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 노동
주식회사 A는 주식회사 B를 상대로 특정 토지의 매수인 지위를 확인해 달라는 주된 청구를 제기하고 예비적으로 매매대금의 10%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원고 A는 이 사건 매매계약이 조건부 계약이 아니거나 피고 B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특정 조건의 성취를 전제로 하는 '정지조건부 계약'이라고 판단했고 해당 조건들이 최종적으로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아 원고의 주된 청구와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와 주식회사 B는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계약에는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약정 체결'과 '토지보상 80% 달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명시되어 있었고 계약서 제5조에는 '본 계약이 제6조의 1호 및 2호의 성취를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매매계약임을 전제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 기한이 연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조건들은 최종 기한인 2018년 4월 30일까지 달성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 A는 자신이 매수인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예비적으로 피고 B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으므로 손해배상금 5억 4천 6백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 매매계약이 특정 조건의 성취를 전제로 하는 '정지조건부 계약'인지 여부와 피고 B에게 조건 성취를 위한 협력 의무 또는 채무불이행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약정 체결 및 토지보상 80% 달성이라는 조건의 성취를 정지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계약이며 이 조건들이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B에게 채무불이행 책임이 없으므로 원고 A의 주위적 청구(매수인 지위 확인)와 예비적 청구(손해배상)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의 항소와 항소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항소 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 A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법리는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와 '처분문서의 해석 원칙'입니다. 민법상 조건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입니다. 특히 '정지조건'은 조건이 성취되면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는 조건으로 조건이 불성취로 확정되면 해당 법률행위는 효력을 발생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1. 8. 25. 선고 2008다47367 판결 등 참조). 법원은 당사자들이 계약서 제5조에서 '조건부 매매계약임을 전제한다'고 명확히 규정한 점 계약 관련 금전 수수가 없었던 점 추진 일정 지연에 따른 변경 계약을 체결해 온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정지조건부 계약으로 판단했습니다. 또한 계약서와 같은 '처분문서'를 해석할 때는 그 문언의 내용과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 경위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법원은 관련 법령인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제32조 및 동법 시행령 제30조가 매매대금 지급 시기를 규정하더라도 이는 매매계약 제8조에서 다루는 내용이고 제5조의 조건부 계약 조항의 의미를 대체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다카24731, 24748 판결 참조). 법원은 피고에게 조건 성취를 위한 협력 의무나 조건 불성취에 대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 내용 중 어떤 부분이 조건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계약이 어떤 효력을 갖게 되는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정지조건부 계약'인 경우 조건이 성취되어야만 계약의 효력이 발생하므로 조건이 달성되지 않으면 계약 자체의 효력이 없어집니다. 이 경우 상대방에게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에게 계약 조건 성취를 위한 협력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거나 그러한 의무를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막연히 상대방의 협력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는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계약을 맺을 때 이러한 조건부 조항들이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법적 결과를 초래할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