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피고인 A는 2022년 5월경 C에게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며 5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하여 현금 500만 원을 받았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당시 수입이 없고 채무가 4천만 원 이상으로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거짓말하여 돈을 편취했다며 사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22년 5월 27일 C에게 '사업 자금이 필요하며, 500만 원을 빌려주면 한 달 내에 갚겠다'고 말하며 500만 원을 빌렸습니다. C은 이 돈을 빌려주면서 선이자로 50만 원을 공제하고 월 100만 원(월 20%)의 고율 이자를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이후 두 번에 걸쳐 총 200만 원의 이자를 지급했으나, 원금은 약속대로 갚지 못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피고인이 일정한 수입이 없고 개인 채무가 4천만 원 이상인 상태에서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C을 속여 돈을 가로챘다며 사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돈을 빌린 사람이 약속된 기한 내에 변제하지 못했을 때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특히 돈을 빌려준 사람이 고율의 이자를 받고 채무자의 신용 상태를 인지할 수 있었던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빌릴 당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그리고 피해자를 기망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피고인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돈을 빌릴 당시부터 변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C을 속여 돈을 편취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넘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돈을 빌릴 당시(행위 당시)에 이미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만약 돈을 빌릴 당시에는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으나 후에 상황이 어려워져 갚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특히 돈을 빌려준 사람(대주)이 돈을 빌리는 사람(차주)의 재정 상황이나 신용 상태를 이미 알고 있었거나, 매우 높은 이자를 받는 등 변제 지체나 변제 불능의 위험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면, 차주가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기망 행위나 사기의 고의(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도14516 판결 참조)
사기죄의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한, 돈을 빌리기 전후 피고인의 재산 상태, 환경, 대출의 내용, 실제 변제 노력 등 객관적인 상황들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또한, 범죄 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이를 감수하는 '미필적 고의'로도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검사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이러한 고의를 증명해야 하며, 만약 증거가 부족하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및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C이 사채업자로서 이자제한법상 최고 이자율인 연 20%의 약 12배에 달하는 월 20%(연 240%)의 비정상적인 고율 이자를 받았으며, 담보도 요구하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C이 피고인의 변제 불능 위험을 인지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이 4천만 원의 채무가 있었지만, 이자를 두 차례 지급했고, 운영하던 회사의 상당한 매출액과 연 3,6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돈을 빌려줄 때는 상대방의 변제 의사와 능력을 신중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돈을 갚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며,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고 상대방의 낮은 신용도를 충분히 인지했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면, 나중에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사기죄 성립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사기죄는 돈을 빌릴 당시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돈을 빌린 경우에만 성립합니다. 차용인이 대출 이후 이자를 일부라도 지급했거나, 일정 수준의 소득이나 매출이 있었다면, 변제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출 금액, 이자율, 담보 여부, 그리고 대주와 차주의 관계 등 다양한 객관적인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 사기죄 여부가 판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