는 이익의 보호가치 및 침해 정도, 신뢰 침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8. 3. 13. 선고 2016두35281 판결, 2020. 6. 25. 선고 2018두34732 판결 등 참조).
   • 본 사례에서 법원은 E재개발조합이 유지재단 A에게 합의 유효성에 대한 신뢰를 명시적으로 부여했고, 유지재단 A가 이에 기초하여 중요한 행위를 하였음에도, 합리적인 추가 기회 없이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한 것은 이러한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 조합원 자격 확인: 재개발조합의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려면 원칙적으로 해당 조합의 조합원이어야 합니다. 조합원이 아닌 경우, 해당 결의가 자신의 권리나 법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한 법률상 이해관계를 입증해야 소송을 제기할 자격(확인의 이익)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합의서의 조건 명확화: 재개발조합과 중요한 합의서를 체결할 때는 합의서의 최종적인 효력 발생 조건(예: 총회 의결, 행정청 인가 등)을 명확하게 확인하고, 해당 조건이 성취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후속 조치에 대해 사전에 협의하거나 문구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합의서의 효력 발생 조건이 조합원 총회 의결이었고, 이것이 부결되면서 분쟁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 조합의 선행 행위에 대한 신뢰 보호: 재개발조합이 특정 조합원에게 어떠한 의사나 약속을 명시적으로 표명하여 그 조합원이 이를 신뢰하고 중요한 행위(예: 건물 인도, 권리 포기 등)를 한 경우, 조합은 합리적인 이유나 절차 없이 그 신뢰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조합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려면 합리적인 절차와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으로 해당 결의나 행위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 분양계약 기회 제공의 중요성: 재개발조합이 조합원을 분양대상자에서 제외하고 현금청산대상자로 전환하는 결정은 조합원의 중대한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합은 분양계약 체결 기간을 통지할 때, 합의서 내용이나 분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조합원에게 합리적인 분양계약 체결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 법적 분쟁 중 권리 주장 명확화: 조합과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조합이 제시하는 분양계약 조건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밝히는 등의 적극적인 의사 표시가 중요합니다. 이는 나중에 권리 침해 여부를 다툴 때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