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사망한 망인의 딸인 미성년자 원고의 친권자인 원고의 어머니가 망인의 어머니인 피고와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이 합의가 친권자와 자녀 간의 이해상반행위이거나 친권 남용에 해당하며 미성년 자녀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고 피고가 친권자를 기망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의 아버지인 망인이 2021년 2월 15일 사망한 후, 망인의 딸인 미성년자 원고가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되었습니다. 원고의 친권자인 어머니 B는 망인의 어머니인 피고와 2021년 3월 8일 '확인 및 이행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합의서에는 원고가 수령할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피고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고는 이 합의가 부당하다며 무효임을 확인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의 '확인 및 이행 합의'가 무효인지 여부입니다. 특히 해당 합의가 친권자와 미성년 자녀 사이의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는지, 미성년 자녀의 동의가 필요한 행위였는지, 친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피고의 기망 또는 신의칙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합의가 미성년 자녀인 원고와 피고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판단했으나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합의 내용이 원고가 수령하는 보험금의 일부를 피고에게 지급하는 것으로서 친권자와 그 자녀 또는 수인의 자녀 사이에 이해의 대립이 생길 우려가 있는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이 합의는 금전채무에 관한 내용일 뿐 민법 제920조 단서에서 말하는 '자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가 아니므로 미성년 자녀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피고가 망인의 치료비, 생활비 등을 지원한 사정을 고려할 때 원고가 피고에게 금전채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친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피고가 원고의 어머니를 기망하였거나 피고의 권리 행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원고와 피고 사이의 합의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친권자의 대리권 및 이해상반행위, 그리고 친권 남용에 대한 민법의 해석을 따르고 있습니다.
민법 제920조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의 대리권): '법정대리인인 친권자는 자의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에 대하여 그 자를 대리한다. 그러나 자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부담할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조항은 친권자가 미성년 자녀의 재산을 관리하고 법률행위를 대리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녀가 직접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 채무(예: 어떤 일을 해주기로 약속하는 채무)를 부담시킬 때에는 자녀 본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단순히 돈을 갚거나 지급하는 금전채무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921조 (친권자와 자 사이의 이해상반행위): '친권자와 그 자 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함에는 친권자는 법원에 그 자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여야 한다.' 이 조항은 친권자와 자녀의 이익이 충돌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친권자가 자녀를 대리할 수 없으며, 법원이 선임한 특별대리인이 대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합의의 내용이 원고가 보험금의 일부를 피고에게 지급하는 것으로서, 친권자 B와 원고 A 사이에 직접적으로 이해가 상반되는 행위(예: B가 A의 돈을 자신에게 가져가는 행위)로 보지 않았습니다. 즉, 합의의 객관적인 성격상 친권자와 자녀 사이에 이익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판단했습니다.
미성년 자녀의 재산과 관련된 법률행위는 친권자가 대리할 수 있으며, 모든 대리 행위가 자녀에게 불리하다고 하여 친권자와 자녀 사이의 이해상반행위로 간주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해상반행위는 행위의 객관적 성질상 친권자와 자녀 사이에 이해의 대립이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또한 미성년 자녀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는 민법 제920조 단서에 명시된 '자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와 같이 특정 유형의 법률행위에 제한될 수 있으므로, 단순한 금전채무 부담 약정은 해당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친권 남용 여부는 친권자의 의도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 자녀의 이익과의 균형, 행위의 객관적 합리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특히 친권자의 행위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초래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행위에 합당한 다른 이유(예를 들어, 망인의 치료비 등 가족 공동의 비용을 다른 가족 구성원이 지출한 경우)가 있는 경우에는 친권 남용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