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전라북도의회가 도지사가 임명하는 출연기관의 장에 대한 인사검증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전라북도지사는 상위 법령 위반 및 인사권 침해를 이유로 재의를 요구했습니다. 의회가 이를 재의결하여 확정하자 도지사는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해당 조례가 상위 법령에 근거 없이 도지사의 임명권을 제약하며 주민의 의무를 부과하고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하여 조례의 재의결은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전라북도의회가 '전라북도 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검증 조례안'을 의결하고 도지사에게 이송했습니다. 이에 도지사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해당 조례안이 상위 법령에 반하고 자신의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의회에 재의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의회는 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2014년 11월 25일 조례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하여 확정했고 이에 도지사가 조례안 재의결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 조례안이 상위 법령에 근거 없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임명권을 제약하는지 여부,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를 부과하는지 여부,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지 여부
피고(전라북도의회)가 2014년 11월 25일 ‘전라북도 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검증 조례안’에 관하여 한 재의결은 효력이 없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합니다.
대법원은 전라북도의회의 인사검증 조례가 상위 법령에 명시적인 근거 없이 도지사의 전속적인 임명·위촉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조례가 법률의 위임 없이 자료 제출 의무나 증언 의무 등 주민의 의무를 부과하고 인사검증 대상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및 지방자치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위법한 조례에 대한 재의결은 전체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지방자치법,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민법, 지역문화진흥법, 행정규제기본법, 개인정보 보호법 등 다양한 법률과 원칙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명·위촉권 제한: 상위 법령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기관 구성원 임명·위촉 권한을 부여하고 지방의회의 동의나 견제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 해당 임명·위촉권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하위 법규인 조례로써는 이러한 장의 임명·위촉권을 제약할 수 없으며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권의 일환으로도 이와 같은 제약을 조례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3추44 판결 참조)
조례에 의한 주민의 의무 부과 및 권리 제한: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와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3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할 때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사항, 또는 벌칙을 정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합니다. 법률의 위임 없이 이러한 내용을 정한 조례는 그 효력이 없습니다. (대법원 2012. 11. 22. 선고 2010두1927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조례안 중 자료 제출 조례 규정은 사실상 출연기관 등의 장에게 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에 해당하여 위법합니다.
개인정보 보호: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3호는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때의 '법령 등'은 적법한 것이어야 합니다. 위법한 조례에 근거하여 인사검증 대상자의 형사처벌, 행정 제재, 도덕성 등에 관한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권의 범위: 지방자치법 제40조 제1항은 지방의회가 안건 심의와 관련된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제41조 제4항은 행정사무 감사 또는 조사를 위해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상위 법령의 근거 없이 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검증 사항을 정한 조례에 따라 인사검증 대상자의 개인정보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것은 지방의회의 서류 제출 요구 권한의 허용 범위를 벗어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할 때에는 반드시 상위 법령에 근거를 두어야 합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한 권한을 제한하거나 주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조례는 법률의 명확한 위임이 있어야만 유효합니다. 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요구하는 조례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비롯한 관련 법규를 엄격히 준수해야 합니다.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권도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이를 넘어선 인사검증 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