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현대건설 주식회사가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입찰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304억 4,400만 원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대건설은 과징금 부과 근거 법률의 위헌성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모든 주장을 기각하고 과징금 부과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총 사업비 약 8조 3,529억 원이 투입된 대규모 국책사업인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의 19개 공구 중 13개 공구(약 2조 4,898억 원 규모) 입찰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현대건설을 포함한 28개 건설사는 공구를 사전에 분할하고 낙찰 예정자를 정한 뒤 나머지 업체들이 들러리 응찰을 하는 방식으로 담합했습니다. 현대건설은 7개 대형건설사 중 하나로 공구 분할 합의를 주도했으며 자신은 공구를 배정받지 못했음에도 다른 낙찰 예정사들이 알려준 가격으로 들러리 응찰을 함으로써 담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담합 행위를 적발하여 현대건설에 304억 4,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현대건설은 이 과징금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원고 현대건설 주식회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 또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현대건설의 청구를 최종적으로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 및 제8호(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이 조항은 사업자들이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합의를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 현대건설을 포함한 28개 건설사는 호남고속철도 13개 공구 입찰에서 공구 분할, 낙찰 예정자 및 들러리 응찰사, 투찰 가격 등을 사전에 합의하고 이를 실행함으로써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이는 상품·용역의 거래를 제한하고 입찰에서 낙찰자 및 투찰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에 해당합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22조 및 제55조의3 제1항, 제5항(과징금 부과): 이 조항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에게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과징금 부과 조항이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 포괄위임금지, 과잉금지, 평등, 적법절차,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과징금 상한이 높더라도 위반 행위 억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제재로 보았으며 형사처벌 등 다른 제재와 이중 처벌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단서 및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관련매출액 산정): 시행령 제9조 제1항 단서는 입찰 담합과 유사한 행위인 경우 ‘계약금액’을 관련매출액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과징금 고시 IV.1.다.(1).(마).의 1)항은 낙찰되지 않은 경우에도 예정금액 또는 응찰금액을 관련매출액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현대건설이 들러리 응찰만 하여 낙찰을 받지 못했더라도 낙찰자가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계약금액 전액을 기준으로 관련매출액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담합 행위 억지라는 행정 목적과 부당이득 환수의 성격을 모두 가진 과징금의 취지에 부합하며 들러리 응찰자도 담합 행위의 공동 주체로서 이익을 얻게 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 판단 기준: 피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부과 여부 및 액수 결정에 재량을 가지지만 그 기초 사실을 잘못 판단했거나 비례·평등 원칙에 위배되는 경우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관련매출액을 적법하게 산정했고 현대건설이 들러리 응찰자로서 주도적 역할은 아니었지만 담합 행위에 적극 가담했음을 인정하여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한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과징금 산정 시 들러리 참여에 따른 감경을 이미 고려했으므로 재량권 남용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사소송 결과에 따른 손해배상 가능성 또한 과징금 처분 당시의 적법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담합의 범위와 책임: 입찰 담합에 참여한 모든 사업자는 실제 낙찰을 받지 않았더라도 법 위반 행위의 공동 주체로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들러리 응찰만 한 경우에도 낙찰자와 동일하게 '관련매출액'이 산정되어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징금 산정의 유연성: 과징금은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 결정되며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규모, 조사 협력 여부, 순수 들러리 참여 여부 등 다양한 요소가 감경 사유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경은 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므로 담합 행위 자체의 중대성 판단이 중요합니다.
국책사업 담합의 중대성: 대규모 국책사업의 입찰 담합은 경쟁 질서 저해 정도와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고 판단되어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높은 부과기준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법령 위헌 주장: 과징금 부과 근거 법령의 위헌성 주장은 법률의 입법 목적, 적용 범위, 규정 형식 및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므로 단순히 상한액이 높다는 등의 이유만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다른 제재와의 관계: 입찰 담합 행위로 인해 형사 처벌,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손해배상 청구 등 여러 종류의 제재를 받을 수 있으나 이는 각각 다른 제도적 취지와 목적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이중 처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