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협회의 한전 배전공사 업무 기준 약관 심사 요청 거부 사건

전기공사업자단체인 A협회는 한국전력공사의 내부 규정인 '배전공사 전문회사 업무처리기준' 중 특정 조항이 불공정한 약관이라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심사를 청구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조항이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회신을 보냈고 이에 A협회는 이 회신이 위법하다며 무효확인 또는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회신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며 A협회에게는 소송을 제기할 자격(원고적격)이 없다고 판단하여 소를 각하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협회: 전기공사업자들로 구성된 단체로, 한국전력공사의 업무처리기준에 대한 약관심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한 주체입니다.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의 불공정성을 심사하고 규제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A협회의 약관심사 요청에 대해 거부 회신을 보낸 기관입니다.
• 한국전력공사: 배전공사 전문회사를 선정하고 계약을 맺는 업무를 처리하는 기준(업무처리기준)을 제정하여 사용하는 공기업입니다.

분쟁 상황

전기공사업법에 따라 설립된 A협회는 한국전력공사가 배전공사 전문회사를 선정하고 계약을 이행하는 데 사용하는 내부 규정인 '배전공사 전문회사 업무처리기준' 중 '낙찰예정자 구비사항' 조항이 불공정한 약관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A협회는 2022년 4월 28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조항에 대한 약관심사를 청구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5월 4일 A협회에 해당 조항이 약관법상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습니다. A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러한 거부처분이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거나 약관의 성격을 잘못 판단한 것이므로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정거래위원회가 A협회의 약관심사 청구에 대해 보낸 회신이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A협회가 이 회신으로 인해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어 소송을 제기할 자격(원고적격)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전력공사의 '배전공사 전문회사 업무처리기준' 중 특정 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약관'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회신이 원고 A협회의 법률상 이익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 회신을 단순히 민원에 대한 처리 결과를 알려주는 것에 불과하며 한국전력공사의 업무처리기준 역시 내부 지침일 뿐 약관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A협회는 이 회신을 다툴 '원고적격'이 없으므로 이 사건 소송은 법적으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각하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전기공사업자단체인 A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심사 청구 거부처분에 대해 제기한 무효확인 또는 취소 청구 소송은 법원에서 각하 결정되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해당 거부 회신을 행정처분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원고에게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령 및 법리적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 이 법은 사업자가 미리 작성한 계약 조항인 '약관'이 공정하지 않은 경우 이를 심사하고 규제하여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입니다.
  • 약관법 제19조 (약관심사청구)​: 사업자 단체를 포함한 특정 주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의 불공정 여부를 심사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으로 심사를 시작하도록 촉구하는 의미가 강하며, 심사 요청이 거부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적 권리(신청권)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 약관법 제17조의2 (시정조치 등)​: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한 약관 조항이 있다고 판단하면, 해당 약관을 사용하는 사업자에게 시정할 것을 권고하거나 명령할 수 있습니다. 이 시정조치는 약관을 사용하는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것이지, 약관심사를 청구한 단체가 직접적인 조치의 상대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 행정소송법상 '처분'의 개념: 행정소송의 일종인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대상인 '처분'은 행정기관이 공적인 권한을 행사하여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나 의무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행위를 말합니다. 단순히 민원에 대한 답변, 법률 해석의 통지, 내부 지침 등은 국민의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처분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회신이 A협회의 권리나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행정소송법상 '원고적격':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인 '원고적격'은 행정기관의 처분으로 인해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당한 자에게만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A협회는 전기공사업자 단체일 뿐 한국전력공사의 입찰 절차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가 아니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회신으로 인해 A협회 자신의 법률상 이익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 한국전력공사의 '배전공사 전문회사 업무처리기준': 이 기준은 한국전력공사가 배전공사 전문회사를 선정하고 계약을 맺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내부적인 지침으로, 업무표준 번호 'H0-배전-기준-0004'가 부여된 문서입니다. 이 기준이 입찰 공고에 첨부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입찰 기준에 대한 안내에 불과하며, 약관법에서 말하는 '약관'처럼 계약의 내용으로 미리 정해져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적용되는 형태의 약관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행정기관에서 보내는 모든 통지나 회신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 것은 아닙니다. 국민의 권리나 의무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행위만이 소송의 대상인 처분으로 인정됩니다. 단순히 어떤 내용에 대한 질의에 답변을 해 주거나 법률을 해석해 주는 정도의 행위는 처분이 아닐 수 있습니다.
•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법률상 이익'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침해나 변동이 있어야 합니다. 특정 단체의 구성원 전체나 공익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본인이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면 소송을 제기할 자격(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내부 규정이 외부적으로 공개되거나 입찰 과정에 활용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약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약관'은 사업자가 미리 정해둔 계약 내용을 상대방에게 제시하고 동의를 받아 계약의 내용으로 삼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어야 합니다. 단순히 내부적인 업무 처리 기준은 약관이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 어떤 규정이나 조치가 '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규정의 형식보다는 그 실질적인 내용과 사용 목적, 그리고 적용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