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식회사 한국야쿠르트를 포함한 4개 라면 제조사가 라면 가격을 담합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62억 6,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에 불복하여 담합이 없었으며 가격 인상은 시장 구조와 정부 규제에 따른 의식적 병행 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를 포함한 국내 라면 시장의 4개 주요 회사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IMF 사태 이후 3년 가까이 라면 가격을 올리지 못해 가격 인상이 업계의 최대 현안이 되었습니다.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할 경우 시장점유율 하락이나 기업 이미지 실추 등의 위험 부담이 있었던 상황에서, 이들 회사는 대표자 회의와 라면협의회 정기총회 등을 통해 가격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이후 선두 업체인 농심이 가격을 인상하면 나머지 업체들도 뒤이어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기로 하는 암묵적 합의를 하였고,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비슷한 시기에 라면 출고가격을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고 정보를 교환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였고, 이에 불복한 한국야쿠르트가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다툼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한국야쿠르트가 다른 라면 회사들과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당한 공동행위를 실제로 하였는지 여부. 둘째, 공동행위가 있었다면 2007년 이전의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시효가 도과되었는지 여부. 셋째,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62억 6,600만 원의 산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한국야쿠르트의 청구를 기각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라면 시장의 과점적 구조와 제품 특성, 라면 회사 대표자 회의와 라면협의회 정기총회 등을 통해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점, 2001년 5월부터 2010년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한 점, 가격 인상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지속적으로 교환된 점, 가격 공조 체제에 대한 인식이 있었고 담합 이행에 대한 감시와 제재가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하여 한국야쿠르트 등의 부당한 공동행위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가격 인상 방식과 목적 등이 동일하여 6차례의 가격 인상이 하나의 공동행위를 형성하므로 처분시효가 도과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징금 산정에 있어서 대형유통업체 매출도 관련 매출액에 포함하는 것이 정당하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반행위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부과기준율을 적용하고 여러 감경 요소를 반영했으므로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없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법원은 주식회사 한국야쿠르트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한국야쿠르트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야쿠르트에 내린 시정명령과 62억 6,600만 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은 정당함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가 적용됩니다. 이 조항은 사업자가 계약, 협정, 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특히 가격을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 법원은 한국야쿠르트 등 라면 회사들이 '라면회사 대표자 회의' 및 '라면거래질서 정상화협의회'를 통해 가격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농심이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사업자들도 뒤이어 인상하기로 하는 '암묵적 요해'를 이루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후 6차례에 걸쳐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인상하고, 가격 인상 일자, 인상 내역 등 구체적인 정보를 교환한 행위들을 종합하여, 이들이 가격을 결정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합의에는 명시적인 계약서 작성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며, 관련 모임에서의 대화나 정보 교환을 통한 암묵적인 동의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과점 시장의 기업들은 단독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이 커서 다른 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시장 상황을 보고 가격을 유사하게 올리는 '의식적 병행 행위'는 담합으로 보지 않지만, 기업 대표자 회의, 협의회 등을 통해 가격 인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암묵적 합의'를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특정 기업이 먼저 가격을 올리면 다른 기업들도 뒤따라 올리기로 하는 합의는 공동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가격 인상 시기, 인상 내역, 구가지원 기간 등 민감한 경영 정보를 전화, 팩스, 이메일 등을 통해 서로 교환하는 행위는 담합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담합 행위는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전체를 하나의 공동행위로 보아 처분시효를 계산할 수 있으므로, 과거 행위가 오래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처분시효가 지났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관련 매출액 산정 시 대형유통업체와의 개별 협상이 있었다 하더라도 출고가를 기준으로 협상이 이루어졌다면 해당 매출도 담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아 과징금 산정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과징금 산정에 있어서 위반 행위의 중대성, 부당이득 규모, 재정 상태 등이 고려될 수 있지만, 단순히 '단순가담자'나 '조사협조자'라는 주장만으로는 감경을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