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원고는 피고에 대한 5천만 원의 채무가 있었고 이는 조정조서로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파산 및 면책 결정을 받았으나, 피고에 대한 채무를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피고가 이 채무에 대해 강제집행을 시도하자 원고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채무를 악의로 누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강제집행을 불허하고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08년 12월 30일 피고 B와의 조정에서 5천만 원의 구상금채무가 있음을 확인하고 2018년 12월 30일까지 변제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원고는 2021년 1월 22일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하여 같은 해 7월 16일 면책 결정을 받았고 7월 31일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파산 신청 시 제출한 채권자 목록에는 피고에 대한 이 5천만 원의 채무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에 피고는 면책 결정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조정조서를 근거로 원고에 대한 강제집행을 시도했고 원고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강제집행 불허를 구하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파산 면책 결정 후 채무자가 채권자 목록에 고의로 기재하지 않은 채권이 아닌 경우에도 강제집행을 불허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면서도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 '악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법원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조정조서에 기한 강제집행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조정조서에 기초한 피고의 원고에 대한 채권이 파산선고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 청구권으로서 파산채권에 해당하며 원고의 면책결정 확정으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제566조 본문에 따라 원고의 책임이 면제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채무를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았으므로 비면책채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조정 성립 후 약 12년이 지나 파산 신청을 했으므로 원고가 채무를 기억하지 못했거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고 피고가 변제를 독촉한 정황이 없으며 원고가 채권을 누락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이에 원고가 채무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채권은 면책 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대상이므로 강제집행은 불허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7호의 해석과 적용에 대한 것입니다.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비면책채권)는 면책 결정이 확정되어도 채무자가 책임을 면하지 못하는 채권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중 제7호는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을 비면책채권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여기서 말하는 '악의'를 채무자가 면책 결정 이전에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경우로 해석합니다. 만약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그에 과실이 있더라도 '악의'로 보지 않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이러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가 피고에 대한 채무의 존재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채권자 목록에 악의로 기재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7호의 비면책채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면책 결정의 효력이 미쳐 원고의 책임이 면제되었다고 보아 피고의 강제집행을 불허했습니다.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할 때는 채권자 목록 작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기억하는 모든 채무를 최대한 상세하게 기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오래된 채무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생각되는 채무라도 일단 채권자 목록에 포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채무자회생법상 '악의로 채권자 목록에 기재하지 아니한 청구권'은 면책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채무자가 채무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고의로 누락했다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단순히 채무를 잊었거나 착각하여 누락한 경우에는 '악의'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지만 법원이 악의 여부를 판단할 때는 오랜 시간 경과 채권자의 독촉 여부 다른 채무의 규모 해당 채무 누락으로 얻을 이익이 있는지 등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채권자의 경우 채무자가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하는 때에는 본인의 채권이 채권자 목록에 정확히 기재되었는지 확인하고 면책 신청에 대한 이의 제기 등 법적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권리를 보호받을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