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회사들의 가격 및 시장 점유율 담합 과징금 판결

한일시멘트 등 3개 드라이몰탈 제조업체들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가격 및 시장점유율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약 41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한일시멘트는 과징금 납부 명령과 자진신고 감면 신청 기각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감면 신청 기각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임원 관여를 이유로 가중치를 적용한 부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아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한일시멘트 주식회사 (드라이몰탈 제조업체, 피고의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한 원고)
• 성신양회 주식회사, 아세아 (한일시멘트와 함께 드라이몰탈 가격 및 시장점유율 담합에 가담한 시멘트 제조업체들)
• 공정거래위원회 (부당한 공동행위를 규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정부 기관, 이 사건의 피고)

분쟁 상황

2006년 하반기 드라이몰탈 시장의 가격 경쟁 심화로 영업 적자가 커지자,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아세아 등 3개사는 2007년 1월부터 영업 담당자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2007년 3월 21일부터 2013년 4월 8일까지 약 6년간 드라이몰탈 판매 가격(바닥용 벌크, 포장 제품 등)을 인상하고 유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수도권, 중부권(강원권 포함), 경상권 지역의 드라이몰탈 시장점유율(기준 M/S)을 합의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건설사 입찰 물량 윤회 수주, 물량 조정, 공동 현장 실사, 합의 위반 시 매입매출 정산 및 물량 양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담합을 실행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부당한 공동행위라고 판단하여 한일시멘트에 시정명령과 함께 약 41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한일시멘트는 담합 행위 조사 중이던 2016년 1월 20일 두 번째로 감면 신청을 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는 1순위 자진신고일로부터 2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습니다.

핵심 쟁점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행위에 대해 내린 자진신고 감면 기각 처분이 적법한지, 그리고 과징금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위반 행위의 중대성 판단과 임원의 담합 관여 여부를 고려한 과징금 가중치 적용이 정당한 재량권 행사에 해당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공정거래위원회의 한일시멘트에 대한 과징금 납부 명령 중 일부를 취소한다. 이는 임원의 공동행위 관여 기간이 전체 기간 중 일부에 불과했음에도 전체 관련 매출액에 과징금 가중치의 최대한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한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2. 한일시멘트의 자진신고 감면 신청 기각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는 1순위 자진신고자가 감면신청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2순위 감면신청은 법령상 감면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소송비용은 원고(한일시멘트)가 80%, 피고(공정거래위원회)가 20%를 부담한다.

결론

이 판결은 담합 행위 자체의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행정 기관이 과징금을 부과할 때 적용하는 세부 기준의 합리성과 비례 원칙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임원의 관여 여부에 따른 과징금 가중은 해당 임원의 실제 관여 기간과 정도를 구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입니다. 또한, 담합 자진신고 감면 제도의 엄격한 적용 요건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적용되었습니다.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사업자들이 경쟁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가격, 생산량, 시장점유율 등을 합의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입니다. 한일시멘트 등의 드라이몰탈 판매가격 및 시장점유율 합의가 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2. 공정거래법 제22조 (과징금 부과):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위반 행위의 내용, 정도, 기간 등을 고려하여 과징금이 산정됩니다.
3. 공정거래법 제22조의2 (자진신고자에 대한 감면) 및 동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감면 대상 및 기준): 담합 사실을 자진하여 신고하거나 조사에 협력한 사업자에게 시정조치나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는 '리니언시' 제도에 관한 규정입니다. 이 제도는 담합 적발을 용이하게 하여 시장의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합니다. 특히 시행령 제35조 제1항 제6호 나목은 1순위 자진신고일로부터 2년이 지나서 한 2순위 자진신고는 감면 대상에서 제외됨을 명시하고 있어, 이 사건에서 한일시멘트의 감면 신청 기각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된 근거가 되었습니다.
4.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및 동법 시행령 제61조 (과징금 산정 기준): 과징금 산정의 세부 기준과 조정 사유를 정하는 조항입니다. 위반 행위의 중대성 정도에 따라 부과기준율이 달라지며, 위반 사업자의 고의·과실, 임원 관여 여부, 조사 협력 정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과징금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습니다.
5. 비례의 원칙: 행정법의 일반 원칙 중 하나로, 행정 기관이 행정권을 행사할 때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과도한 수단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가중 시 임원의 관여 기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전체 기간에 최대 가중치를 적용한 것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제재의 정도가 위반 행위의 심각성과 인과관계에 비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참고 사항

1. 담합 행위는 가격, 시장점유율 등 유형을 불문하고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간주되어 엄격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기업은 경쟁 사업자와의 가격, 물량, 시장점유율 등에 대한 어떠한 합의도 피해야 합니다.
2. 과징금 산정 시 기업 고위 임원의 담합 관여 사실이 드러나면 과징금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이때 임원 관여 기간이 전체 담합 기간 중 일부라면, 과징금 가중 비율은 해당 관여 기간과 정도를 고려하여 비례 원칙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3.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여 과징금을 감면받을 수 있는 리니언시 제도는 요건이 매우 엄격합니다. 특히 1순위 자진신고자가 신고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에는 2순위 감면 대상에서도 제외될 수 있으므로, 기업은 담합 사실 인지 시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담합으로 인한 부당이득이 없었음을 주장하기 위해 경제 분석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으나, 보고서의 분석 방법과 변수 선정의 타당성이 엄격히 검토됩니다. 시장의 실제 경쟁 상황과 담합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