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인 A 주식회사와 B 주식회사는 비파괴검사 기술용역업체로, 피고인 한국가스공사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비파괴검사 용역 입찰에서 다른 업체들과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 및 형사고발 조치되고 유죄 판결까지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한국가스공사는 원고들에 대해 2016년 9월 26일 부정당업자 지정 및 2년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들은 이 처분이 국가계약법상 제척기간 7년을 도과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하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한국가스공사는 LNG탱크 건설 과정에서 필수적인 비파괴검사 용역 입찰을 진행했습니다. 이 입찰은 적격심사제 방식으로, 높은 사업수행능력 점수(PQ점수)를 가진 업체들이 예정가격 범위 내에서 최저가로 입찰할 경우 낙찰받기 쉬운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 때문에 원고 A, B를 포함한 여러 비파괴검사 용역 업체들은 2003년경부터 PQ점수 만점 회사들 전부를 참여시켜 낙찰 예정사 선정, 투찰금액 배분, 수익금 1/n 분배 등 기본적인 원칙에 합의하고 담합을 시작했습니다. 이 담합은 2011년까지 총 10차례의 입찰에서 지속되었으나, 2011년경 일부 업체의 지분 인정 문제로 이견이 발생하여 원고 A와 B가 담합에서 이탈함으로써 종료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 회사들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적발하여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했으며, 이들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한국가스공사는 원고들에게 2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고, 원고들은 이 처분이 제척기간을 도과했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제27조 제4항에 명시된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제척기간(7년) 기산점인 '위반행위의 종료일'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였습니다. 즉,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입찰담합 전체가 종료된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담합이 이루어진 개별 입찰 각각의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한국가스공사가 원고들에게 내린 2016년 9월 26일자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2년)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법원은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요건은 장기간에 걸친 담합행위를 전체로서 보지 않고 각 입찰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국가계약법과 공정거래법이 서로 다른 목적과 제재 주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가계약법령은 개별 입찰을 전제로 '계약상대자, 입찰자 또는 견적서를 제출하는 자'가 해당 입찰 과정에서 담합 행위를 한 경우를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담합의 기본적 합의가 있더라도 실제로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자는 제한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따라서 '위반행위의 종료일'은 문제가 된 해당 입찰의 종료 시점(낙찰일)이 되며, 원고들이 마지막으로 참여하여 낙찰받은 제10입찰의 종료일(2009년 9월 7일)로부터 7년이 경과한 2016년 9월 26일에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제척기간을 도과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사한 입찰담합 문제에 직면했을 때, 행정처분의 제척기간과 관련하여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국가계약법상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공정거래법상의 부당 공동행위와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은 전체 담합 행위를 하나의 행위로 볼 수 있지만, 국가계약법은 개별적인 입찰에서의 위반 행위를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위반행위 종료일'은 장기간의 담합 합의 종료일이 아니라 개별 입찰의 낙찰일 등 해당 위반 행위가 실제로 종료된 날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공공기관이나 국가기관과의 계약에서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게 된다면, 각 개별 입찰 건의 종료 시점을 명확히 파악하여 제척기간 도과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이 경우 7년의 제척기간은 개별 입찰 건마다 적용될 수 있습니다. 셋째, 담합 행위 자체가 중대한 법 위반이므로 엄격한 제재가 따르지만, 행정처분이 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예: 제척기간)를 준수했는지에 대해서는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