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K씨는 두통과 어지럼증 증상으로 두 곳의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으나 심각한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증상이 악화되어 결국 '자발성 뇌실내 출혈'로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K씨의 가족들은 병원 의료진이 뇌출혈을 오진하고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며 의사들과 병원을 상대로 총 4억 9천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가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17년 12월 2일 K씨는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M병원 응급실에 방문했습니다. 의사는 뇌 CT 촬영을 진행한 후 이상이 없다고 진단했고,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며칠 뒤 같은 소견을 내놓았습니다. 다음 날인 12월 3일에도 K씨는 어지럼증 등의 증상으로 O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이전 병원 내원 사실을 알렸습니다. O병원 의사는 혈액검사 결과 급성 위장염 진단을 내렸고, 수액 치료 후 K씨는 귀가했습니다. 이후 K씨는 잠시 호전된 듯 일상생활을 했으나, 12월 29일 새벽 갑자기 극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다가 구토 후 의식을 잃었습니다. K씨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뇌 CT 촬영 중 심정지가 발생하여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습니다. 결국 K씨는 2018년 1월 19일 '자발성 뇌실내 출혈'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K씨의 가족들은 M병원과 O병원의 의료진이 K씨의 뇌출혈 증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K씨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해당 의사들과 병원 운영 주체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M병원과 O병원 의료진이 K씨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뇌출혈 진단 및 검사 상의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이러한 과실이 K씨의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는지였습니다. 의료과실이 인정된다면 해당 의사들과 소속 병원 운영 주체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될 수 있었습니다.
법원은 원고(K씨 가족)들이 피고(의사 및 병원 관계자들)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M병원에서 촬영된 뇌 CT 영상에서 소량의 출혈이 의심되는 부위가 있었으나, 이는 뇌경막 또는 주변 뼈 구조물로 인한 잡음 신호일 수 있어 정상인에게도 보일 수 있는 소견으로, 이 영상만으로 뇌출혈을 진단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K씨가 M병원 내원 당시 호소했던 두통과 어지럼증은 중증 질환 없이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었고, 뇌 CT에서 이상 소견이 없었으며, 뇌출혈을 의심할 만한 다른 신경학적 소견도 동반되지 않았음을 지적했습니다. K씨의 당시 연령이 35세였고 다른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없었던 점을 고려할 때, 뇌출혈 의심 시 시행할 수 있는 요추천자 같은 침습적 검사를 즉시 시행하지 않은 것이 과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O병원 내원 당시 K씨는 주로 복부 통증, 어지러움,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 관련 증상을 호소했고, 뇌출혈의 전형적인 증상인 두통이나 신경학적 이상 증상은 호소하지 않았으므로, 당시 의료진이 혈액검사 외에 뇌출혈 관련 추가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의료진에게 의료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피고 의사들에게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피고 병원 운영 주체들에게는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을 적용하여 공동 책임을 물었습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피용자의 선임 및 그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한 때 또는 상당한 주의를 하여도 손해가 있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법조문은 고용주(이 사건에서는 병원 운영 주체들)가 직원(의사)의 업무 수행 중 발생한 불법행위(의료상 과실)로 인해 타인(환자나 그 가족)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그 고용주도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즉, 만약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었다면, 해당 의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고용한 병원 운영 주체들도 이 조항에 따라 공동으로 K씨 가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판결에서는 의사들의 의료상 과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사용자의 배상책임 조항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어 병원 운영 주체들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두통, 어지럼증 등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이라도 과거 병력이나 현재 복용 중인 약 등 의료진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료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다면, 즉시 병원을 다시 방문하여 의료진에게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필요한 추가 검사가 있는지 문의해야 합니다. 특히 머리 관련 증상은 초기 진단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의료 영상 판독 결과에 의문이 있거나 증상이 계속될 경우 다른 전문의의 의견을 구하거나 재진료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뇌출혈과 같은 중증 질환의 초기 증상은 때로 위장염 등 다른 질환의 증상과 혼동될 수 있으므로, 모든 증상을 빠짐없이 의료진에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진이 어떤 검사를 시행할지 판단하는 기준은 환자의 나이, 동반 증상, 과거 병력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