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원고는 피고에게 총 2억 2천만원을 지급했고 이 중 2천만원을 돌려받은 후 나머지 2억원을 대여금이라고 주장하며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피고는 이 돈이 대여금이 아니라 주유소 건설 공사대금을 부풀려 계약(이른바 '업 계약')한 것에 따라 원고로부터 반환받은 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2억원을 대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제출된 증거들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대여금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B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D는 용인시 일대에 주유소 및 가스충전소 신축 공사를 추진하며 주식회사 F와 두 차례에 걸쳐 도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고 A는 수급인인 F의 보증인으로 계약서에 날인했습니다. 이후 D는 원고 A가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C와 별도로 탱크조실 공사 계약을 맺었습니다. 원고 A는 2020년 10월부터 2021년 3월까지 피고 B에게 총 2억 2천만원을 지급했고, 2022년 5월에 피고로부터 2천만원을 돌려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나머지 2억원이 피고에게 대여한 돈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F와의 2차 도급계약(13억 2천 1백만원)이 실제 공사대금을 부풀린 '업 계약'이었고, 원고에게 지급된 돈은 이 부풀려진 공사대금 중 일부를 원고로부터 반환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여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에게 문자메시지로 돈 반환을 독촉하기도 했습니다.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돈 2억 2천만원 중 2천만원을 제외한 2억원이 '대여금'인지, 아니면 공사대금을 부풀린 이른바 '업 계약'에 따라 부풀려 지급된 공사대금의 '반환금'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대여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중요한 법률적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피고에게 2억원을 대여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차용증과 같은 명확한 증거가 없고, 이자나 변제기를 정하지 않은 점, 원고가 작성한 계산내역서의 내용이 오히려 피고의 주장(업 계약에 따른 반환금)에 더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금전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소비대차계약'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가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당사자 간에 금전의 수수가 있었다는 사실에 다툼이 없더라도, 금전을 대여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가 다투는 경우, 그 돈이 소비대차(빌려주고 빌리는 계약)를 원인으로 수수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돈을 빌려주었다고 주장하는 원고에게 있다"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72. 12. 12. 선고 72다221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8다42538 판결 등). 즉,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법원은 이 원칙에 따라 원고가 제시한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으며, 다음 사정들을 들어 원고가 피고에게 돈을 '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원고와 피고 사이에 거액의 금전 거래가 있었음에도 차용증과 같은 '처분문서'가 작성되지 않았고, 이자나 변제기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변제를 독촉한 자료도 문자 메시지 외에 충분치 않은 점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았습니다. 둘째, 원고가 작성한 계산내역서에 1, 2차 계약상 공사대금 차액 5억 5천 1백만원이 기재되어 있고, 이 금액에서 F의 지출금을 공제하여 잔액을 계산한 점은 오히려 피고의 '업 계약에 따른 부풀려진 공사대금의 반환' 주장과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계산내역서에서 '세금계산서 발행'을 요구하거나, 세금계산서 발행 후 돈을 다시 받아가라는 취지의 기재는 개인 간의 대여금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넷째, 피고가 공사대금 관련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원고가 이에 따라 송금한 돈은 공사대금 명목으로 수수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고 보았습니다. 다섯째, 19일 만에 공사대금이 약 70% 이상 증액된 점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고, 다른 견적서와 차이가 있는 점도 의문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급된 돈의 대부분이 사실상 주식회사 D의 자금에서 비롯된 것임을 고려할 때, D이 수급인인 F이나 C 명의 계좌에 돈을 송금했다가 D의 대표이사인 피고 계좌를 통해 그 일부를 돌려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