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구소 장비 보전 업무 위장도급 인정 및 임금 지급 판결

자동차 부품 회사의 연구소에서 장비 보전 업무를 수행하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원청 회사로부터 실질적인 지휘와 명령을 받았으므로 이는 불법 파견에 해당하며 직접 고용과 미지급 임금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원청 회사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구체적인 업무 지시와 감독을 했고 작업 환경 및 인력 배치에 관여하는 등 실질적인 근로자 파견 관계였다고 판단하여, 일부 근로자들에게는 직접 고용 관계를 확인하고 나머지 근로자들에게는 고용 의사표시를 명령하는 한편 미지급 임금 또는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D 외 20명): 피고 회사의 C연구소에서 시험장비 보전 업무를 수행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
• 피고 (A 주식회사): 자동차 및 그 부품의 제조·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C연구소를 운영하며 원고들의 업무를 지시·감독한 원청 회사.

분쟁 상황

원고들은 1996년부터 피고 회사 C연구소 내 시험장비의 예방보전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이 업무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진행되었으나, 피고 회사는 협력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으면서도 장비별 작업 시간 및 표준 인력(T/O)을 정하고 도급 비용까지 산정하는 등 인력 운용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또한,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점검 항목과 기준이 명시된 예방점검표를 제공하고, 전산 시스템(AF)을 통해 업무 수행을 직접 확인하고 결재했습니다. 점검 일정은 피고 회사에서 정하거나 긴급하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고, 피고 회사 직원들과 공동 작업을 하거나 피고 회사의 공구 및 소모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협력업체는 독립적인 사무실이나 설비를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며, 피고 회사에서 퇴직한 인사가 대표를 맡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이러한 실질적인 관계가 불법적인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므로 피고 회사가 자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근로자 지위 확인 및 미지급 임금 등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 회사(원청)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원고들) 사이의 관계가 적법한 도급 계약인지 아니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 금지하는 불법적인 근로자 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이는 주로 ▲피고 회사의 원고들에 대한 직·간접적인 업무 지휘·명령의 정도, ▲원고들이 피고 회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 ▲협력업체의 독자적인 근로자 관리 권한 행사 여부, ▲계약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협력업체의 독립적인 기업조직·설비 구비 여부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법원은 원고 D, E이 피고의 근로자임을 확인했습니다.
2. 피고는 원고 F, G, H, I, J, K, L, M, N, O, P, Q, R, S, T, U, V, W, X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도록 명령했습니다.
3. 피고는 원고들에게 미지급 임금 또는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제1심 선고금액 중 인용된 부분에 대해서는 기산일부터 2025년 2월 14일까지는 해당 이자율,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추가 청구 금액에 대해서는 2019년 5월 29일부터 2025년 2월 14일까지는 해당 이자율,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각각 산정되었습니다.
4.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회사와 협력업체 근로자들 사이의 관계가 파견법에서 금지하는 불법적인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부 근로자들의 직접 고용 관계를 확인하고, 나머지 근로자들에게는 피고 회사가 직접 고용 의사표시를 하도록 명령했으며, 미지급된 임금 또는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기업이 도급 계약 형식을 취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를 직접 지휘·감독했다면 불법 파견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는 주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및 관련 대법원 판례가 적용되었습니다.

