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 공개채용 행정직원의 임금 차별 불만 사건

이 사건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피고 L기관의 2019년 행정기능직 정규직원 공개채용에 합격한 근로자 11명(원고들)이, 피고가 자신들의 학력 및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낮은 급여등급을 적용하여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상 차별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며 임금 차액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들은 기존 취업규칙과 달리 경력을 인정하지 않은 인사위원회 결의가 무효이거나, 단체협약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행정직 근로자나 다른 행정기능직 근로자들과 비교하여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위배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인사위원회 결의가 유효한 취업규칙으로 인정되며, 불이익한 변경으로 볼 수 없어 근로자 동의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노사전합의는 단체협약으로 볼 수 없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 주장 역시 원고들과 비교 대상 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A~K): 피고 L기관의 2019년 행정기능직 정규직원 공개채용을 통해 합격하여 2019년 12월 16일부터 4급 행정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근로자들.
• 피고 (L기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항공기,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등의 연구개발을 목적사업으로 하는 공공기관.

분쟁 상황

이 사건 분쟁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피고 L기관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사전협의기구를 구성하고 전환계획을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일부 파견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으나, 전환을 포기하거나 탈락한 공석 14명에 대해 공개채용이 실시되었습니다. 원고들은 이 공개채용을 통해 2019년 12월 16일부터 피고 기관의 4급 행정원(행정기능직)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피고 기관은 이 공개채용 근로자들에게 기존 취업규칙과 달리 학력, 병력, 근무경력 등을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기능직 1등급의 급여등급을 적용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경력을 반영한 급여와 실제 지급받은 급여 간의 차액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인사위원회 결의의 유효성: 피고 L기관의 인사위원회 결의가 원고들의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급여등급을 일괄적으로 기능직 1등급으로 정한 것이 유효한 취업규칙인지, 그리고 기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으로서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 무효인지 여부.
2. 노사전합의 위반 여부: 2019년 5월 20일자 노사전합의가 단체협약에 해당하며, 해당 합의가 공개채용 근로자에 대해 기존의 경력평정요령을 적용하여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임에도 이 사건 결의가 이를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3.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 여부: 원고들이 행정직 근로자나 기존 또는 별정직 행정기능직 근로자들과 비교하여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제공함에도 임금에서 차별을 받고 있어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 및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를 위반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1. 인사위원회 결의의 유효성: 2019년 9월 30일자 인사위원회 결의는 이 사건 공개채용 절차를 통해 채용된 행정기능직 근로자들에게 집단적,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임금에 관한 준칙으로서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공개채용은 파견근로자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공석에 대한 특수한 채용절차이므로, 종전까지의 일반적 임용경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임용경로를 신설하며 필요한 경력 인정 여부를 새로 정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기존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으로 볼 수 없어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노사전합의 위반 여부: 2019년 5월 20일자 노사전합의는 파견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협의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피고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조건 교섭을 위한 기구가 아니었으며 합의 당시 단체협약으로 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아 단체협약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령 단체협약으로 보더라도, 합의 내용 중 '행정기능직 공개채용의 경우 기존의 기능직 등급표 적용'이라는 부분은 원고들의 주장처럼 경력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파견근로자와 달리 실수령 급여액이 없는 공개채용 근로자에 대해 기존의 기능직 등급표를 적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3.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위반 여부:
   • 행정직 근로자와의 비교: 행정기능직 근로자와 행정직 근로자는 임용 자격기준(학력, 경력)이 상이하고, 행정직은 행정업무의 책임자로서 중요도, 난이도, 노동강도가 높은 업무를 담당하는 반면 행정기능직은 보조자로서 중요도, 난이도, 노동강도가 낮은 업무를 담당하므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동일가치의 노동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다른 행정기능직 근로자와의 비교: 기존 또는 별정직 행정기능직 근로자들은 장기간 근무 후 정부 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대체근로를 제공하는 계약직 근로자로, 채용경로, 근속기간, 고용안정성,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원고들과 상이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동일가치의 노동을 제공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원고들의 임금 차액 지급 청구가 모두 이유 없다고 보아, 제1심 판결과 같이 원고들의 항소 및 항소심에서 확장한 원고 J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항소 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다음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근로기준법 제97조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 무효인 취업규칙: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하며, 무효로 된 부분은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따른 기준에 의하게 됩니다. 원고들은 근로계약 중 급여 등급에 관한 부분이 기존 취업규칙에 미달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인사위원회 결의가 유효한 취업규칙으로 보고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 근로기준법 제94조 (취업규칙의 작성ㆍ변경 신고)​, 제96조 (의견청취)​, 제13조 제1항 (법령 요지 등의 게시)​: 이들 조항은 취업규칙의 작성 및 변경에 관한 절차적 규정입니다.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근로자의 의견을 듣고 신고해야 하며, 근로자들에게 주지시켜야 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규정들이 단속법규에 불과하므로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여 바로 취업규칙의 효력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신설 또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효력을 가지려면 '적당한 방법에 의한 주지', 즉 근로자들이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채용 공고와 근로계약서 명기를 통해 주지 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3.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성별,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합니다. '차별적 처우'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의미하며,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는 근로 내용과 비교하여 달리 처우할 필요가 없거나 그 방법·정도가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들과 행정직 근로자, 또는 다른 행정기능직 근로자들 사이에 직무의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므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4.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 제8조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동일가치의 노동'은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직무가 다르더라도 객관적 직무평가를 통해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을 말합니다. 동일가치 여부는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작업조건 및 근로자의 학력·경력·근속연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들과 비교 대상 직군 및 근로자들 간에 자격 기준, 업무 내용, 책임, 채용 경로, 근속 기간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동일가치 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채용 공고 및 근로계약서 내용의 면밀한 확인: 특수한 채용 절차(예: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른 채용)의 경우, 일반적인 채용과는 다른 임금 및 경력 인정 기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채용 공고 내용과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급여 등급, 경력 인정 여부 등을 계약 체결 전에 반드시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2. 취업규칙의 이해: 취업규칙은 사업장 내 근로조건에 대한 중요한 준칙이므로, 자신이 적용받는 취업규칙의 내용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새로운 채용 경로가 신설되거나 특정 직군에만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3. '불이익 변경'의 기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은 근로자 집단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채용 경로를 신설하며 새로운 기준을 정하는 경우는 기존 취업규칙의 '변경'이 아닌 '신설'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처한 상황이 기존 규칙의 변경인지, 아니면 새로운 규칙의 적용인지 법률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적용: 이 원칙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적용됩니다.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작업조건, 학력, 경력, 근속연수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동일 가치 노동 여부를 판단하므로, 단순히 비슷한 업무를 한다고 해서 동일가치노동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본인의 직무와 비교 대상 직무의 객관적인 차이를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5. 단체협약의 성립 요건: 노사 간의 합의가 모두 단체협약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근로조건 등에 관한 합의가 문서로 작성되고 당사자 쌍방의 대표자가 서명·날인하는 등의 실질적, 형식적 요건을 갖추어야 성립합니다. 비공식적인 협의나 단순히 협의를 거친 내용만으로는 단체협약으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