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노동
한국전력공사에서 배전원으로 근무하던 원고는 과거 공사비 부당 지급 등으로 6개월 정직 징계를 받고 병휴직을 한 후 복직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원고의 복직을 허가하지 않고, 이전에 지적된 비위 행위(전기공사업법 위반, 배임,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직위해제 처분이 사실상 해고와 같은 징계 처분이며,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하고, 직위해제로 인해 받지 못한 임금 및 성과급 48,742,934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직위해제는 징계가 아닌 인사명령이며, 회사의 재량권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절차적·실체적 하자도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03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하여 배전원으로 근무하던 중, 2019년 11월 25일 공사 감독 업무 소홀, 공사비 부당 지급, 출장여비 부당 수령, 근무지 이탈 등 총 5억 7천만 원 상당의 공사비 관련 비위 및 기타 비위 행위로 인해 6개월 정직 징계(선행 징계)를 받았습니다. 정직 기간 만료 후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 2020년 12월 3일부터 2022년 12월 2일까지 2년간 병휴직을 했고, 2022년 10월 25일 복직원을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한국전력공사는 2022년 12월 10일 원고에 대한 감사 결과 및 수사 진행 상황을 근거로 인사관리규정 제23조 제1항 제5호에 의거하여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는 해당 직위해제 처분이 부당하다며 무효 확인 및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의 직위해제 처분이 징계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해당 처분에 절차적 또는 실체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직위해제 사유의 적법성, 이중징계 금지 원칙 위배 여부, 회사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그리고 직위해제 처분으로 인한 미지급 임금 등의 청구가 핵심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직위해제 무효 확인) 및 예비적 청구(직위해제 취소 및 미지급 임금 등 지급)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한국전력공사의 직위해제 처분이 징계 처분과는 다른 인사명령이며,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 정당한 조치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가 주장한 직위해제 무효 또는 취소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를 전제로 한 미지급 임금 등 청구 또한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직위해제의 법적 성격, 직위해제 사유 통보의 적법성, 이중징계 금지 원칙 적용 여부, 그리고 사용자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가 주요 법리적 쟁점으로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직위해제가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달리, 근로자의 직무수행능력 부족, 징계 절차 진행 중, 형사사건 기소 등의 경우에 장래 예상되는 업무상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잠정적 조치'인 '인사명령'이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대법원 1996. 10. 29. 선고 95누1592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인사권자인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며, 근로기준법 위반이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직위해제 사유 통보는 직위해제와 동시에 또는 지체 없이 서면이나 구두 등으로 행하되, 본인이 당시 전후 사정에 의해 구체적인 사유를 알고 있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30729 판결 참조).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이전에 받은 징계, 감사, 수사 진행 상황,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직위해제 사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고 보아 절차적 하자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직위해제는 징계와 그 성격이 다르므로, 특정 사유로 징계를 받았더라도 그것이 직위해제 사유로 평가될 수 있다면 이를 이유로 직위해제를 하는 것은 일사부재리나 이중처벌금지 원칙에 저촉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1다30729 판결 등 참조). 본 사건의 직위해제 사유는 한국전력공사 인사관리규정 제23조 제1항 제5호('직무와 관련된 금품·향응수수, 업무상 횡령·배임, 공금유용,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로 인하여 감사원 및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조사 또는 수사 중이거나 사내 조사 중인 자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현저히 어려운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원고가 수억 원 상당의 공사비를 부당 지급하거나 업무 관련 금품·향응 수수, 공금 유용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었고, 이러한 비위의 내용과 정도를 고려할 때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피고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산업통상자원부 감사 결과 및 수사기관 고발 등 처분의 경위, 직무집행 적정성 및 신뢰 저해 위험, 원고 스스로 일부 비위 행위를 인정한 점, 그리고 무혐의 시 불이익을 해소하는 규정(직위해제 기간을 특별휴가로 처리)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입니다.
직위해제와 징계는 법적 성격이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직위해제는 징계와 달리 장래의 업무상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잠정적인 인사명령으로, 징계 절차와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직위해제 통보 시 구체적인 사유가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근로자 본인이 과거의 감사, 수사, 언론 보도 등으로 직위해제 사유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면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전에 징계를 받은 비위 행위가 있더라도 그것이 직위해제 사유로 평가될 수 있다면 이중징계 금지 원칙에 저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인사명령에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며, 직위해제가 업무상 필요성과 비위 행위의 중대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진 경우 법원은 이를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직위해제 기간 중 급여 지급 여부 및 범위는 각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따라 달라지므로, 사전에 해당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