1. 근로자파견 판단 기준 (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법원은 근로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제 근로관계의 실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주요 판단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 제3자(사용사업주)가 해당 근로자에게 업무 수행 자체에 대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여부.
  •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예방점검표, 작업확인서, 전산 시스템(AF)을 통해 원고들의 업무 내용을 세세하게 정하고 확인·결재했으며, 주간·월간 보고 및 회의를 통해 업무 진행을 관리하고 점검 일정을 구속력 있게 지시한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 사용사업주의 사업 편입: 해당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
  • 원고들은 피고 직원들과 함께 공동 작업을 수행했고, 피고의 시험일정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며 피고의 사업에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었습니다.
• 원고용주의 독자적 권한: 원고용주(협력업체)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 선발,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여부.
  • 피고가 표준 인력(T/O)과 작업시간을 정하고 도급 비용을 산정했으며, 실제 투입된 근로시간에 따라 도급 비용을 공제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원고들에게 직접 직무교육을 실시한 점 등으로 미루어 협력업체의 독자적인 권한 행사가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전문성·기술성이 있는 업무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는지 여부.
  • 이 사건 보전 업무는 피고가 정해둔 기준에 따라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비교적 단순·반복적인 작업으로, 협력업체의 고유한 기술력이나 근로자들의 높은 전문성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 원고용주의 독립적 기업조직·설비: 원고용주가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
  • 피고가 보전 업무에 필요한 공구, 계측장비, 소모품 등을 무상으로 제공했고, 협력업체가 피고 외부에 별도의 사업장이나 독립적인 기업조직을 갖추지 못했던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2. 불법 파견에 따른 구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3항, 제6조의2 제1항)​ 파견법은 사용사업주가 근로자 파견 기간 제한 등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다음과 같은 의무를 부과합니다.

• 직접 고용 간주(제정 파견법 제6조 제3항)​: 2006년 12월 21일 법률 개정 전의 '제정 파견법'이 적용되는 기간 동안 파견근로자가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를 수행한 경우,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D, E에게 이 규정이 적용되어 피고의 근로자임이 확인되었습니다.
• 고용 의무(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개정 파견법이 적용되는 기간에 파견기간 제한 등을 위반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사용사업주에게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사용사업주가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파견근로자는 고용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습니다. 나머지 원고들에게 이 규정이 적용되어 피고에게 고용 의사표시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3. 임금 상당 손해배상 및 지연손해금

• 직접 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하여 사용사업주는 고용 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습니다. 손해배상액은 비교 대상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에서 파견근로자가 실제 받은 임금을 공제한 차액으로 산정됩니다.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법원은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나 범위에 관해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간에 대해서는 연 5% 또는 상법상 이율(연 6%)을 적용하고, 그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법'에 따른 지연손해금 이율(개정 전 연 15%, 개정 후 연 12%)을 적용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환송 전 판결이 파기된 날까지는 항쟁이 타당하다고 보아 일반 이율을 적용하고, 그 이후부터 소송촉진법상 이율을 적용했습니다. 또한, 임금 채권은 상법상 이율, 손해배상 채권은 민법상 이율이 적용됩니다.
• 임금 공제 단위: 정기상여금처럼 1개월 단위로 산정되지 않는 임금 항목이 포함된 경우, 특정 월에 받은 임금이 비교대상 임금을 초과하더라도 연 단위 등 적절한 단위기간으로 넓혀 전체 손해액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한 경우 다음 사항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실질적 지휘·명령 관계 증거 확보: 원청으로부터 직접 받은 업무 지시 내용, 작업 시간, 휴게 시간, 휴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나 승인 기록, 작업 관련 전산 시스템 사용 내역, 교육 참여 기록 등을 보관해야 합니다. 계약서의 명칭보다는 실제 업무 관계가 중요합니다.
• 원청 사업에의 편입 정도 입증: 원청 소속 근로자들과 함께 공동 작업을 수행한 기록, 원청의 시설, 장비, 자재 등을 사용한 증거, 원청의 업무 조직 내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일한 사실 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 하청업체의 독립성 결여 확인: 하청업체가 근로자의 선발, 교육, 배치, 징계 등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 여부, 하청업체가 자체적인 독립 기업 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는지 여부, 원청으로부터의 재정적·운영적 독립성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분석: 수행하는 업무가 하청업체의 고유한 전문성이나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도의 전문 업무인지, 아니면 원청이 제공한 매뉴얼이나 지시에 따라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단순 업무인지 평가해야 합니다.
• 비교 대상 근로자 자료 준비: 원청에 유사하거나 동종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있다면, 그들의 임금 및 근로조건 자료를 확보하여 미지급 임금 또는 손해배상액 산정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법률 전문가와 상담: 불법 파견 여부의 판단은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관련 증거를 바탕으로 노동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법적 조치를 논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파견법의 개정 시기와 적용 시기가 중요하므로 정확한 법리 검토가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