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인가 유효성 다툼 사건

이 사건은 원고들이 서울 강남구청장이 내린 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조합 설립인가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입니다.

주요 쟁점은 재건축을 위해 별도의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필요한지 여부, 상가 대지를 제외한 조합설립인가가 당연 무효인지 여부,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여 처분이 이루어졌는지 여부, 조합설립 동의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 절차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 재건축 동의서 등에 비용 분담 기재가 구체적인지 여부, 그리고 해제조건 성취로 처분이 실효되었는지 여부 등입니다.

대법원은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재건축조합 설립인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재건축조합 설립인가의 무효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아파트 주민들 3인
• 피고: 서울특별시 강남구청장 (재건축조합 설립인가를 내준 행정기관)
• 피고보조참가인: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분쟁 상황

이 사건 사업 구역은 1977년 청담·도곡아파트 지구개발기본계획이 수립·승인된 아파트 지구였습니다. ○○○○아파트와 ○○○○상가는 1979년 하나의 사업계획으로 승인받아 건축되었습니다.

피고보조참가인인 재건축조합은 토지 분할 청구를 거치지 않고 이 상가 대지를 사업 구역에서 제외한 채, 아파트 토지 등 소유자들로부터만 동의를 받아 2003년 9월 22일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고, 강남구청장은 이를 받아들여 인가 처분을 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이 재건축조합 설립인가 처분이 위법하거나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특히 별도의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필요하다는 점, 상가 대지를 제외한 점으로 인해 인가 처분이 당연 무효라는 점, 조합원 동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 등 여러 절차적, 실체적 하자를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구 도시정비법 시행 이전에 아파트 지구로 지정된 구역에서 재건축 사업을 할 때, 별도의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필요한가 여부
2. 아파트와 상가가 하나의 사업계획으로 승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가 대지를 제외한 채 이루어진 재건축조합 설립인가 처분이 당연 무효인지 여부
3. 재건축조합 설립인가 처분이 조합원들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는지 여부
4.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 요건 (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2항)을 충족하지 못하였는지 여부
5.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승인 절차에 하자가 있는지 여부
6. 재건축 동의서나 조합 규약에 비용 분담액과 산출 기준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지 않아 위법한지 여부
7. 재건축조합 설립인가 통보서에 기재된 문구가 해제조건에 해당하여 그 성취로 이 사건 처분이 실효되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원심의 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결론

대법원은 재건축조합 설립인가 처분의 유효성을 다툰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아파트 지구는 별도의 정비구역 지정고시 없이도 재건축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상가 대지 제외로 인한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조합원 의사나 동의 요건, 추진위원회 승인 절차, 비용 분담 기재 등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인가 통보서의 문구는 해제조건이 아닌 부담에 불과하여 이행불능으로 처분이 실효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결론적으로 이 사건 재건축조합 설립인가 처분은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2002. 12. 30. 법률 제6852호로 제정)​

   • 부칙 제5조 제3항: 이 규정에 따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용도지구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용도지구는 이 법에 의한 주택재건축구역으로 보며, 주택건설촉진법 제20조의 규정에 의하여 수립된 아파트 지구개발기본계획은 본칙 제4조의 규정에 의하여 수립된 정비계획으로 본다'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이로 인해 기존 아파트 지구는 별도의 정비구역 지정고시 없이도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 제41조 제1항: 주택재건축사업은 '주택단지' 단위로 시행되어야 하며, 그 일부를 사업구역에서 제외할 때에는 토지분할 청구가 선행되어야 함을 전제로 하는 조항으로 해석됩니다.
   • 제2조 제7호: '주택단지'의 의미에 대해 '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을 건설하거나 대지로 조성되는 일단의 토지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에 해당하는 일단의 토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 제16조 제2항: 조합설립에 필요한 동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서는 적어도 80.40% 이상의 동의율과 각 동별 70.8% 이상 동의율이 충족되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 제13조 제2항: 추진위원회 승인에 필요한 토지 등 소유자 2분의 1 이상의 동의 요건을 규정합니다.

2.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2003. 6. 30. 대통령령 제18044호로 제정)​

   • 부칙 제9조 제1항: '대통령령이 정하는 용도지구'로서 '아파트 지구'를 규정합니다.
   • 제5조 제1호: '주택건설촉진법 제33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계획승인을 얻어 주택과 부대·복리시설을 건설한 일단의 토지'를 주택단지로 규정합니다.

3. 주택건설촉진법 제20조 및 제33조: 아파트 지구개발기본계획 수립 및 사업계획 승인에 관련된 기존 법령입니다.

4. 행정처분 무효에 관한 법리: 하자 있는 행정처분이 당연 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합니다. 특히 법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었던 경우에는 하자가 명백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례가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두3743 판결 등).

5. 해제조건과 부담의 구분: 행정처분에 붙은 조건이 처분의 효력을 장래에 소멸시키는 '해제조건'인지, 아니면 상대방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부담'인지에 따라 그 법적 효력이 달라집니다. 해제조건은 그 성취 시 별도의 조치 없이 처분 효력이 상실되나, 부담은 불이행 시에도 처분 효력이 유지되며 별도의 취소 처분이 있어야 효력이 상실됩니다.

참고 사항

재건축 사업과 관련하여 다음 사항들을 유의해야 합니다.

1. 법령의 소급 적용 및 경과 규정 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같은 법률이 제정되거나 개정될 때, 기존에 진행 중이던 사업이나 지정된 구역에 대한 특례(경과 규정, 부칙 조항)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관련 부칙 조항을 확인하여 본인의 상황에 맞는 규정을 찾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기존 아파트 지구는 구 도시정비법상 정비구역으로 간주된다는 부칙 조항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2. 행정처분 무효의 중대성: 행정기관의 처분이 무효가 되려면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하고 명백한' 것이어야 합니다. 단순히 법을 잘못 해석했거나 사실관계를 오인한 정도로는 무효가 아닌 취소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법리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거나 관련 법리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던 시점의 처분은 하자가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3. '하나의 주택단지' 판단 기준: 아파트와 상가가 함께 건설된 경우, '하나의 주택단지'로 볼 것인지 여부가 재건축 사업 구역 설정에 중요합니다. 이는 당초 주택 건설 사업 또는 대지 조성 사업 당시 하나의 사업계획으로 승인받았는지 여부로 판단됩니다. 오래된 건축물의 경우 관련 사업계획 승인 자료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4. 조합원 동의 및 의사 반영: 재건축조합 설립 시 조합원들의 동의 요건 충족 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동의서는 명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담고 있어야 하며, 비용 분담 등에 관한 사항도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야 합니다. 추진위원회 승인 동의 역시 조합 설립 동의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동의서 작성 시 그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5. 인가 조건의 해석: 행정기관의 인가 통보서에 기재된 문구 (예: '~을 완료할 것')가 처분의 효력을 좌우하는 '해제조건'인지, 아니면 단순히 이행해야 할 '부담'인지를 정확히 구별해야 합니다. 해제조건은 불이행 시 처분이 자동으로 실효되지만, 부담은 불이행 시 별도의 취소 처분이 있어야만 처분의 효력이 상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