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에스케이텔레콤 주식회사가 자사의 MP3폰과 멜론사이트 음악 파일에 자체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기술을 적용하여 다른 음악 사이트에서 구매한 파일을 이용하기 어렵게 만든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보아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법원은 해당 행위가 경쟁 제한 의도나 소비자 이익에 현저한 피해를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정명령을 취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한 사건입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자사의 MP3폰과 멜론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음악 파일에 자체 개발한 DRM을 적용하여, 소비자들이 에스케이텔레콤의 MP3폰을 사용할 경우 멜론 사이트에서 구매한 음악 파일만 재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른 사이트에서 구매한 음악은 멜론 사이트에 회원 가입 후 별도의 변환(컨버팅) 과정을 거쳐야만 재생이 가능했습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고, 에스케이텔레콤은 이에 불복하여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MP3폰과 멜론 서비스에 적용한 DRM 기술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중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또는 '소비자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이 정당한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공정거래위원회) 및 피고보조참가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 비용은 피고 및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에스케이텔레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는 것을 확정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에스케이텔레콤의 DRM 탑재가 음악 저작권 보호 및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한 정당한 기술이며, 소비자의 불편이 현저한 이익 침해나 부당함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경쟁 제한의 의도나 목적이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고, 소비자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에스케이텔레콤의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특히 음악 파일의 상호 호환을 법적으로 강제할 근거가 없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사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제3호(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와 제5호 후단(소비자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의 적용 여부가 핵심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의 '부당성'을 판단할 때, 단순히 특정 사업자가 불이익을 입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대신, '독과점적 시장에서의 경쟁 촉진'이라는 입법 목적에 맞춰,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여 인위적으로 시장 질서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나 목적이 있었고, 객관적으로도 그러한 경쟁 제한 효과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을 때 비로소 부당성이 인정된다는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또한, '소비자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는 해당 상품의 특성, 행위가 이루어진 기간과 횟수, 이익이 저해되는 소비자의 범위 등을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특정 기술 표준이나 DRM을 사용하여 자사 서비스를 타사 서비스와 연동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 이것이 곧바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기술이 저작권 보호와 같은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경쟁 제한 효과나 소비자 이익 저해의 의도나 목적이 명확한지,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가 '현저한' 수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관련 기술의 필요성, 시장 내 유사 서비스의 경쟁 상황, 소비자들이 겪는 실제 불편의 정도 등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사업자에게 특정 기술의 상호 호환을 강제할 법적 의무가 없다면, 그 또한 중요한 방어 논리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