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공사 가계약 해지와 시공사 지위 확인 및 손해배상 사건

재건축정비사업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도급 가계약이 체결되었으나, 공사비 조정을 두고 이견이 발생하여 조합이 가계약을 해지 통보한 사건입니다. 시공사는 자신이 여전히 수급인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주위적 청구와 가계약이 해지되었다면 손해배상 및 대여금을 반환해달라는 예비적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재건축조합의 가계약 해지를 민법 제673조에 따른 적법한 임의해제로 인정하고, 시공사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재건축정비사업의 시공사 지위 확인과 손해배상, 대여금 반환 등을 청구한 건설회사입니다.
• 피고 B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원고와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했던 재건축조합입니다.
• 피고 C, D, E, F: 피고 B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연대보증인들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 A 주식회사는 피고 B 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2019년 6월 20일 재건축정비사업 공사도급 가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공사비 조정을 둘러싸고 양측의 협상이 난항을 겪었고,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었습니다. 이에 피고 조합은 2024년 7월 17일 정기총회를 개최하여 계약 해지 안건을 의결한 뒤, 2024년 7월 26일 원고에게 시공사로서의 의지 부족과 이행 거절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원고는 이에 반발하여 자신이 여전히 수급인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예비적으로 계약이 해지되었다면 손해배상금 6,095,593,081원 및 이에 대한 이자와 대여금 미반환액을 피고들에게 청구했습니다. 피고 조합은 이미 대여금 원금을 상회하는 6,000,000,000원을 공탁했으며 원고는 이의를 유보한 채 이를 수령한 바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에서 한 당사자만 항소한 경우 항소심의 심판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재건축조합이 시공사에게 보낸 가계약 해지 통보가 적법한지, 특히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의 요건과 도시정비법상 총회 의결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가계약 해지로 인해 시공사가 주장하는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시공사가 조합에 대여한 사업경비(대여금)의 반환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대여금의 변제기 도래 시점과 이자 발생 여부는 어떻게 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제1심판결을 변경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원고의 피고 B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대한 주위적 청구(수급인 지위 확인)와 피고들에 대한 예비적 청구(손해배상 및 대여금 반환)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와 피고 B 재건축정비사업조합 사이의 소송 총비용 및 원고와 나머지 피고들 사이의 항소 제기 이후 소송비용은 모두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재건축조합이 민법 제673조에 따라 시공사와의 가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이로 인해 시공사는 더 이상 수급인 지위에 있지 않고, 시공사가 주장하는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이나 대여금 미반환액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민사소송법 제70조 제2항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심판 범위)​: 이 규정은 동일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모든 공동소송인이 하나의 소송 절차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여, 한 당사자가 상소하더라도 다른 공동소송인에 관한 청구 부분까지 확정이 차단되고 상소심에 이심되어 심판 대상이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조합만이 항소했으나,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이므로 피고 조합에 대한 주위적 청구뿐만 아니라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예비적 청구까지 항소심의 심판 대상이 되었습니다.
2. 민법 제673조 (도급인의 임의해제권)​: 이 조항은 도급인이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다만, 이때 도급인은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재건축조합이 원고의 귀책사유를 주장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조합의 2024년 7월 26일 자 해지 통보가 민법 제673조에 따른 적법한 임의해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총회에서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가능성을 설명한 사실이 임의해제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3.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총회 의결 사항)​: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항 제13호 및 시행령 제42조 제1항 제4호는 정비사업비 변경 등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가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 의무를 발생시키므로, 이는 곧 정비사업비 변경을 초래하여 총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초기 해지 통보 시에는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설명이 없어 총회 의결이 미비하다고 보았지만, 이후 총회에서 손해배상 책임 발생 가능성을 설명한 사실이 인정되어 적법한 해지로 판단되었습니다.
4. 손해배상 (이행이익)​: 이행이익은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계약이 해지되지 않았다면 얻었을 영업이익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했으나,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공사비가 확정되지 않았고, 건설 경기 상황이 급변한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5. 대여금 반환 (변제기 및 이자)​: 시공사가 조합에 사업경비 명목으로 대여한 대여금에 대해, 이 사건에서는 무이자 약정이 있었으므로 대여 기간 동안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대여금 계약이 공사도급 가계약과 연동되어 있더라도,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지는 가계약 제34조에 따른 해지 사유가 아니므로 대여금 계약이 해지되어 원상회복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공사도급 가계약 해지로 인해 입주지정기간 만료 등 원래의 변제기 도래가 불가능해졌으므로, 가계약 해지 통보 시 대여금 반환 의무의 변제기가 도래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조합이 대여원금을 상회하는 6,000,000,000원을 공탁하고 원고가 이를 수령했으므로 대여금 채무는 변제로 모두 소멸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1.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시공사 선정 후 본계약 체결 전까지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계약 관계가 불안정할 수 있으므로, 가계약 단계에서 주요 조건을 명확히 합의하고 문서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조합의 계약 해지에는 도시정비법상 총회 의결 절차가 필수적이며, 특히 조합원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손해배상 책임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개략적으로라도 총회에서 논의되고 의결되어야 적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3. 민법 제673조에 따른 도급인의 임의해제권은 상대방의 귀책 사유가 없더라도 행사할 수 있으나, 이때는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공사비 등 계약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가계약 상태에서는 이행이익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4. 시공사가 조합에 대여한 사업경비(대여금)는 계약 해지 시 변제기가 도래할 수 있으나, 이자 발생 여부나 원상회복 의무 발생 여부는 대여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과 계약 해지의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5. 주관적·예비적 공동소송의 경우 한 당사자가 항소하더라도 관련 청구 전체가 항소심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소송 전략 수립 시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6. 재건축조합은 시공사와 공사비 등 주요 조건에 대해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손해배상 발생 가능성을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