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기소로 인한 군인의 진급 예정 삭제 사건

대령 진급 예정자로 선발된 군인 A씨는 진급 발령 예정일 직전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군사법원에 기소되었습니다. 이에 국방부장관은 A씨를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하고 진급 발령을 무효로 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A씨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며 처분 절차의 하자 및 통지 부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국방부장관의 진급 예정자 명단 삭제 처분과 진급 발령 무효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A씨의 항소와 추가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A (원고, 항소인): 대령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되고 진급 발령이 무효화된 군인. 관련 형사사건에서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죄로 벌금 2,000만 원이 확정됨.
• 국방부장관 (피고, 피항소인): 군인사법에 따라 A씨에 대한 진급 예정자 명단 삭제 및 진급 발령 무효 처분을 내린 주체.

분쟁 상황

원고 A씨는 2021년도 대령 진급 예정자로 선발되어 2021년 9월 24일 인사명령을 받았습니다. 해당 인사명령의 효력은 2021년 10월 1일부터 발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사명령 효력 발생 직전인 2021년 9월 29일 오후 1시경, A씨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군사법원에 정식 기소되었습니다. 이에 국방부장관은 2021년 9월 30일 청문 절차 없이 A씨를 2021년도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하고 이를 A씨에게 통지했습니다. 동시에 국방부장관은 같은 날 A씨에 대한 진급 인사명령을 2021년 10월 1일 자로 무효로 한다는 인사명령(내부 결재)을 내렸습니다. A씨는 이러한 진급 예정자 명단 삭제 처분과 진급 발령 무효 처분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진급 발령 무효 처분에 대한 무효 확인 청구를 추가했습니다. 한편, A씨의 관련 형사사건은 2022년 9월 2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진급 예정자 명단 삭제 처분의 적법성 여부: 원고가 군사법원에 기소된 것이 군인사법상 '진급시킬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하는지, 처분 절차(청문 미실시, 사전 통지 시점, 관할 이전 절차)에 위법한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
2. 진급 발령 무효 처분의 효력 발생 여부: 국방부장관이 진급 발령 무효 인사명령을 원고에게 문서 등으로 별도 통지하지 않았는데도 그 효력이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
3. 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 이미 진급 인사명령을 받은 원고의 신뢰를 침해한 것인지 여부.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원고 A씨의 항소와 이 법원에서 추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국방부장관이 A씨에 대해 내린 진급 예정자 명단 삭제 처분과 진급 발령 무효 처분이 모두 적법하다는 제1심 판결을 유지한 것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 원고가 군사법원에 정식 기소된 것은 군인사법상 '진급시킬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하며, 사전 통지 시점이나 관할 이전 절차에 절차상 위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 진급 발령 무효 처분에 대해 별도의 문서 통지가 없었더라도, 원고를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하는 처분 서면에 진급 발령을 직권으로 취소하는 의사표시가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처분의 효력을 인정했습니다.
• 국방부가 진급 인사명령 당시 향후 진급시킬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해도 처분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뢰보호원칙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론

이 판결은 군인이 진급 예정자로 선발되었더라도 진급 발령 전에 진급시킬 수 없는 사유(예: 형사 기소)가 발생하면, 군 당국은 해당 군인을 명단에서 삭제하고 진급 발령을 취소할 수 있으며 이는 적법한 처분으로 인정된다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또한, 진급 예정자 명단 삭제 처분 시 진급 발령 취소의 의사가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할 경우, 별도의 명시적인 통지가 없어도 진급 취소 처분은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군인으로서 진급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신분 유지에 각별히 유의해야 함을 강조하는 사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 인용된 주요 법령과 관련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군인사법 제31조 (장교의 진급 선발 및 발령)​

  • 제1항: 장교 진급 선발위원회에 의해 선발된 사람은 진급권자가 명단을 공표하고 결원에 따라 진급 발령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진급 '예정'과 '발령'이 시기 및 목적상 별개의 처분임을 보여줍니다.
  • 제2항: 제1항에 따라 공표된 사람일지라도 진급 발령 전에 '진급시킬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진급권자가 그 사람을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조항이 국방부장관이 원고를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한 직접적인 법적 근거가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군사법원에 정식 기소된 것이 바로 이 '진급시킬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진급 예정자 명단 삭제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 (처분의 방식)​

  •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거나 신속한 처리 등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문서'로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처분 내용의 명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 이 사건에서 원고는 진급 발령 무효 처분이 문서로 통지되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처분서의 문언과 달리 처분의 내용을 해석할 수 있다'는 법리(대법원 2010두18035 판결 등)와 '행정처분에 묵시적인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법리(대법원 2017다269152 판결 등)를 적용했습니다. 즉, 원고를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하는 처분 서면에, 진급 발령을 직권으로 취소하는 의사표시가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별도의 문서 통지 없이도 진급 발령 무효 처분은 효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구 군사법원법 제36조 제7항 (관할 이전)​

  • 범죄의 성질, 피의자의 지위, 부대의 실정 등으로 인해 수사의 공정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상급부대 보통검찰부로 사건 관할을 이전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 원고는 기소 절차가 부당하게 지연되었거나 관할 이전이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원고를 삭제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공소제기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관할 이전 절차가 합법적이었고, 지연 기간도 1~2일 정도로 짧았으며, 공소제기 권한 남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신뢰보호원칙: 행정기관의 공적인 견해 표명에 대한 개인의 정당한 신뢰를 보호하는 행정법의 일반 원칙입니다.

  • 원고는 이미 진급 인사명령을 받은 것에 대한 신뢰를 주장하며 이 사건 처분이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국방부장관이 2021년 9월 24일 인사명령을 할 당시에 이후 원고에게 진급시킬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을 하지 않으리라는 '공적인 견해'를 표명했다거나 그와 같은 신뢰를 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분들은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 군인의 신분 유지 의무의 중요성: 진급 예정자로 선발되어 기쁨과 기대를 가질 수 있지만, 진급이 최종 확정되어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군인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를 절대 삼가야 합니다. 형사 기소와 같은 중대한 사유 발생 시에는 진급 예정자 명단에서 삭제될 위험이 매우 큽니다.
• 처분 통지의 묵시적 포함 가능성: 행정청이 특정 처분(예: 진급 예정자 명단 삭제)을 통지할 때, 그 처분에 논리적으로 당연히 수반되는 다른 처분(예: 진급 발령 취소)의 의사가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더라도 법원이 이를 묵시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처분 통지를 받더라도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다른 행정 작용의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 기소 시점의 결정적 영향: 이 사건에서는 진급 발령 효력 발생일 직전의 기소가 진급 취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행정 처분의 효력 발생 시점을 전후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법적 문제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행정 절차상 하자의 주장이 항상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님: 사전 통지나 청문 절차의 누락, 지연 등을 주장할 수는 있으나, 법원은 전체적인 맥락과 처분의 목적, 실제 권익 침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절차상 하자가 처분 전체의 위법성을 결정할 정도인지 판단합니다. 본 사례에서는 사전 통지 시점이나 관할 이전 절차가 처분을 위법하게 할 정도의 하자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 신뢰보호원칙 적용의 한계: 행정기관이 '이러한 상황에서도 처분하지 않겠다'는 공적인 견해를 명확히 표명하지 않았다면, 단지 진급 예정자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어 처분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행정기관의 공식적인 확인이나 약속이 없는 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