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행정
이 사건은 원고들이 주식 명의신탁 이후 주식교환을 통해 새로 취득한 주식에 대해 세무 당국이 또다시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를 부과하자, 이에 불복하여 해당 증여세 부과 처분의 취소를 구한 행정소송입니다. 법원은 새로 취득한 주식을 기존 명의신탁 주식의 대체물 또는 변형물로 보아 별개의 명의신탁으로 인한 증여세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세무 당국은 원고들이 명의신탁으로 보유하던 주식들이 특정 주식교환 계약에 따라 다른 회사(반포텍)의 주식으로 대체되자, 이 새로 취득한 반포텍 주식 역시 원고 1로부터 재차 명의신탁받은 것으로 보고 추가적인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추가 증여세 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여, 기존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세 외에 교환된 주식에 대한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명의신탁된 주식이 주식교환을 통해 다른 회사 주식으로 대체되었을 때, 새로 취득한 주식이 기존 명의신탁 주식의 '대체물' 또는 '변형물'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별개의 명의신탁으로 보아 재차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제1심 판결의 일부를 인용하여, 명의신탁된 주식이 주식교환으로 인해 다른 주식으로 대체된 경우, 이는 기존 명의신탁 주식의 대체물 또는 변형물에 해당하며, 별도의 새로운 명의신탁으로 보아 다시 증여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해당 증여세 부과 처분 중 일부(제3 부과처분)는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했습니다. 원고 1과 원고 3의 항소 및 피고 마포세무서장 등의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재판부는 명의신탁된 주식이 주식교환 과정을 거쳐 다른 주식으로 바뀌었더라도, 이는 기존 명의신탁 주식의 연장선상에 있는 대체물 또는 변형물일 뿐 새로운 명의신탁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추가적인 증여세 부과는 부당하다는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즉, 동일한 명의신탁 관계에서 발생한 주식 변동에 대해 이중으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 사건에는 주로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구 상증세법')이 적용되었습니다.
구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1항 (명의신탁재산의 증여 의제): 이 조항은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이 실제 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로 등기된 경우, 그 명의자가 실제 소유자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합니다. 이는 명의신탁이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그러나 본 판례에서 법원은 이 규정의 적용을 제한적으로 해석했습니다. 즉,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의해 완전자회사의 주식이 완전모회사의 주식으로 대체되는 것은 당사자의 처분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해진 교환 비율에 따라 종전 자산이 새로운 자산으로 대체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새로 취득한 주식은 기존 명의신탁 주식의 '대체물' 또는 '변형물'일 뿐 '별개의 독립된 재산'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조항을 다시 적용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상증세법 제35조 (특수관계자간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법원은 만약 주식교환 과정에서 완전자회사의 주식가치가 과대평가되어 완전모회사의 주식을 과다하게 교부받는 등 특수관계자 간의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차액에 대해 명의신탁자를 상대로 이 조항에 따른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구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1항을 재차 적용할 필요성이 크지 않음을 시사하며,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면 다른 적절한 규정을 통해 과세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주식 명의신탁이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합병, 분할, 주식교환 등 기업 구조 변경으로 인해 보유 주식이 다른 주식으로 바뀌는 경우, 새로 취득한 주식은 기존 주식의 대체물 또는 변형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새로 취득한 주식에 대해 기존 명의신탁과 별개로 다시 증여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는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실질과세원칙의 예외로서 제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주식교환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은 정황이 있다면, 명의신탁 증여의제가 아닌 다른 조항(예를 들어 특수관계자 간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으므로, 거래 과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 구조 변경 시 주식의 가치 평가 및 교환 비율의 적정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관련 서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