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고속철도 노선 개선 사업의 계약자인 A 주식회사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납품한 열차자동방호장치(ATP)의 수신모듈에 잘못된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시험 운행 중 열차 충돌 사고와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A 주식회사에 1년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고, A 주식회사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고속철도 노선에 열차자동방호장치(ATP)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2016년 6월 A 주식회사와 ATP 장치 제조·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2017년 2월부터 4월까지 ATP 장치 보완 작업을 하면서 수신모듈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2017년 9월 13일, 해당 구간의 종합시험운행 중 O~N역 상선 궤도회로에 선행열차가 정차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A 주식회사가 납품한 ATP 장치에서 '열차 없음' 신호가 발생하여 O역 출발신호기가 진행신호를 현시했습니다. 이로 인해 후행열차가 진행신호를 신뢰하고 운행하다가 정차해 있던 선행열차와 시속 92.9km의 속도로 충돌, 탈선하여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당하는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이 사건 사고).
사고 조사 결과, A 주식회사가 ATP 수신모듈에 제작용 프로그램이 아닌 시험연구용 프로그램을 잘못 설치하여 변조주파수가 없는 상태에서 열차 유무를 오검지한 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또한 A 주식회사의 대표자 R는 수신모듈 프로그램 오류 및 외부 환경(노이즈, 고조파)에 대한 이상동작 시험 부족을 인정하며 업무상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019년 3월 11일 A 주식회사가 '규격서와 달리 안전도의 위해를 가져오는 등 부당한 제조를 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국가계약법에 근거, 1년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A 주식회사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가 국가계약법상 '규격서와 달리 안전에 위해를 가져오는 부당한 제조를 한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피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원고에게 내린 1년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가 열차자동방호장치(ATP) 수신모듈에 시험연구용 프로그램을 잘못 설치하여 변조주파수 누락과 오동작을 유발함으로써, 규격서 및 구매시방서에 명시된 안전 관련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고 열차 충돌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점을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국가계약법상 '규격서와 달리 안전에 위해를 가져오는 부당한 제조'에 해당하며, 원고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1명의 사망자와 6명의 부상자를 낸 사고의 중대성과 공공기관 계약 질서 확립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고려할 때, 피고의 1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 및 그 시행규칙의 관련 규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1.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 및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별표 2] 3호 가항에 따른 부정당업자 제재: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1호는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부실·조잡 또는 부당하게 하거나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대해 일정 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이에 따라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6조 [별표 2] 3호 가항에서는 '설계서(물품 제조의 경우에는 규격서를 말한다)와 달리 구조물 내구성 연한의 단축, 안전도의 위해를 가져오는 등 부당한 시공(물품의 경우에는 제조를 말한다)한 자'의 경우 1년의 기간 동안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 A 주식회사가 납품한 열차자동방호장치(ATP)의 구매시방서 및 한국철도표준규격에 '주파수에 의한 상호간섭이 없어야 하고, 전기철도 운행에 따른 각종 전자기파, 자기장 등의 유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적으로 동작하여야 한다', '차량에서 발생되는 노이즈 또는 고조파에 의하여 궤도계전기가 오동작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지락 또는 외해로부터 장치가 보호될 수 있도록 반드시 보호회로를 구비하여야 한다'고 명시된 중요한 안전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수신모듈에 시험연구용 프로그램을 잘못 설치하여 변조주파수 누락과 오동작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열차 충돌 사고라는 심각한 결과가 발생한 점을 볼 때, 원고의 행위는 '규격서와 달리 안전도의 위해를 가져오는 부당한 제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규격서'의 개념에는 구매시방서도 포함된다고 해석되었습니다.
2. 행정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판단 기준:
법원은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처분 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해당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그리고 처분으로 인해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비교·형량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처분 기준이 부령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이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일 뿐 대외적 구속력은 없지만, 해당 처분 기준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지 않고, 처분 사유와 관계 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지 않은 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1명의 사망자와 6명의 부상자를 낸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며, 원고의 과실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국가와 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부정한 행위로 계약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가에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매우 크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처분된 1년의 제재 기간은 관련 법령의 처분 기준에 부합하며, 원고가 주장하는 과징금 갈음 사유나 감경 사유는 임의 규정일 뿐만 아니라 원고의 책임이 경미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3. 검수 합격과 책임 면제 여부:
원고는 납품한 장치가 피고로부터 검수를 거쳐 적합 판정을 받았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구매시방서에 '계약자는 한국철도표준규격과 검사 및 시험계획서(ITP)에 명기된 검사 및 시험에 합격하였다 하더라도 제품의 불량이나 결함 등으로 발생된 하자에 대하여 면책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검수 합격만으로 제품의 불량이나 결함으로 인한 하자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공공기관과의 계약 시에는 계약서, 구매시방서, 규격서 등 모든 관련 문서의 내용을 면밀히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의 사양이나 기능 요구사항은 더욱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합니다.
제품의 제조나 설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오류라도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품질 관리 및 검수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특히 프로그램 업데이트나 모듈 교체 시에는 반드시 정식 제작용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시험연구용 프로그램이 혼용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합니다.
규격서나 시방서에 명시된 전자파, 자기장, 노이즈, 고조파 등 외부 환경에 대한 오동작 방지 및 보호회로 구비 요구사항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 충분한 시험과 검증을 거쳐야 하며, 형식적인 검수 합격만으로 제품의 불량이나 결함으로 발생한 하자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지 않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인명 피해 등 중대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제조사는 '부당한 제조'를 한 것으로 판단되어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로 제재를 받을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과징금으로 갈음되거나 제재 기간이 감경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계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이 인명 피해 등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면, 해당 책임자는 형사상 책임(예: 업무상과실치상 등)까지 부담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