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된 차량 파손으로 인한 수리비 청구 사건

피고의 과실로 주차된 차량이 파손되자 차량 소유주 E는 원고인 A정비 주식회사에 수리를 의뢰했습니다. E는 원고에게 수리비를 지급한 뒤 피고의 보험사로부터 일부 수리비만을 돌려받았고, 이에 원고는 E에게 부족분을 반환했습니다. 이후 E는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원고에게 양도했고,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남은 수리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채권 양도가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적정한 시간당 공임, 작업시간, 수용성 도료 할증을 계산하여 수리비를 산정했으며, 손해사정 수수료는 인정하지 않고 원고에게 70,434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정비 주식회사: 차량을 수리하고 손해배상 채권을 양수받아 피고에게 소송을 제기한 자동차정비업체
• 피고 C: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아 파손시킨 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
• E: 사고로 파손된 차량의 소유자이자 원고에게 손해배상 채권을 양도한 차주
• F손해사정 주식회사: 이 사건 차량의 적정 수리비를 산정한 손해사정 전문 회사
• H화재 주식회사: 피고 C와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

분쟁 상황

2022년 5월 11일 피고 C가 주차장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E 소유의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아 파손시켰습니다. E는 원고인 A정비 주식회사에 차량 수리를 맡기고, F손해사정 주식회사를 통해 적정 수리비를 1,328,000원으로 산정받아 원고에게 지급했습니다. 이후 E는 피고의 보험사인 H화재 주식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H화재는 1,162,440원만 지급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E에게 차액 165,560원을 반환했고, E는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원고에게 양도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남은 수리비를 청구했으나 지급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는 원고의 채권 양수 행위가 소송을 목적으로 한 소송신탁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차량 수리비 채권 양도가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 적정 수리비 산정 기준(시간당 공임, 작업시간, 수용성 도료 할증 포함), 손해사정 수수료가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제1심 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일부 취소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70,434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기각하며,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70%, 피고가 30%를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이 사건 차량의 소유자가 원고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양도한 것은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소송신탁에 해당하지 않아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수리비 산정에 있어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표한 적정 정비요금 자료를 기초로 2018년 공임 상한 금액에 연평균 상승률을 반영하여 적정 시간당 공임을 산정했고, 표준작업시간을 인정하면서도 수리 전후 안내에 소요되는 시간은 추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환경친화적인 수용성 도료 사용에 따른 할증은 30%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차량 소유주가 임의로 위임한 손해사정 수수료는 사고로 인한 불가피한 손해로 볼 수 없어 손해배상 범위에서 제외했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된 수리비 70,434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신탁법 제6조 (소송신탁의 금지): 이 조항은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신탁을 무효로 규정합니다. 채권 양도 역시 소송행위를 주된 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신탁법 제6조가 유추 적용되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채권 양도 계약이 체결된 경위와 방식, 소 제기까지의 시간적 간격, 양도인과 양수인의 신분관계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며, 본 사건에서는 원고가 차량을 수리하고 차주가 잔액을 지급받으며 채권을 양도한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소송행위가 주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13조의2 제1항 (적정 정비요금 공표): 이 조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이 보험사업자 등과 자동차정비업자 간 정비요금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적정 정비요금(표준작업시간과 공임 등 포함)을 조사·연구하여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 공표 자료가 그 자체로 법률관계를 구속하는 효력을 갖지는 않지만, 주무장관이 법률에 근거하여 시행한 조사·연구 결과이므로 다른 반증이 없는 한 객관성과 합리성을 지닌 유력한 증거자료가 됩니다. 이를 초과하는 정비요금 청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작업의 난이도, 고도의 숙련도, 특수한 물적 시설 등 더 높은 수준의 정비요금 청구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을 주장·증명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2018년 공표된 적정 공임에 연평균 상승률을 반영하여 2022년 시점의 적정 공임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3. 상법 제676조 제2항 (손해액 산정 비용 부담): 이 조항은 '손해액의 산정에 관한 비용은 보험자의 부담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가 임의로 위임한 손해사정 수수료를 언제나 보험자나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며, 손해사정 수수료가 사고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지출된 손해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는 개별적으로 판단됩니다. 본 사건에서는 손해사정 수수료가 불가피한 손해로 인정되지 않아 배상 범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교통사고로 인한 차량 파손 시 수리비 청구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차량 수리업체가 피해 차주로부터 손해배상청구권을 양수하는 경우, 그 목적이 오직 소송을 위한 것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본 사건처럼 수리 완료 후 잔액을 정산하고 청구권을 양도받는 과정은 소송신탁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정비요금의 적정성 논란이 있을 경우 국토교통부장관이 공표한 적정 정비요금 자료가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이 자료는 시간당 공임, 표준작업시간 등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공표 시점 이후 물가 및 임금 인상률 등을 고려하여 조정될 수 있습니다. 만약 공표 자료보다 높은 수리비를 청구하려면 고도의 숙련 기술이나 특수 시설 사용 등 특별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셋째, 환경친화적인 수용성 도료 사용 등 특정 공법이나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 일반적인 유성 도료보다 재료비나 작업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할증 적용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넷째, 손해사정 수수료와 같이 사고 후 발생하는 부수적인 비용의 경우, 이것이 사고로 인한 '불가피한 손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하며, 항상 가해자나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