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원고 A는 체코에 위치한 공장 건설 현장에서 기계설비 설치 공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던 중, 2018년 11월 12일 2층 작업장에서 비드 공정에 있던 자재를 청소하고 나무 덮개를 옮기라는 지시에 따라 작업하던 중, 바닥에 있던 개구부에 빠져 4.5미터 아래 1층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이 사고로 원고는 뇌진탕 등 상해를 입었으며, 이후 피고 B(노무도급인), 피고 C 주식회사(모회사), 피고 E 주식회사(공장 신축 공사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 A는 2018년 11월 12일 체코의 한 공장 건설 현장에서 작업 중, 바닥의 개구부에 덮여있던 나무 덮개를 치우다가 구멍으로 떨어져 뇌진탕 등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사고 현장은 C 체코법인이 발주하고 피고 E 주식회사가 신축 공사를, 피고 B(G 상호)이 기계설비 설치 공사를 진행하던 곳이었습니다. 원고는 대한민국으로 귀국하여 치료를 받으며, 고용주이자 노무도급인으로 간주되는 피고 B, 발주처인 C 체코법인의 모회사인 피고 C 주식회사, 그리고 시공사인 피고 E 주식회사를 상대로 총 11억 7천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피고들은 이 사건 사고가 체코에서 발생했으므로 대한민국 법원에는 재판관할권이 없으며 체코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각 피고는 자신들이 원고의 고용주가 아니거나 현장 관리 책임이 없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대한민국 법원이 재판관할권을 가지는지 여부와 어떤 국가의 법률을 적용할지(준거법)에 대한 판단이 있었습니다. 둘째, 피고 B이 원고의 실질적인 사용인으로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는지, 그리고 이를 위반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셋째, 피고 C 주식회사가 자회사인 C 체코법인의 배후에 있는 모회사로서 법인격 남용 법리에 따라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넷째, 피고 E 주식회사가 사고 현장을 사실상 점유하고 있는 공작물의 점유자로서 공작물 설치 및 보존의 하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원고의 과실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의 제한(과실상계)이 문제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과 피고 E 주식회사가 공동으로 원고에게 총 131,500,746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30,000,100원에 대해서는 2018년 11월 12일부터, 101,500,646원에 대해서는 2022년 3월 8일부터 각 2022년 10월 19일까지 연 5%의 비율로,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반면, 피고 C 주식회사에 대한 원고의 청구와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원고의 추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 C 주식회사 사이의 부분은 원고가, 원고와 나머지 피고들 사이의 부분 중 15%는 나머지 피고들이, 85%는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과실을 30%로 인정하여 피고 B과 피고 E의 책임을 70%로 제한했습니다.
체코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부상을 입은 원고 A는 노무도급인인 피고 B과 공사 현장 시공사인 피고 E 주식회사로부터 공동하여 1억 3천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발주처의 모회사인 피고 C 주식회사에 대한 청구는 법인격 남용이 인정되지 않아 기각되었으며, 원고의 안전 부주의로 인한 30%의 과실이 인정되어 피고들의 책임이 제한되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국제사법 및 재판관할권 (구 국제사법 제2조 제1항, 제2항, 제32조 제1항) 이 사건은 체코에서 발생한 사고였으나, 법원은 대한민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구 국제사법 제32조 제1항에 따르면 불법행위는 행위가 행해진 곳의 법에 따르지만, 손해의 결과 발생지(원고가 대한민국에서 치료받으며 후유증이 발생하거나 강화된 점)도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구 국제사법 제2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당사자의 공평, 재판의 적정·신속·효율, 판결의 실효성, 피고의 예측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원고의 생활 기반이 대한민국에 있고 피고들 모두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를 두었으며, 주된 증거 자료가 한국어로 되어 있는 점 등이 고려되어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이 인정되었습니다.
2. 노무도급인의 안전배려의무 (민법 제750조,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시행령 제3조 제1항) 법원은 원고와 피고 B 사이에 명시적인 근로계약은 없었지만, 지속적인 급료 지급 등 노무도급관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노무도급인이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을 유보한 채 노무를 도급받는 경우,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다고 보아 도급인에게는 노무 수급인의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물적 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보호의무'가 신의칙상 인정됩니다. 이러한 보호의무 위반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발생시킵니다.
3. 공작물 책임 (민법 제758조) 피고 E 주식회사는 이 사건 사고 현장의 신축 공사를 시공한 회사로서, 사고 당시 개구부를 설치해놓고도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표지판이나 주의 표시를 하지 않고 엉성한 판자로만 덮어놓아 추락 방지 등의 방호 조치를 다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상태를 공작물 자체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보았으며, 피고 E 주식회사가 사고 현장을 사실상 점유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여 민법 제758조에 따른 공작물 점유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4. 법인격 부인론 (모자회사 관계에서의 책임) 원고는 피고 C 주식회사가 자회사인 C 체코법인의 모회사이므로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모자회사 관계에서 자회사의 독자적인 법인격을 부인하고 모회사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자회사의 법인격이 완전히 형해화되거나, 모회사가 자회사를 채무 면탈 등의 위법한 목적 달성을 위해 남용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징표와 주관적인 의도가 입증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C 체코법인이 체코 법률에 따라 설립된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으며, 피고 C가 C 체코법인의 인사발령 등에 일부 관여했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법인격 남용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 C의 책임을 기각했습니다.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라도 피해자의 거주지, 치료 장소, 피고들의 사업 소재지 등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다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고 대한민국 법률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명시적인 근로계약이 없더라도 노무도급 관계에서 실질적인 지휘 감독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대가를 지급한 경우, 노무도급인도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사 현장의 관리자나 시공사는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해 개구부와 같은 위험 요소에 대해 철저한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개구부임을 명확히 표시하고 견고한 덮개 또는 추락 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치를 소홀히 할 경우 공작물 설치 및 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불법행위 책임이 따를 수 있습니다. 모자회사 관계의 경우, 단순히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자회사의 행위에 대한 모회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법인격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사실상 동일한 회사로 보이거나 법인 제도를 남용했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어야만 모회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작업자는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스스로도 안전에 유의할 의무가 있습니다. 작업 현장에서 주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과실 비율만큼 손해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