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행정
원고 등 건물 소유자들이 국유지 및 시유지인 도로를 침범하여 건물을 신축, 개축, 증축하면서 무단 점유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서울특별시 종로구청장)가 변상금을 부과하였습니다. 이에 원고 등은 해당 도로 침범 사실을 부인하고, 설령 침범했더라도 도로가 도로법상 도로 또는 공공용 재산이 아니며, 오랜 기간 점유하여 시효취득하였다고 주장하며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 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피고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2심)은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주위적 청구(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와 예비적 청구(무효 확인)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침범된 도로 부분이 공용개시되어 행정재산에 해당하며 시효취득 대상이 아니므로, 변상금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 등은 서울 종로구 예지동에 위치한 건물 소유자들입니다. 이들 건물의 일부가 국가 소유의 도로(예지동 (지번 4 생략), (지번 5 생략))와 서울특별시 종로구 소유의 도로(예지동 (지번 6 생략))를 침범하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지번 1 생략) 건물은 국가 소유 도로 8㎡를, 이 사건 (지번 2 생략) 건물은 서울시 소유 도로 2.7㎡를, 이 사건 (지번 3 생략) 건물은 서울시 소유 도로 7.2㎡를 침범한 상태였습니다. 피고인 서울특별시 종로구청장은 원고 등이 사용·수익허가 없이 해당 도로 부분을 무단 점유하였다고 보아 도로법 제94조에 근거하여 2003년 8월 또는 9월 1일부터 2008년 8월 31일까지의 기간에 대한 변상금을 부과하였습니다. 원고 등은 이러한 변상금 부과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또는 무효 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등의 건물이 실제로 국가 또는 서울특별시 소유의 도로를 침범하였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해당 침범 부분이 단순히 지목상 도로일 뿐 아니라 법적으로 행정재산 중 '공공용 재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만약 공공용 재산에 해당한다면, 원고 등이 주장하는 점유취득시효가 적용되어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이 모든 판단을 종합하여 피고의 변상금 부과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 중 피고(서울특별시 종로구청장)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선정당사자)의 주위적 청구(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와 예비적 청구(변상금 부과처분 무효 확인)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의 총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피고 종로구청장이 원고 등에게 부과한 변상금 처분이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 등의 건물이 국가 또는 서울특별시 소유의 도로를 침범한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해당 도로들은 1930년대부터 지적도에 도로로 표시되었고 실제 일반인의 통행에 제공되어 왔으므로, 도로 노선 지정이나 고시가 없었더라도 '공용개시' 행위가 있었다고 보아 행정재산 중 공공용 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행정재산은 민법상 취득시효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도로 일부가 건물에 침범되어 사실상 사용되지 못하게 된 것만으로는 묵시적인 '공용폐지'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 등의 도로 점유는 무단 점유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종로구청장의 변상금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의 모든 청구가 기각되고, 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이 취소되어 원고에게 불리한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서 중요하게 적용된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도로법 제94조 (변상금): 도로 관리청은 도로의 점용 허가 없이 도로를 점용한 자에게는 점용료의 100분의 120에 해당하는 변상금을 징수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도로와 같은 공공재산의 무단 사용에 대한 제재를 목적으로 하며, 이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 등에게 변상금을 부과한 직접적인 법적 근거가 됩니다.
구 지방재정법 제72조 제1항 및 제2항 (행정재산의 정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는 재산 중 직접 공용(관청사 등), 공공용(도로, 공원 등), 또는 기업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을 '행정재산'이라고 정의합니다. 이 사건에서 침범된 도로 부분은 과거부터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되어 실제로 도로로 사용되었으므로, '공공용 재산'으로서 행정재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행정재산의 '공용개시': 도로와 같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공용 재산은 단순히 토지의 지목이 '도로'이고 공유재산 대장에 등재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행정재산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일반 공중의 사용에 제공한다는 '공용개시' 행위가 있어야 행정재산이 됩니다. 공용개시는 법령에 의해 지정되거나 행정처분으로 공공용 사용을 결정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제로 행정재산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해당 도로가 1938년부터 지적도상 도로로 표시되었고 1972년, 1981년 등의 항공사진에서도 도로의 위치와 주변 토지 배열에 큰 변화 없이 일반인들의 통행에 제공되어 왔다는 점을 근거로 공용개시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지방재정법 제74조 제2항 및 민법 제245조 (행정재산의 시효취득 제한): 지방재정법 및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은 공유재산(지방자치단체 소유 재산)이 민법 제245조에서 규정하는 '취득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잡종재산'(현 '일반재산')의 경우에는 시효취득이 가능합니다. 이 판례에서는 침범된 도로 부분이 행정재산(공공용 재산)으로 판단되었으므로, 원고 등이 아무리 오랫동안 점유했다고 하더라도 민법상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행정재산의 '공용폐지': 행정재산은 본래의 용도로 사용되지 않게 되어 공용이 폐지되지 않는 한,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는 잡종재산으로 성격이 변하지 않습니다. 공용폐지의 의사표시는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단순히 행정재산이 사실상 본래의 용도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용도폐지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공용폐지가 있었음을 입증할 책임은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도로 일부가 건물에 침범되어 사용되지 못하게 된 사정만으로는 묵시적인 공용폐지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토지, 특히 '도로'와 같이 공공의 목적에 사용되는 재산은 법률적으로 특별한 지위를 가집니다. 토지의 지목이 도로이고 실제 도로로 사용되고 있다면, 비록 도로 노선의 지정이나 도로구역의 결정·고시와 같은 형식적인 행정절차가 없었더라도, 일반 공중의 통행에 오랜 기간 제공되어 실제 사용된 경우에는 '공용개시' 행위가 있었다고 보아 '행정재산'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행정재산'은 민법상 취득시효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해당 토지 부분을 점유하여 사용했더라도, 법적으로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며 무단 점유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오랜 시간 건물의 일부가 도로를 침범하여 사용되었다 해도, 그 사실만으로 해당 도로 부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건물이 오래되었더라도, 개축, 증축, 수선 등 구조 변경 과정에서 도로를 침범하게 된 경우에도 무단 점유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건물의 연혁과 도로 침범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공공용 재산에 대한 무단 점유는 도로법 등에 따라 점용료의 100분의 120에 해당하는 '변상금' 부과 대상이 됩니다. 점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과되는 변상금의 총액이 매우 커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토지대장, 지적도, 항공사진 등 공적 자료를 통해 토지의 과거 및 현재 용도, 건물의 신축 및 개축 이력 등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